NYT “외교관들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외부와 어떻게 통신할지 불확실하다고 말해”

7~8일 이뤄진 북미 고위급 회담 당시 폼페이오 장관의 일정이 확실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감신문]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난 7~8일 평양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이 1박 2일간의 일정에 동행한 취재 기자는 “북한에서의 일정은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가디너 해리스 기자는 칼럼을 통해 이번 방북 일정이 다른 국가를 방문할 때와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장관의 일정은 분 단위까지 사전에 다 정해져 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 일정은 확실한 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해리스 기자는 “외교관들은 어떻게 일이 진행될지, 어디에 묵을지, 외부와는 어떻게 통신할지는 물론 기자들의 여권에 어떤 도장이 찍힐지조차 불확실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오후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3주, 나의 팀은 대화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처]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탄 항공기가 평양에 도착하기 직전 보안 담당자들의 모습은 마치 지난해 로켓 미사일이 공군기지에 비처럼 쏟아지던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내릴 때처럼 불안해 보였다”고 표현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북한 측에 모두 감시당하고 있다는 확신 하에 백화원 영빈관 밖에서조차 입을 가리고 말해 입술 움직임을 읽지 못하도록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기자는 “한 외교관은 탑승한 기자들에게 평양에 가져갈 휴대전화 번호를 묻고는 전원을 끄거나 최소한 데이터 연결을 중단해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는 감청으로 인해 북한을 떠난 뒤에도 기기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 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폼페이와 장관의 방북에 동행한 취재진 중 한 명인 ABC방송의 타라 팔메리 백악관 출입기자는 "방금 평양관광에서 돌아왔다"며 관광 도중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트위터 캡처]

해리스 기자는 북한 체류 동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듯하면서도 정작 눈길을 주지 않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려는 북한의 모습’을 가장 기묘한 경험으로 꼽았다.

그는 이런 느낌이 북한 땅을 밟았을 때부터 들었다고 설명했다. 텅 빈 공항부터 평양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에는 사실상 미국 대표단의 차량 행렬밖에 없었지만 주변 밭에서 일하는 근로자, 행인 등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공항부터 평양 중심부까지 가는 도로에는 우리의 차량 행렬밖에 눈에 띄지 않았으나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마치 투명인간이 된 듯했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단이 평양 시내 관광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빤히 쳐다보는 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 출근을 하는 주민들은 마주치는 미국 대표단이 마치 거기 없는 사람인 듯 대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북과 관련해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했다면서 앞으로 '실행의 과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 기자는 주민들은 미국 대표단을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방치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시차 탓에 새벽에 눈을 뜬 해리스 기자가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 부근에서 조깅을 하자 소총과 총검을 소지한 군인들은 긴장감이 역력하면서도 눈길을 돌리는 듯한 행동을 했다.

그러다 그가 두 바퀴째 돌 무렵, 병사 2명이 관목숲 사이로 몸을 숨기고 사라졌고 그가 백화원 영빈관 출구 쪽으로 향하자 직원 2명이 갑자기 나타났다. 해리스 기자 쪽을 전혀 쳐다보지 않았던 이 직원들은 그에게 ‘더는 갈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북한의 행동과 관련해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이성윤 한국학 석좌교수는 “북한 당국의 교화에 따른 것일 수 있다. 백화원 영빈관에서의 일은 당국 명령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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