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부정 3일 만에 아파트 현관서 숨진 채 발견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공감신문] 드루킹 측근으로부터 수천만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혐의부정 3일 만에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최초 발견자인 경비원 김 모 씨의 신고에 따르면 노 의원은 23일 오전 서울 소재 모 아파트 13동 3‧4동 라인 1층 현관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신고 직후 강력수사팀을 비롯한 현장팀을 파견해, 아파트 17~18층 사이 계단에서 노 의원의 것으로 보이는 외투를 발견했다. 외투 안에는 지갑‧신분증‧정의당 명함‧유서가 들어있었다.

유서에는 ‘드루킹 측근으로부터 금전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이 실렸다고 알려졌다.

경찰은 유서의 내용의 드루킹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바탕으로, 노 의원이 신변 비관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펼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8일 드루킹 김동원(49‧구속) 씨와 ‘경제적 공진화 모임’ 소속 A씨는 노 의원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는 발언을 뒤집어 5000만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다.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6년 드루킹 일당이 노 의원에게 돈을 건네지 않았다는 위증을 하기 위해 제출한 띠지로 묶여 가짜로 판명 난 4200만원 자금 출처로 알려졌다.

이들은 5000만원의 돈을 쪼개서 노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2000만원은 노 의원이 총선 전인 2016년 3월 경공모 아지트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을 때, 3000만원은 노 의원 부인 운전기사를 통해 전해졌다.

23일 오전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사고현장을 가린 텐트가 바람에 날라가고 있다.

이밖에 드루킹 일당은 지난 20일 노 의원이 국회의원이 아니던 2014년 전후 강의료 명목으로 2000만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증언에 대한 증거를 입수한 상태라고 전해진다.

노 의원은 드루킹 정치자금 수수의혹에 대해 부인해왔다. 투신 3일 전인 20일 그는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고, 특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노 의원은 기자들에게 “어떠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특검이 조사를 한다고 하니, 성실하고 당당하게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6년 3월 자신에게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 드루킹 측근에 대해서 “동창은 맞지만 졸업한 지 30년간 교류가 없었고 연락이 와서 지난 10년간 4~5번 만난 사이”라며 “총선이 있던 해에는 전화를 하지도 않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당의 중추인 노 의원의 투신 소식을 듣고 공황에 빠진 모양새다. 공식적인 입장전달을 하지 않고, 이날 오전 비공개 당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당 중앙인사 역시 언론과 접촉을 일체 거부하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노 의원의 비보에 특검을 비롯한 각계에서는 애도의 뜻을 전했다.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별검사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긴급 기자회견에서 “노 의원은 이 나라 정책사에 큰 획을 그었고 이 나라 의정활동에 큰 장식을 하신 분”이라며 “투신 사실을 접하고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같은 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오늘 아침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며 ”노회찬 의원, 편히 쉬시기를 빌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에 의하면 오늘 오전 11시 50분 예정돼 있던 문재인 대통령의 ‘힘내세요 대통령’ 청원에 대한 답변은 취소됐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유족에게도 마음 깊이 애도를 표한다”며 “노 의원이 지향했던 진보와 민주주의 가치는 후배 정치인들이 이어받겠다”고 애도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늘 노동 운동 현장에서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애환과 고충을 대변하고자 했던 그 진정성이 어떻게 이렇게 비통한 죽음으로…말문을 잇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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