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대령 “송 장관, 문건 문제 없다 말해”...송영무 “완벽한 거짓말”

송영무 국방장관(오른쪽)과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왼쪽)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감신문] 촛불집회 당시 국군 기무사령부가 생산한 계엄령 문건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가 공개석상에서 정면충돌했다.

송 장관과 기무사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거센 공방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설전은 당시 국회 인터넷 방송에서 실시간 중계됐다.

증인으로 참석한 100단위 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육사43기)은 “(송영무) 장관은 지난 7월 9일 오전 간담회에서 ‘내가 법조계에 문의했는데 위수령 검토 문건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위수령 검토 문건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검토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저는 현재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라며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답변 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장소에서 진술을 듣고 있던 송 장관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송 장관은 민 대령의 발언에 대해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 장관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고 장관을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받아쳤다.

송영무 국방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군방장관 군사보좌관 정해일 준장(육사46기)은 “민병삼 대령이 무언가 혼동한 것 같다”며 “지휘관의 발언을 각색해 보고하는 게 경악스럽다”고 지적했다.

기무사 관계자는 이후 “간담회 내용에서 불거진 발언 내용이 문서화돼 사령부에 보관되고 있다”며 “국회 국방위에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민병삼 대령은 지난 23일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며 “민 대령의 양심을 건 내부 고발을 하극상으로 비치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송 장관과 기무사는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문건을 첫 대면보고한 시간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송 장관은 5분가량 간단하게 보고받았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반면, 기무사는 이 사령관이 20분간 보고했다는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회의에는 송 장관과 100기무부대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등 14명이 참석했다. 공개석상에서 자행된 송 장관과 기무사 대립을 현장에서 바라본 이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이 24일 국회에서 국방부 업무보고 및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군 관계자들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배경이야 어떻든 공개석상에서 장관과 부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비정상적”, “누구 주장의 잘못을 떠나 군이 어떻게 비칠지 걱정”, “당장 군 기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 군 관계자는 25일 “송 장관과 기무세력의 대결이 시작됐다”며 “70년 권세를 누려온 기무사가 그냥 당하지 않도록 계속 저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이 계엄령 문건 비화 이후 조명받는 리더십 논란을 어떻게 불식시킬지도 관건이다.

현재 송 장관은 지난 3월 문건을 보고받은 후 대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하 군인과 공개 설전을 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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