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주주들 “애플·구글·트위터·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이 독립적인 이사회 의장 세워야”

페이스북의 투자자들은 2분기 실적 악화로 주가가 폭락한 것에 책임을 물어 저커버그의 의장직 사퇴 제안서를 제출했다.

[공감신문] 페이스북이 2분기 실적 악화로 주가가 20%가량 폭락한 가운데, 페이스북 투자자들은 마크 저커버그 CEO의 의장직 사퇴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난 25일 발표된 페이스북의 2분기(4~6월) 실적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매출은 42%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31%가 늘어난 51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은 월가 예상치인 134억 달러를 하회했으며, 유럽 이용자 수는 전분기보다 300만명 감소했다. 이렇듯 매출 전망은 어두웠지만, 보안 문제 해결을 비롯한 문제 때문에 비용은 증가하고 있었다.

이에 페이스북 투자자들은 저커버그에게 주가 폭락에 책임을 물어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일부 주주들은 최대 주주인 저커버그를 의장에서 축출하고 독립적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주식 1100만 달러어치를 관리하는 트릴리엄 자산운용은 27일 제안서를 통해 최대주주인 저커버그를 의장에서 축출하고 독립적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릴리엄 자산운용은 “이사회 의장 역할까지 하는 CEO는 이사회와 이사회 의제에 과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사회의 경영 감독 기능을 약화시킨다. 의장과 CEO 직책을 분리하면 이런 갈등 요소를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스캔들(가짜뉴스 파동 및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에 대한 잘못된 대처는 변화를 필요로 한다. 다른 주주들이 이 제안을 지지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IT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한 달가량 페이스북 주식 30억 달러를 관리하는 5명의 주주와 인터뷰한 결과, 이들 또한 애플, 구글, 오라클,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이 독립적인 이사회 의장을 원하고 있었다”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의 주가 폭락으로 마크 저커버그 CEO의 자산 역시 168억달러(19조원)가 증발했으며, 부자 순위 3위에서 6위로 밀려나게 됐다.

저커버그를 의장직에서 축출하기 위한 제안은 지난해에도 제시된 바 있다. 당시 51%가량의 독립 투자자들이 찬성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기각됐다. 이는 페이스북의 이중 주식 구조 때문이다.

페이스북 클래스 B 주주는 클래스 A 주주보다 10배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저커버그는 클래스 B 주식의 7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의결권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음을 뜻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며 “투자자 제안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페이스북의 이중 주식 구조는 예전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페이스북 측은 “저커버그의 역할을 둘로 나누면 불확실성과 혼란을 가중할 수 있으며, 이사회 관리 기능의 비효율성으로 이어진다”라고 주장했었다.

월가에서는 페이스북의 정보보호가 이용자 수 감소와 광고 매출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Photo by Stock Catalog on Flickr]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 상황이 이전과는 사뭇 다른 만큼, 저커버그가 의장직에서 축출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년간의 스캔들과 저커버그가 미국 상‧하원 청문회에까지 나가 사과한 뒤에 회사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주주들의 반발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운동을 돕는 단체 ‘오픈 마이크’의 마이클 코너 국장은 “트릴리엄의 초기 제안은 주주들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얼마나 진지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주총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저커버그와 회사, 그리고 다른 주주들이 이 문제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비용 증가와 매출 하락에도 페이스북의 보안 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2분기 매출 발표 당시 “우리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킬 책임이 있다. 앞으로 보안과 사생활 문제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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