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사건 20% 실리콘밸리서 발생… 중국 스파이, 연구소·국영기업과 연결돼 산업 기술 유출

과거 워싱턴이나 뉴욕 유엔본부에 집중돼 있던 중국가 러시아의 스파이 행위가 실리콘밸리로 옮겨오고 있었다.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공감신문] 중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행위가 워싱턴이나 뉴욕 유엔본부에서 실리콘밸리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 남부를 이르는 지역인 실리콘밸리에는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이내 기업 중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이 위치해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중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행위가 실리콘밸리로 옮겨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AI 기술 연구와 스타트업의 실험적 사업이 활발히 열리는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기밀을 훔치려는 산업 스파이들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미국 정보 기관원은 “FBI가 수사 또는 내사하는 산업 스파이 사건의 20%가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스파이들이 매우 일상적 활동을 하면서 도처에 산재해있어 과거 정보당국의 기준으로 보면 ‘스파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향후 미래의 먹거리로 불리는 AI 기술 연구와 스타트업의 실험적 사업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PEXELS/CC0 License]

러시아의 경우 과거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을 중심으로 스파이 활동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가 스파이 혐의로 영사관 폐쇄를 결정하자, 러시아 정부 소유의 벤처 캐필털 회사의 미국 내 법인인 ‘루사노 USA’를 거점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스탠퍼드 대학 근처인 멘로파크에 있는 루사노 USA는 잠재적 정보 수집 활동, 기술기업 인수 및 벤처 캐피털 회사로의 인력 공급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기술력을 보여주며 자금지원을 얻어내는 ‘스타트업’들은 벤처 캐피털을 거점으로 한 러시아 스파이들에게는 가장 유용한 기술 획득의 창구가 되고 있었다. 

실제로 중국 스파이들은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본국의 연구소나 국영기업과 직접 연결돼 산업 기술을 유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스파이들의 신분이 유학생, 연구원, 방문교수 등 합법적 비자를 가지고 있어서 스파이 활동을 적발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 클라우드 저장 업체의 보안 담당 책임자는 “정말 선량하고 똑똑하고 양심적으로 보이는 중국계 엔지니어지만, 그가 본국 정부와 엮이는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한 중국계 직원은 본국에 있는 가족을 지렛대로 삼아 접근해온 중국 정보 관리들의 접촉을 경험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사유들로 인해 특정 프로젝트에서는 미국 시민권자만 참여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한 클라우드 저장 업체는 보안을 위해 특정 프로젝트에 미국 시민권자만 참여하도록 하고 있었다. [Max Pixel/CC0 Public Domain]

실리콘밸리에는 단지 산업 스파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은 수많은 중국계 미국인들을 이용해 더욱 포괄적인 정보활동을 하고 있었다.

시장, 주의원, 연방 의원 선거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자금을 대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정보 당국에 따르면, 다이앤 페인스타인 상원의원 사무실의 보좌진 가운데 1명이 중국 정보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정치 현안을 중국 당국에 보고해왔다.

대학이나 연구소는 강화된 안전보장 기준을 적용할 경우 소속원들의 스파이 위협에 대한 무지, 정치적 무관심 등으로 인해 ‘고정관념’이라는 비난을 살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폴리티코는 “역사적으로 자유주의적이었고 지금은 무분별한 자본주의로 유명한 실리콘 밸리에서 이런 새 유형의 스파이 행위를 처리하기 위한 준비는 거의 돼 있지 않다. 특히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잠재적 산업 스파이를 미국 정보 당국에 신고할 동기가 결여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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