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출신 사진작가 ‘미구엘 발리나스 프리토(Miguel Vallinas Prito)’

사진 = Miguel Vallinas Prito

[공감신문 라메드] 스페인 출신 사진작가 ‘미구엘 발리나스 프리토(Miguel Vallinas Prito)’는 사람의 몸과 의복에 동물 머리를 매치한 ‘세컨드 스킨’ 시리즈로 유명하다. 초현실적이면서도 강렬한 몰입도를 자랑하는 그의 작품들. 그 속에 숨겨진 의미와 작업 과정 등을 알아봤다.

Q 당신의 작업 <세컨드 스킨>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컬렉션의 아이디어는 <Pieles(Skins: 피부, 가죽)>라는 이전 컬렉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 컬렉션에서 나는 동일 인물이 다른 직업적 역할을 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인생의 어떤 순간에 행해지는 ‘존재의 선택’에 대한 성찰 의도를 가지고 있었어요.

<세컨드 스킨>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보다 초현실적이고 다른 관점에서 동일한 주제에 접근합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동물 얼굴을 한 사람을 찍었는데, 이것은 존재하지만, 우리가 닿을 수 없는 잠재적 인격의 연속을 보여줍니다. 이 연작 시리즈의 사진을 촬영할 때 오로지 해당 인물에게만 기반하고, 주변 환경과 사물을 제거해 그 인물을 고립시키려고 노력했어요.

이 컬렉션의 제목은 이 연작이 만들어진 순서를 나타내는 ‘두 번째 파트’라는 말로 이전 컬렉션이 있음을 넌지시 암시하지만, 실제로는 순서에 대한 답변, 그 이상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컨드 스킨>은 선택, 가능성 그리고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을 암시합니다. 이것은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하나는 분명하고 일반적이며, 또 다른 하나는 본질에 보다 직접적으로 향하고 있어서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최종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죠. 나는 존재에 대해 질문을 하고자 했습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선택 혹은 수용의 문제 말이죠.

미국 시인인 올리브 웬델 홈즈(O. Wendell Holmes)는 그의 성격에 대한 이론에서 인간에게 세 가지 측면이 있다고 정의했습니다. ‘우리가 그렇다고 믿는 자신’과 ‘타인이 보는 자신’ 그리고 ‘실재하는 자신’ 이렇게 세 가지 말이죠. 그리고 이에 대해 작가인 미겔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는 그의 작품 <세 권의 모범 소설과 프롤로그>에서 네 번째 양상을 더하는데, 그것은 ‘스스로 희망하는 자신’으로, 이것이 실존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각 개인의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스킨스> 역시 존재의 수용 이전 단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특정 경로를 선택할 것인지 아닌지가 ‘우리가 그렇다고 믿는 자신, 타인이 보는 자신 및 실재하는 자신’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세컨드 스킨>은 우리가 가면 뒤에 감추고 있던, 타인이 보는 자신의 인격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진 = Miguel Vallinas Prito

Q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인간 특성에 대한 연구와 모색이라고 할까요. 우리가 내적으로 지니고 있는 동물로서의 초상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어요. 내가 찍은 것은 그중 몇 개에 불과하죠. 몸은 누구의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나는 많은 동물을 봅니다. 몸통과 맞지는 않지만요.

앞서 얘기했듯이 이전 컬렉션인 <Pieles>는 내가 성찰할 기회를 주었어요. 같은 콘셉트를 확장해서 다른 관점에서 표현하고 싶었죠. 인간은 내 전체 컬렉션에서 연구의 주요 이유입니다.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더라도 그렇죠.

인류의 흔적은 풍경 속에, 건축 공간 속에,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 지구 곳곳에도 있어요. 우리의 흔적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너무 확실하고 존재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도 나타나죠. 이 초상 연작은 인간을 재현하거나 사진 찍은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특성, 이미지, 행동 방식이 재현된 것이고, 이것이 동물로 표현된 것입니다.

 

사진 = Miguel Vallinas Prito

Q 작품의 완성 과정을 알려주세요.

처음부터 동일 배경과 조명을 가진 초상들이 연구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확실했어요. 합성했다고 해도 감상자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했죠. 지금까지는 상대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만 사진을 리터칭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리터칭은 결과물을 개선하려는 것인데, 내 작품의 경우 꾸미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감상자들이 '토끼가 바지를 입을 수 있다'고 믿게 되면 이 컬렉션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기술적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다시 작업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항상 앞으로 전진'하게 됩니다. 나는 행동주의 사진가나 스냅샷을 찍는 사진가가 아닙니다.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니기보다는 지켜보고, 그림을 머릿속에서 구성해 내가 필요한 것들을 평온한 마음으로 찍습니다.

난 그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하기를 바랍니다. 내 연작이 서로 같아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작업하는 방식은 항상 같습니다. <세컨드 스킨>은 개인적인 작업 방식의 결과입니다. 어떤 것도 그냥 작업된 것은 없습니다. 각 동물의 스타일링, 옷차림, 조명 같은 모든 것을 먼저 숙고하고 연구했어요. 카메라로 찍기 전에 모든 것이 통제되어야 했지요.

 

Q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위에서 말한 모든 것들이죠. 특정 아이디어로 인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야기하고자 하는 마음도 작용했고요. 사진을 표현의 방식으로 사용하고 싶고, 사진이야말로 내가 감상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입니다. 나는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그대로 감상자들에게 와 닿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감상자가 자신만의 메시지를 가지기 바랍니다. 이것이 내가 전달하려는 것과 똑같지 않더라도 말이죠. 내 작품이 성공한 원인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요. 실제로 내 작품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을 듣습니다. 이러한 해석이 작품을 더욱 다채롭고 흥미롭게 만들어요.

어떤 이들은 단지 패션과 연관시키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특정 동물에 대해 곱씹어 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이 동물들로 인해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인간의 옷을 입은 동물들을 곧이곧대로 보기도 하고요. 어떤 이들은 나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 여러 해석을 붙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컬렉션에 대해 여러 자유로운 해석을 하게 될 때 이것은 매우 매력적인 것이 됩니다. 명암의 배분, 빈틈없는 조명, 검은색 배경 등은 초상화와 같은 모습을 연출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들이 감상자들을 끌어당기고 사로잡는 것입니다.

 

사진 = Miguel Vallinas Prito

Q 작품 속 동물과 의복은 어떤 연관이 있나요? 예를 들어 돼지와 이발사의 옷이나 사자와 군복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진 연작 전체는 옷과 관련하여 동일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사자라면, 난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어떤 옷을 선택할 것인지는 중요합니다. 나는 옷이 동물에게 확정적인 성격을 부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먼저 동물 사진을 찍고, 그다음에 이들이 어떤 옷을 입을지를 결정한 후에 스타일링하고 사진을 찍습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사진을 합치면 최종 결과와 함께 동물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이죠.

 

Q 동물들이 입은 옷들이 매우 스타일리시합니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가요?

처음부터 의식적으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가장 올바른 방식으로 옷을 입기를 원했을 뿐이에요. 물론 옷을 입는 것이 패션 세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후 컬렉션에서 이런 요소는 점점 중요해집니다. 나는 처음부터 옷에 대해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작업했습니다.

옷이 대단한 디자이너의 것이거나 찾기 힘든 의상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어떤 가게에서나 찾을 수 있는 종류의 옷이어야 했어요. 계절적인 옷이거나 감상자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옷이어야 했습니다. 매일 입는 그런 옷 말이죠.

 

사진 = Miguel Vallinas Prito

Q 스스로 어떤 동물과 닮았다고 생각하세요?

가끔은 늑대, 또 가끔은 양이라고 느낍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에 대해 느끼는 바죠. 그리고 이것은 계속적으로 바뀝니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자신은 대개 보다 고정적이고 구체적인 것 같습니다. 타인이 어떤 동물인지 알아보는 것이 스스로 자신이 가진 동물의 면모를 알아보는 것보다 더 쉬운 일 같습니다.

 

Q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항상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내가 수년간 이 일을 해 오면서도 여전히 이 일을 사랑하는 기본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새로운 컬렉션을 개발했는데 다행히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루츠(Roots)>는 아이덴터티, 실존과 개인의 선택에 대해 성찰한 <스킨스>에 이은 연작입니다.

이 사진들은 인간의 몸과 함께 머리 대신 계절 식물들과 꽃다발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몸이 뿌리를 나타내고, 머리는 꽃을 나타냅니다. 숨겨진 뿌리가 대지에 연결되어 있듯이 시작지점과 종착지, 인생의 시작과 끝을 보여줍니다. 뿌리는 우리 삶의 방향에 대한 조건을 만드는 우리 실존의 토대입니다. 뿌리라는 용어는 소유, 유대, 토대 그리고 영양분을 가리킵니다.

사진 = Miguel Vallinas Prito

이 컬렉션에서도 아이덴티티에 대한 초기의 모색이 존재합니다. 이것에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경제적이든, 혹은 친족을 통한 것이든, 인간이 놓인 환경이 추가되었다고 할 수 있죠. 이 컨셉은 인간 선택과 진정한 자아에 대한 모색을 간접적으로 결정하는 탐색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아니다 (CECI N'EST PAS)>는 내 가장 최종 컬렉션으로 현재 작업 중입니다. 이 중 몇몇 사진은 국제 미술 전람회에서 이미 전시된 바 있습니다. 나는 항상 작업 중인 컬렉션 중 일부를 미리 선보이고는 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나의 다음 사진들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반응을 미리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해당 컬렉션은 <스킨스>에서 시작했던 세 가지 부분 연작 중 마지막 그룹에 해당하며, 제목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작품명에서 따왔습니다. 여기서 의도한 바는 초현실주의 이미지로 감상자에게 질문을 제기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입니다. 여기서는 아이덴티티와 수용에 대한 생각을 촉발시켜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우리가 다른 것으로 바라보고 수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에 초점이 있습니다. 동일한 시각적 컨셉으로 <세컨드 스킨>은 동물에 대해서, <루츠>는 식물의 세계에 대해서 <이것은 아니다>는 사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 = Miguel Vallinas Prito

Q 당신의 사진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창작하면서 작품을 공유하고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만족은 없습니다. 내 사진을 공유하는 것은 공연하는 것만큼이나 만족스러운 일이죠.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고, 세상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창작 작업에 커다란 보상입니다.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왔지만, 내 주변에서만 알고 있었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감상자들의 의견입니다. 나는 매일 내 사진이 얼마나 영감을 주는지 얘기해 주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이것은 나에게 최고의 보상이고 계속 작업하고 새로운 작업 노선을 찾을 수 있게 해 주는 힘입니다. 내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저의 엔진인 셈이죠. 내 작품을 사랑해주는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진을 공유하고, 사진이 나타내는 바를 나에게 알려주고, 사진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어 감사합니다. 이런 일들이 나를 살아있게 합니다.

 

스페인 출신 사진작가, 미구엘 발리나스 프리토(Miguel Vallinas Pr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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