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감성을 담은 싱어송라이터, 헤이즈문

싱어송라이터 헤이즈문 /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에 ‘인도버스커’로 출연해 화제가 된 헤이즈문(본명 최진호). 그는 영화 <원스>의 주제곡을 완벽하게 소화해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다소 낯선 얼굴의 그지만 2013년부터 꾸준히 활동해온 싱어송라이터로, 방송 이후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때 묻지 않은 채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안개 속 작은 빛 같은 음악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 방배동의 한 녹음실에서 만난 헤이즈문은 방송에서보다 훨씬 샤프하고 앳된 얼굴이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자연스럽게 연습하는 포즈를 부탁하자,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기타와 하나가 되어 말하듯이 노래하는 그를 보고 있으니 콘서트장에 온 듯 금세 빠져들었다. 누가 봐도 천생 뮤지션인 그지만 한때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고.

“원래는 막연히 사업이 하고 싶어서 경영학과에 들어갔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기타를 배우고 노래를 입혀봤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서 대학교도 중퇴했고요. 그 후 원래부터 좋아했던 북유럽스타일 음악을 하기 시작했죠. 다행히 제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비슷해 행복하게 음악하고 있습니다.”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그러고 보니 헤이즈문의 음악 스타일이 그가 좋아한다는 데미안 라이스와 시규어 로스 등의 뮤지션들과 닮았다. 북유럽 음악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몽환적이고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헤이즈문이라는 활동명에도 그의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헤이즈문은 달(moon)과 연무(Haze)의 합성어로, 연무와 섞여 있는 달의 이미지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최근 ‘Save Me’라는 음반을 내며 또 한 번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낸 그. 잔잔한 톤이지만,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하는 도리에 대해 심오한 생각을 담아 만든 노래다. 삭막한 현대 사회 속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애착과 연민을 갖고 곡을 썼다고 한다.

“많은 나라를 여행했는데, 특히 아프리카에서 어려운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당장 끼니를 때우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 동물 역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그러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Save Me’라는 노래를 썼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음악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인도에서 찾은 자유

헤이즈문 하면 인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방송에서 ‘인도버스커’라는 닉네임을 썼을 정도로 인도는 그에게 많은 영감을 준 나라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여행을 다녔지만 3개월간 인도에 머물면서 가장 자유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사진 = 강현욱 사진기자

“몇 년 전 인도라는 나라에 꽂혀서 출국 하루 전날 부모님께 ‘다녀올게’라는 말만 하고는 바로 떠났어요. 배낭 하나에 작은 기타를 챙기고요. 도착하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노래했어요. 우선 외지인이 드문 지역에서 동양인이 노래하는 것 자체를 신기해하고 관심을 갖더라고요. 그러다 음악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고 주변에서도 러브콜이 왔어요. 레스토랑홀에서나 우연히 길에서 만난 행인의 가정집 등 어디든 공연장이 될 수 있었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버스킹은 길거리에서 뮤지션이 노래하고 행인은 음악을 감상한 값으로 소정의 공연료를 주는 식이다. 하지만 헤이즈문이 경험한 인도에서의 버스킹은 다르다. 그에게 노래를 청하는 이들 대부분은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거나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상인들이었다. 때로는 학교에 찾아가 아이들을 상대로 무료공연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현지인들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스페이스 36.5'에서 열린 헤이즈문 첫 단독 공연 현장 / 사진 = 강현욱 사진기자

“사실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해 뮤지션으로 사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일을 사랑하는 이유는 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 때문이죠. 방송이 나가고 제 목소리에 ‘힐링’ 받았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그때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제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저의 음악을 통해 많은 분이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인터뷰 내내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던 헤이즈문. 음악은 물론 사람에게서도 진심과 세상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현재 다섯 곡 정도가 담긴 앨범을 준비 중인데, 6월 말에 그 앨범에 대한 쇼케이스를 열 생각이라고 한다. 그의 진중하고 힘 있는 음악이 언젠가 널리 세상에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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