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 호’ 인양을 빌미로 투자사기를 벌인 의혹을 받는 신일해양기술(전 신일그룹)의 전 대표 최영석 씨와 류상미 씨가 경찰에 출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9일 최씨와 류씨를 중랑구 묵동 사무실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최씨는 오전 9시 46분경, 류씨는 오후 1시 30분경에 모습을 나타냈다.  

취재진들은 예정 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나타난 최씨에게 돈스코이호 인양 가능성, 투자금의 사적 운용 의혹, 제일제강 인수 무산에 대한 의혹을 질문했다. 그는 ‘죄송하다’라는 말만을 남기며 조사실로 향했다. 

류씨도 30분 정도 일찍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 조사실로 직행했다. 

류씨는 지난 26일 경찰 수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대표 자리를 최씨에게 맡겼다. 이때 회사명이 ‘신일해양기술’로 변경됐고, 최씨는 지난 6일 대표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은 모두 신일그룹의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한 류승진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대표와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류상미 씨는 류승진 씨의 누나이며, 최씨는 수년 전부터 류승진 씨와 친밀하게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류씨와 최씨가 회사의 이름만 올려둔 ‘바지 사장’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지난 5월부터 ‘150조 보물선 돈스코이호 담보 글로벌 암호화폐’라며  신일골드코인(SGC)을 사전판매하기도 했다. 당시 9월말에 가상화폐의 가치가 1만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홍보했다. 

이에 최씨는 지난 7월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돈스코이호의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일부 언론이 추측성 보도를 보고 검증없이 자료로 인용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류승진씨의 현재 소재지는 베트남으로 확인됐고,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적색수배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조사해 류승진 씨의 소재를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신일그룹이 ‘150조 보물선 돈스코이호’라는 문구를 앞세워 홍보한 이유와 핵심 관계자들의 그룹 내 역할도 조사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된, 이들의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일 신일기술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과 강서구 공항동 돈스코이 국제거래소 등 8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때 각종 회계자료와 사무용 컴퓨터가 증거물로 압수됐고, 경찰은 회계자료를 기반으로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서 패배한 러시아 측이 자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일그룹은 직접 탐사를 통해 찍었다는 영상을 공개해 투자자를 모았다. 이 영상은 해양과학기술원이 2003년에 공개한 화면과 유사한 장면이 많아 도용 논란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