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합리적 대안 마련까지 무기한 중단"…시민단체 vs 지역주민, 팽팽한 대립각

[공감신문] 비자림로의 확장·포장공사로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던 제주도가 합리적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무기한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는 완전한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선 한편, 지역주민들은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이를 둘러싼 논란은 좀체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10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림로 확장공사로 삼나무숲 훼손 논란이 일어나게 돼 유감"이라며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삼나무림 훼소 최소화 방안 등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도민과 도의회, 전문가 등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최종 계획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후 도민에게 먼저 발표해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도는 지난 2일부터 제주시 조천읍 대천교차로~금백조로 입구의 2.9km 구간을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이는 동부지역에 급증하는 교통량을 해소해 도로 이용자의 편익제고와 농수산물 수송에 따른 물류 비용 절감, 지역균형 발전, 지역주민 숙원사업 해결 등을 위함이다. 

도는 공사를 위해 비자림로의 삼나무 군락지인 800m 구간의 도로 양쪽에 삼나무 2160그루를 베어내기로 했으며, 지난 7일까지 915그루의 삼나무가 잘린 것으로 전해진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가 10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훼손 논란을 낳고 있는 제주 삼나무숲 가로숫길 도로 확장공사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비자림로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비자림이 파괴되지 않게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만4000명 이상이 동의를 표했다. 

환경단체인 곶자왈사람들과 제주녹색당 등은 이날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림로 확장·포장 공사는 제2공항 재앙의 서막일 뿐"이라며 사업의 완전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자연경관을 제1의 가치로 지닌 제주에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사업"이라며 "비자림로 공사가 국민적 공분을 사는 이유는 제주 특유의 자연경관을 파괴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도민들은 제2공항이 가져올 자연경관 파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접한 바 없었는데, 이번 일로 사업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도로를 비롯해 동부지역 일대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도민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같은 날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주민단체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가 재개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역주민들은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공사 재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과 제주시를 연결하는 비자림로는 지역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라며 "의료·교육·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리적 조건과 농수산물의 물류이동 활성화를 위한 기반시설로써 확·포장 공사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또 "자가용과 렌터카, 대중교통, 화물차 등 수많은 차량이 통과하는 비자림로는 비좁고, 겨울철 삼나무 그늘로 인해 도로가 쉽게 얼 뿐만 아니라 추월차량 간 위험이 상존한다"며 "주민의 생명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사업은 재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사로 인해 잘려나가는 삼나무들이 있지만, 삼나무림 전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과 환경을 양분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균형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사업의 이해관계와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업은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며 "자연환경보존을 빌미로 지역주민의 생존권을 짓밟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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