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가보훈처는 일제의 감시 속에서 1920년 3·1 독립만세 운동을 재현한 배화여학교 학생 6명, 무장 독립운동을 지원한 석주 이상룡 선생의 손부 허은 여사 등 177명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포상하기로 했다.

13일 국가보훈처가 발표한 포상 독립유공자는 건축훈장 93명(애국장 31명·애족장 62명), 건국포장 26명, 대통령표창 58명 등이다.

국가보훈처는 이들 중 배화여학교 재학생이던 김경화, 박양순, 성혜자, 소은명, 안옥자, 안희경 등 6명에 대해 “3·1 운동 1주년을 맞아 일제가 만세시위 재현을 우려해 서울 시내 곳곳에서 경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어린 여학생들이 과감하게 결행한 만세시위라는 점이 주목된다”라고 평했다.

당시 6명의 학생은 10대 후반이었으며, 최연소자인 소은명은 16세였다. 학생들은 1년 전 3·1 운동을 재현하기 위해 치밀한 사전 준비 끝에 등교하자마자 기숙사 뒷산과 교정에서 일제히 “조선 독립만세”를 외쳤다. 이후 학생들은 경찰에 검거돼 재판에 회부됐다.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허은 여사에게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될 예정이다.

1908년 당시 여사는 재종조부인 왕산 허위 선생이 순국한 이후 줄곧 일본 경찰의 감시를 받다가, 6세였던 1915년 일가족과 함께 서간도로 망명했다.

1922년 이상룡의 손자인 이병화와 결혼한 그는 1932년 귀국하는 날까지 시댁 어른들의 독립 운동을 보필했다. 허은 여사는 서로군정서 회의 때마다 독립운동가들의 식사를 챙겼으며 독립군들이 입을 군복도 만들었다.

여사의 공적은 시조부 이상룡 선생이 남긴 ‘석주유고’, 시부 이준형 선생의 ‘유서’, 허은 여사의 회고록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 소리가’ 등의 자료에서 확인돼 포상자에 포함됐다.

독립운동기지 개척을 조력하고 독립운동가 활동을 지원한 ‘혁명가족의 안주인’ 이은숙 여사, 황해도 신천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른 곽영선 선생, 평남 순천에서 비밀결사를 조직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집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후원한 최복길, 김경신, 김화자, 옥순영, 이관옥 선생 등도 포상 독립유공자에 포함됐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1949년 포상이 시작된 이래 독립유공자는 건국훈장 1만912명, 건국포장 1253명, 대통령표창 2887명 등 총 1만5052명에 이른다.

하지만 1만5052명 중 여성의 포상은 325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보훈처는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 확대를 위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전문가 연구용역을 실시해 202명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했으며, 추가 조사와 검증을 거쳐 올해 26명을 포상키로 했다.

보훈처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경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정황상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포상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보훈처는 포상 심사기준을 완화해 3개월로 돼 있던 최소 수형·옥고 기준을 폐지해 3개월 이하라도 독립운동으로 인해 옥고를 치른 경우로 포상할 수 있게 했다. 독립운동 참여로 퇴학을 당한 학생의 경우, 학생신분을 감안해 실형을 받지 않았더라도 적극적인 독립운동 활동 내용이 분명하면 포상을 고려할 계획이다.

아울러 독립기념관, 국사편찬위원회, 국가기록원, 지방자치단체, 문화원 등 관련기관과 사료수집 협업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한다. 국내외 소장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함으로써 알려지지 않은 여성, 무명의 의병 등 독립유공자 발굴·포상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전망이다.

독립유공자에 대한 훈·포장과 대통령표창은 제73주년 광복절 중앙기념식장과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기념식장에서 유족에게 수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