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방 들이닥친 멧돼지 온몸으로 막아…엉덩이, 허벅지 등 물려 중상, 통원치료 중

부산 금정산의 한 사찰에서 기르는 개가 멧돼지로부터 등산객과 주인을 구해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없음)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공감신문] 생후 1년 남짓 된 강아지가 성난 멧돼지와 맞붙어 주인을 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9일 오후 9시 20분께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내 소림사 인근에서 홀로 야간 산행을 하던 여성 A씨는 멧돼지 3마리와 맞닥뜨렸다.

놀란 A씨는 “살려달라”고 큰소리를 쳤으며, 흥분한 멧돼지는 A씨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소림사 신도 김모(63)씨는 멧돼지의 시선을 돌릴 목적으로 곧장 절에서 기르는 개 ‘태양이’의 목줄을 풀었다.

산행 중 멧돼지를 만났을 경우 소리를 지르거나 자극해서는 안 된다.

김씨의 예상대로 멧돼지가 태양이에게 달려들자 김씨는 막대기를 휘두르며 멧돼지를 위협했다. 이에 멧돼지가 주춤하자 김씨는 태양이에게 “뛰어라”라고 말하며 절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김씨는 “태양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멧돼지를 유인하려고 했는지, 절방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 근데 멧돼지 한 마리가 나를 따라 절방으로 뛰어오자 태양이도 방향을 바꿔 따라 들어왔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태양이는 김씨가 다른 방으로 몸을 피할 때까지 절방으로 들이닥친 멧돼지와 온몸으로 싸웠다. 

태양이는 생후 1년 남짓된 ‘코카 스파니엘’ 종으로, 50~60cm의 작은 체구를 가졌다. 하지만 자신보다 몸집이 큰, 무려 1m가 넘는 멧돼지에 굴하지 않고 주인을 지켜낸 것이다.

멧돼지에 물려 붕대감은 강아지 '태양이' [소림사 신도 제공]

태양이 덕에 등산객 A씨와 김씨는 무사했지만, 태양이는 엉덩이와 다리 부위를 수차례 물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곧장 태양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으나, 200만원이 넘는 입원치료비에 간단한 응급조치만 받고 매일 통원치료를 하러 다니고 있다.

김씨는 “사람이 해를 당하는 것보다 낫겠다는 생각에 목줄을 풀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고 태양이가 내 생명을 구해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에도 소림사 인근에 멧돼지가 자주 나타난다며 부산시나 구청에서 무슨 수를 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금정산 주변에는 멧돼지 출몰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가급적 야간산행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산행 중 멧돼지를 만났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자극해서는 안 되며 침착하게 뒷걸음치며 현장을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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