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가벼운 여름 휴가를 위한 주말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여름휴가철 중에서도 가장 붐비고 휴가자가 몰린다는 ‘극성수기’가 지나갔다. 이미 진작 휴가를 다녀오신 분들도 계실 테고, 쏜살같이 지나가는 휴가를 붙잡고 울상을 짓고 계신 분들도 있을 테다. 혹은, 남들 다 휴가를 다녀온 뒤에 조금 여유로운 휴가를 즐기겠다며 느즈막한 일정을 잡아두신 분도 있을 게고.

이미 휴가를 다녀왔거나 한창 휴가 중이신 여러분들이 어떤 휴가를 보내셨는지 궁금하다.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둘 다 맞으면서 신나는 해수욕을 하셨는지? 반년, 혹은 그보다 더 준비하면서 학수고대하던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건 아닌지? 그래서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을 통해 일상으로 복귀할 준비가 되셨는지?

이미 휴가를 다녀오셨거나, 휴가가 없다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Photo by Thought Catalog on Unsplash]

벌써부터 아랫입술을 비죽거리고 계실 여러분의 모습이 떠오른다. 휴가를 보내고 나니 오히려 더 피곤하다는, 아니면 “휴가가 너무 짧아서 아쉬움만 남더라”는 분들이 태반일 듯 싶다. ‘휴가 후유증’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니까.

왜 그럴까? 직장인에게, 현대인에게 있어 일 년에 한 번 뿐인 ‘오아시스’ 같은 여름휴가이거늘. 어째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나면 찌뿌둥함과 피로감, 아쉬움만 남는 걸까? 어쩌면, ‘휴가(休暇)’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게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휴가를 보냈기 때문인 건 아닐까?

[Photo by Matty Adame on Unsplash]

오늘 여러분께 들려드리려는 얘기는 ‘휴가란 자고로 뻑쩍지근하고 요란해야…’라는 분들에겐 그리 와 닿지 않는 얘기일지 모른다. 물론 그런 분들의 얘기도 존중한다. 일 년 내내 학수고대했던 휴가인데, 온 몸이 부서져라 놀아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분들도 분명 있을 거다. 남들 다 산과 바다로 떠난다니까 괜히 따라야 할 것 같고, 누군가가 가자고 하길래 떠밀리듯 여행을 떠나게 되는 분들. 아니면 “모처럼 가족과 시간을 보내게 됐으니까…”라며 ‘나’ 스스로가 아닌 가족들을 위한 휴가를 계획하시는 분들. 대체로 그런 분들이라면, 제대로 잘 쉬는 ‘바른’ 휴가를 보내는 방법을 알아두시는 게 좋을 듯 싶다.

오늘은 들려드리고픈 얘기가 좀 길다. 편안한 곳에서, 편안한 자세로 읽어보시는 게 어떨까? [Photo by Thought Catalog on Unsplash]

물론 우리가 어떤, ‘정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니다. 교양공감팀이 무슨 인생의 진리를 모두 통달한 현자들인 건 아니지 않나. 그저 여러분이 조금 더 편안하고 충만한 휴가를 보내실 수 있도록, 일종의 제안을 해보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휴가를 조금 더 ‘휴가답게’ 보낼 수 있을까? 양 손 가득 무겁게 떠났다가, 온갖 피로를 달고 돌아와 “역시 집이 최고야”라 말하지 않으려면, 오히려 ‘버리고, 포기하고, 비우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

■ 계획을 간소화하라 -굳이 그곳을 가야만 하는가

아마 많은 분들이 나름대로 ‘거창한’ 휴가 계획을 세우셨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혹은 같은) 곳으로 떠나려는 분들도 차고 넘칠 게 틀림없다. 그러니 결국 차가 밀리는 것이고, 기나긴 줄을 서야만 하는 것이고, 더위와 싸우며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여행을 갈 때 "이번에 아니면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니까" 꾸역꾸역 일정을 꾸리는 분들이 많다. [Photo by Simon Migaj on Unsplash]

상당히 많은 분들이 휴가 계획을 알차게 꾸린다. 마치 대학교 수업 시간표처럼. 헌데, 굳이 꼭 그렇게 해야 하나? 평소에도 우린 대충 7시쯤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마치고, 8시에 집을 나섰다. 약 9시 쯤에는 사무실에 도착해 업무를 하다가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식사를 해왔고. 따박 따박 지키는 시간표대로 살아온 우리다. 그런데 굳이 여름휴가 때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여행 계획을 시간 순으로 미리 세워두는 걸 말리진 않겠다. 하지만 그 시간표, 너무 과하진 않은가? 빈틈없이 빼곡하게 들어찬 그 시간표, 조금만 탈탈 털어보자. 사실 ‘그리 끌리진 않는’ 일정도 분명 있으실 게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게 '기대'나 '즐거움'이 아닌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면, 즉시 대열에서 이탈하시길. [Photo by Roman Arkhipov on Unsplash]

‘남들 다 들른다는’ 관광코스, ‘맛있다고 입소문 난’ 맛집 등. 꼭 가야만 하는 게 아니라면 과감하게 일정표에서 지우자. 하나 둘씩 지우고 나면 분명 여러분의 휴가 계획표, 여행 일정표도 한결 가벼워지셨을 게다.

그렇게 덜어내고 줄여보면 그만큼 일정에 따라 빡빡하게 달려야 할 일도 줄어들 것이고, 발걸음도 가벼워질 것이다. 이내 그런 여유로운 일정에 진정한 '힐링'을 겪게 될 지도 모른다. 일정에 여유가 생기면 마음에도 여유가 깃드는 법이니까.

일상에서도 사람에 치이는데, 휴가때까지 그래야 할 필요 있겠나.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여행이란, 휴식이란 그런 거 아닐까 싶다. 모처럼만의 여유와 느긋함, 한가함을 즐기는 거.

■ 기념물에 연연하지 마라 – 꼭 뭔가를 남길 필요가 있나

즐거웠던 일이나 여행 등을 마치고 나서, 사진첩을 뒤적이다 보면 “역시 남는 건 사진 뿐”이란 생각이 든다. 맞는 말이다. 즐거웠던 추억이 담긴 사진은 우리를 당시의 그 순간으로 고스란히 데려다 놓는다. 그러면서 동행했던 친구, 가족, 연인과 "맞아, 그때 그랬었지"라며 깔깔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진을 남기는 것은 좋으나, 그 행위 자체에 비중을 두는 건 여행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도록 방해할 뿐이다. [Photo by Cole Keister on Unsplash]

그래서, 휴가지 등에서 즐거운 시간을 ‘사진으로 남기지 마라’ 따위의 말을 하진 않겠다. 그러나 분명 ‘사진 찍는 것에 너무 연연하는 것’만큼은 경계하는 편이 나을 듯 하다.

멋진 풍경을 볼 때, 우리는 자연스레 스마트폰부터 꺼내들게 된다. 이 아름다운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야 하니까. 그래야 나중에도 이 멋진 장면과 기분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으니까. 뭐라도 남기지 않으면 그 순간은 영영 사라져버리는 것만 같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강렬하다. 그게 비록 사진으로 남아 두고두고 되새겨볼 수는 없겠지만,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오히려 눈으로 충분히, 넉넉히 봐두는 게 나을 때도 있다.

멋진 사진도 남기시되, 그보다 더 멋진 풍경을 눈으로 담아두시길 바란다. [Photo by Ibrahim Rifath on Unsplash]

그리고, 아무리 좋은 카메라 렌즈라고 해도 우리의 눈을 따라올 수 없다. 사진을 찍어 추억을 간직하는 것 까지는 좋지만, 그것이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선이길 바란다. 값을 매기기 힘든 렌즈(눈)를 두고 수십 만원짜리 장비(스마트폰, 카메라)로 절경을 감상하는 건 꽤나 바보같은 짓이니 말이다. 우리는 렌즈를 통해 보고, 사진으로 남긴 것을 마치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처럼 착각하곤 한다. 우리가 본 멋진 풍경들은 사실 이 사진에 담긴 것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운데.

사진 외에도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휴가지에서의 즐거운 기억을 남기려 노력한다. 이를테면 그곳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기념물을 사고, 가까운 지인에게 줄 선물을 쇼핑하는 등. 그리고 그 행위는 꽤나 즐겁다. 어느 정도냐 하면, 애초에 여행의 목적이 ‘그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굳이 없어도 괜찮은 것들은 짐에서 덜어내자. 가벼운 여행이 즐거운 여행일 수도 있다. [Photo by Squared.one on Unsplash]

하지만 분명 그런 분들도 계실 것이다. '기념품이라 할만 하면서도 제값 주고 사기에 아깝지 않은 물건'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를 스트레스라고 받아들이는 분들. '주고도 욕 먹을' 선물을 굳이 사서 돌려야 하나 싶은 분들.

그것도 모두 과감하게 포기할 법한 과정들이다. 잘 돌이켜보자. 훗날 휴가나 여행지를 추억하기 위한 물건은 사실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였던 것들 아닌가? 여러분이 모아둔 나라별 냉장고 자석들, 열쇠고리, 아니면 공예품들이 아마 대표적인 것들이겠다. '있으면 그 때의 추억이 떠올라 좋지만, 굳이 없어도 큰 문제는 없을 물건들' 말이다. 기념품을 사기 위해 시간과 체력을 너무 많이 써버리진 마시길. 그거야말로 진짜 '낭비'일테니까. 차라리 정말로 그 여행을 잘 기억할 수 있을만한 무언가에 애정을 쏟아보는 게 나을지 모른다.

선물 역시 마찬가지. 호의를 베푸는 것은 좋지만, 굳이 여러분이 불편과 고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여행의 추억을 잊지 않으려 너무 애쓰지 마시길 바란다. 더 즐거운 기억을 채우면 되는 것이니. [Photo by Ari He on Unsplash]

어떤 친구는 여행을 마무리할 무렵, 문득 허무감에 휩싸인다고 하더라. “내가 이곳을 떠나고 나면, 영영 이곳은 기억으로만 남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그렇게 스마트폰을 코 앞에 두고 사진만 연신 찍어대고, 맘에 드는 냉장고 자석을 찾기 위해 돌아다닌다고.

다 좋은데 결국 그런 행동들도 딱 '휴식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해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휴가나 여행의 추억이 나중엔 흐릿하게 옅어진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란 말도 있지 않나. 우린 뭐든 잘 잊는다. 그렇게 마음의 자리가 비워지면, 또 새로운 것들이 들어찬다. 결국은 '새로운 걸 채우기 위해 잊는다'고 볼 수도 있겠다.

■ 마음을 비우고 그냥 즐겨라 - 세상만사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아마도 여러분의 휴가·여행 계획은 휴가 전날 배시시 웃으며 상상했던 그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겠다. 가령, '차 밀릴 걸 고려해서 이동 시간은 2시간으로 잡을까…'라고 생각했다가 차 안에서만 4시간을 보낸다던가, 아니면 '유명한 맛집이니까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어'라 생각했다가 호되게 뒤통수를 맞는다던가.

우리가 휴가지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만 줄일 수 있다면, 휴가 때 다투는 사람들도 엄청 줄어들 것 같다. [Photo by Andrew Le on Unsplash]

생각보다 관광객 인파가 밀려서, 예정된 시간부터 시작되는 불꽃놀이를 보지 못했다고? 친구에게 강력하게 추천받은 칵테일 바가 하필이면 휴업을 한다고? 아쉽고 속상한 건 당연한 일. 하지만 휴가 기간 동안 만큼은 그런 예상 밖의 일 하나 하나에 스트레스 받지 말자. 평상시 일상 속에서도 온갖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휴가라고 다르겠나. 재수가 없으려면 고꾸라져도 뒤통수가 깨진다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취소되면 취소되는 대로, 못 가면 못 가는대로, 흐르는 대로 떠다니는 휴식도 꽤나 괜찮더라. [Photo by Vicko Mozara on Unsplash]

휴가는 글자 그대로 쉴 휴, 틈 가. 틈을 내 쉬는 것을 말한다. 계획대로 알차게 보내는 게 '잘못된 휴가 방법'이라 말할 순 없겠으나, 착실히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다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아니다(적어도 그렇다고 믿고 싶다).

한 번 쯤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특정한 계획이 취소되면 여윳시간이 생긴다고 여기고 바다 위를 목적 없이 표류하는 나룻배처럼 유유히 둥실둥실 떠다녀 보는 건 어떻겠나.

TMI이긴 한데, 에디터 역시 작년 가을쯤, 시간표까지 짜면서 휴가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지금까지 얘기했듯, 물론 그 여행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길을 잘못 들어서, 갑자기 다른 뭔가가 끌려서, 피곤해서 등. 결국 계획대로 된 건 없었다. 후후. 그러나 돌이켜보면 계획표에 쫓기지 않고 온전히 '그 순간에 원하는 것'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후회는 남지 않았다. 좋은 경험 덕분에 올해 여름 휴가 역시 '무계획' 여행을 다녀올 참이다. 자, 동참해보시라 권유하진 않겠다. 그래도, 분명 나쁜 경험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 때론 ‘함께’보다 ‘혼자’가 더 낫다 - 타인을 위한 휴가로 희생않길

세살배기 아이를 둔 새신랑(이제 새 신랑은 아닌가?) 친구가 얼마 전, 단체 채팅방에 몇 장의 사진을 업로드했다. 아이와 한 컷, 아이와 아내가 함께 모여 한 컷. 쨍한 햇빛을 받으며 물놀이를 즐기는 친구는 맑은 물처럼 웃고 있었다. 결혼 적령기에다가 아이를 좋아하는 채팅방의 친구들은 그의 표정이 좋아보인다고 부러워하며 "ㅋㅋㅋ"를 남발했고, "결혼하니까 좋아?"라 물었다. 헌데 그 녀석, "저게 뭐가 좋아보이냐"라는 말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든다. 저게 그 유명한 요즘 말 '갑분싸'인가?

가족과의 휴식이 즐겁고 행복하다면야 좋겠지만, 너무 과도하게 희생하진 마시길. 결국은 당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Photo by Sue Zeng on Unsplash]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려가면서 부모의 초점은 대체로 '서로'에서 '자녀'에게로 옮겨간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일상을 '가족을 위해' 보내게 된다. 그러다보니 굳이 원치 않는 것, 원치 않는 행동도 해야 한다. 가족을 위해서, 자녀를 위해서.

이 과정은 사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참 치열하게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휴가기간'은 정말 귀중한 시간이다. 여러 이유로 못했던 것들을 하라고 주어지는 시간. 꾹꾹 참아왔던 덕후 기질을 해방하면서 신나는 '덕질'을 할 수도, 꼭 만나고 싶었던 누군가와 만날 수도 있는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니 말이다.

아이와의 시간만큼 배우자와의 시간도 중요하고, 또 '나 스스로'와의 시간도 중요하다. [Photo by Priscilla Du Preez on Unsplash]

간혹 연인 사이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난다. 몇 년 전, "도저히 주머니 사정이 허락질 않아 올해 휴가는 포기하겠다"던 한 친구는 연인이 잔뜩 떼를 쓰는 바람에 돈을 빌려 억지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노라고 토로했었다. 떠날 땐 "이왕 다녀오는 거…"라며 좋게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막상 도착해서 돈을 쓰다 보니 그게 잘 되지 않았다고. 휴가 내내 머릿속으로 계산기만 두들기던 그 친구는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으며, 호주머니가 가벼운데도 부득불 해외여행을 가자고 우겨대던 연인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었다.

'고스란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면, 지금이 바로 기회일지 모른다. [Photo by Haziq Tumaran on Unsplash]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는 건 분명 즐겁고 행복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일정이 '희생'이라면, 어느 정도 서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좋겠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는 하지만, 가끔은 차라리 그 백짓장을 가볍게 돌돌 말아가지고 혼자 들고 다니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다. 휴가를 '풀'로 희생만 하면 그건 결코 휴가라 보기 어려우니까, 적어도 하루나 이틀 쯤은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실 수 있길 바란다. 여러분을 위한 재충전이 곧, 여러분의 가족을 위하는 일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즐거움

‘부지런함’은 미덕, ‘게으름’은 부덕. 타인의 존중을 받는 것은 아무래도 부지런한 쪽이고, 손가락질 받는 건 게으른 쪽이다. ‘개미와 베짱이’라는 우화도 있지 않은가. 게으르다는 것, 그건 굉장히 비판받을 일인가보다. 적어도 사회적 시선은 그렇다.

'열심히'란 말을 참 싫어하는 친구는, 휴가 때 모든 걸 완전히 놓고 '소라게'가 돼 버리더라. [Photo by Jordan Whitfield on Unsplash]

헌데, 엄청난 진실 하나 알려드릴까. 여러분과 나, 우리 모두는 사실 기계가 아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일하셨을, 끼니도 걸러 가며 일하셨을 여러분은 사실 ‘일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거. 그렇게 일 년 내내 부지런하고 바쁘셨을텐데, 왜 일 년에 정말 며칠도 채 되지 않는 짧은 휴가마저 부지런하게 보내려 하시나. 지겹지 않나?

휴가는 우리가 공식적으로 게을러질 수 있는 시간이다. 늦게 일어나고, 한참 침대에서 뒹굴어도 그 때 만큼은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시간 아깝다’고? '시간낭비'라고? 정해진 시간마다 눈을 뜨고 일어나, 적당량의 일을 하고, 적당한 가격의 식사를 하고, 적당히 쉬다가 때 되면 자는 건 이미 평소에도 많이 해오지 않았나?

'모처럼 휴가'라고 꼭 뭔가를 해야하고, 어딘가로 떠나야 하는 건 아니니까 게을러져도 된다. [Photo by Toa Heftiba on Unsplash]

그러라고 있는 휴가다. 늘어져 있어도 되고, 축 처져 있어도 되고. 물론 피곤할 때까지 뭔갈 하며 놀아도 좋다. 그 뒤에 충분히 쉬기만 한다면야, 낭비좀 해도 된다. 스스로를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틀에 가둬두고 살아오셨으면서, 휴가까지 그렇게 하진 말자. 기억하셔야 할 건 단 하나다. 휴가 기간은 쏜살같이 지나가지만 그걸 빼곡하게 꽉꽉 채운다고 '좋은' 휴식이 되진 않는다는 것.

■ 냉녹차밥 같은 휴가가 되시길

조금은 시원한 곳으로 떠날 예정이니, 자동차보단 발을 더 애용해볼 생각이다. [Photo by Yeo Khee on Unsplash]

에디터 역시 조만간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다. 휴가를 앞두고, 덜어내고 비워내는 휴가 방법에 대해 소개해보려니 새삼 많은 걸 느낀다. 나름대로 삼삼하고 담백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과감히 포기하고 버려야 할 것들이 남았다니.

또 한번 TMI가 될 지 모르지만 여행을 떠나는 에디터는 도보여행의 즐거움과 여유를 위해 렌트카를 빌리지 않기로 했다. 또, 관광지를 들르는 일정은 하루에 한 번 씩만. 마지막으로 휴가 기간 중 하루는 고스란히 일정을 비워버렸다. 아마 그날은 숙소에서 뒹굴거리며 창밖 하늘을 구경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근처 산책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허, '여기서 더?'라 생각했건만, 막상 고민해보니 더 덜어낼 수도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느새 8월 중순을 향해 가고 있다. 전에 비해 기온이 조금 내렸다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덥긴 하다. 이럴 땐 얼음을 잔뜩 넣은 냉녹차가 잘 어울린다. 커다란 유리 주전자에 티백과 물을 넣고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큰 컵에 얼음을 잔뜩 넣고 부어 마시면 더위가 한 풀 가시거든. 또, 마시다 남으면 찬 밥을 말아 먹어도 좋다. 원래 냉녹차밥엔 보리굴비라지만 뭐, 없어도 좋다. 시원하고 담백한 냉녹차밥은 별다른 찬 거리 없이 먹어도 좋고, 더위를 이겨내기에도 딱 좋다.

우리는 여러분의 휴가(혹, 이미 휴가가 지나셨다면 주말)가 이 소박한 '냉녹차밥'과 같길 바라도록 하겠다. 빠듯하게 휴가 내내 시간에 쫓기시기 보단 밋밋하고 심심한, 그래도 자꾸만 당기는, 냉녹차밥과 같기를. 여름 내내 푹푹 익으셨을테니 그 열기도 한소끔 식히시고, 또 새로운 활력을 되찾는 시간이 되시기를. 잘 다녀오시고, 선물은 필요 없으니 돌아와서 얘기나 많이 들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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