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등 신흥국 통화 약세…엔화·금값등 다시 강세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터키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터키 군 병력은 16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군중을 향해 발포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군부 쿠데타 과정에서 수도 앙카라 교외에 있는 경찰 특수부대 본부에서는 헬리콥터 공격으로 경찰관 17명이 숨졌다고 터키 국영 매체 아나돌루통신이 전했다. 쿠데타를 주도하는 군부가 배치한 것으로 관측되는 탱크로 포위당했던 앙카라의 터키 의회 건물도 폭탄 공격을 받았다.

터키 민영 NTV 방송은 앙카라에서 터키 공군의 F-16 전투기가 쿠데타 시도에 투입된 군부 헬리콥터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군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민영 NTV 방송국과 도안 통신사를 통해 전국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쿠테타 발표가 나오고서 앙카라 시내 곳곳에서는 총성과 강렬한 폭발음이 들렸다.

터키 국영방송 TRT는 "터키 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터키 전역을 대상으로 통행금지 시행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쿠데타 세력은 권력을 장악했다고 발표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측은 이를 반박하며 쿠데타가 진압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터키 국가정보국(MIT)도 쿠데타 시도가 격퇴당했으며,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1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이동 중인 탱크를 막아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 이스탄불 복귀

한편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데타 발생 약 7시간만에 이스탄불로 복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새벽 4시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항을 에워싸고 있던 지지자들은 에르도안의 귀환 소식에 환호했다.

에르도안의 도착 직전 이스탄불 상공에는 전투기 소음으로 가득했으며, 공항쪽에서는 큰 폭발음이 들렸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CNN투르크와의 스마트폰 영상 통화에서 "터키 국민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 광장, 공항으로 나가 정부에 대한 지지와 단결을 (군부에)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스탄불 도심 등에서는 폭발음이 들리는 거리에 시민들이 대거 몰려나와 군 병력과 뒤섞이면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어떤 세력이 쿠데타를 주도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수도를 비운 사이 탱크와 헬기 등이 동원된 쿠데타가 진행된 것으로 보아 군부의 상당 부분이 동참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독일등 국제사회, 일제히 터키 쿠데타 반대

한편 미국와 독일등 국제사회는 터키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터키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터키의 모든 정당들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무부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 정부를 사실상 지지했다. 케리 장관은 "메블류트 차부숄루 터키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터키 민간 정부를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군부의 국정 개입을 용납할 수 없다"며 "터키가 조속히 평화롭게 민간 통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안정과 자제를 촉구하며, 터키 민주정부와 헌법을 전폭적으로 존중한다"며 "터키는 나토의 중요한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EU의 주도적인 회원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대변인을 통해 터키 민주정부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민간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도 "유혈사태를 피해야 한다"며 "문제는 헌법을 준수하면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의 성명을 발표했다.

 

리라화 5% 폭락…신흥국 시장 불안

터키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로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의 여파로 크게 동요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터키 쿠데타 발발 소식과 함께 뉴욕 금융가에서 신흥국 물건에 대한 투매현상이 빚어졌다.

터키 리라는 뉴욕외환시장에서 5% 폭락해 1달러당 3.01리라로 1월 이후 최저로 급락했다. 최근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며 신흥국 통화가치들이 소폭 올라 진정기미를 보였지만, 터키 쿠데타 사태로 다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며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향 압박 받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는 달러화에 대해 1.4%, 남아프리카 랜드화는 2.5%, 러시아 루블화는 1.3% 각각 하락했다.

금값은 0.4% 올라 온스당 1,337.8달러에 거래됐으며, 일본 엔화도 미국 달러화에 대해 0.4% 상승했다.

군사 쿠데타에 따른 터키 채권 투매현상으로 그동안 안정세를 보여온 터키 금융시장을 악화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조지 메리스칼 UBS 자산운용담당 매니저는 “터키 경제가 비교적 안정돼 있고, 펀더멘탈이 강했지만, 쿠데타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변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터키 사태는 최근 유럽, 일본등 선진국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올들어 상대적으로 힘을 받아온 신흥국 시장을 가라앉힐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황소장세를 보여온 뉴욕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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