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나는 한국 문화, 게스트로 시작해 가족이 된다.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외국인이 잔에 소주와 맥주를 섞어 소맥을 만든다. 나이와 인종, 국가와 문화를 넘어서 50여 명은 될 법한 외국인들이 모여 일제히 건배한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고 흥이 나면 누군가 통기타를 들고 나와 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 같이 노래를 부른다. 명동 남산 기슭에 위치한 남산게스트하우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외국인이 하나 되는 Free BBQ Party

현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들에게 소중한 휴식처다. 특히 다양한 외국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배낭족에게는 문화적인 허브로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 국가의 문화나 정체성이 잘 표현되어 있다.

특히, 2004년에 오픈한 남산게스트하우스는 게스트하우스 문화를 정착시킨 시발점 역할을 했다. 지금은 인근에 20여 개가 넘는 게스트하우스들이 영업 중이다. 남산 주변의 게스트하우스들은 저렴하지만 깔끔해서 배낭여행이나 2~3인의 소규모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기타 치는 남산게스트하우스 신동일 대표 /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이곳 남산게스트하우스에서는 거의 매달 야외 테라스에서 바비큐 불판이 켜진다.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모여 파티를 연다. 모인 사람들은 큼직한 고기를 굽고, 소주와 맥주,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라면을 끓여 먹고, 김치와 채소를 즐겨 먹으면서 한국 문화를 체험한다.

칵테일 한 잔 가지고 몇 시간을 보내는 외국의 파티와는 다르다. 파티 시작 후 1시간이면 참여한 외국인들이 모두 적당히 기분 좋게 취해있다. 목소리가 커지고, 웃음폭탄이 터진다. 한국의 회식문화와 같이 격 없이 어울린다. 국가나 민족, 피부색, 문화의 차이가 해제되고, 외지에 나온 객식구라는 심정이 통하면서 한국식 파티를 즐긴다.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수다를 떨고 파티가 무르익어 갈 때 즈음, 한국인의 음주가무 문화가 시작된다. 통기타를 치고 함께 노래를 부른다. 가수 뺨치는 친구들도 있고 서툴지만 귀엽게 부르는 타입도 있다. 말레이시아의 처음 들어보는 전통 가요부터 프랑스의 샹송까지 한 자리에서 세계 각국의 노래를 접할 수 있다. 그렇게 모인 외국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다름에 대한 공감대를 가진다.

게스트로 시작해 가족이 되다

남산 일대의 게스트하우스 업주들은 자주 모여 공동의 발전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손님을 서로 소개해 주기도 하고, 게스트하우스의 필요한 물품들을 인근 상점과 협의해서 구매하며 지역적으로 같이 살아갈 길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그런 지역적인 문화가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타운이 형성된 것도 그렇고, 동네가 가족적인 분위기여서 내방하는 외국인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그중에서도 남산게스트하우스는 1, 2, 3호점이 모여 있고, 주기적인 파티를 통해 우정을 나누는 한마당이 된다.

남산게스트하우스 신동일 대표 /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파티는 매월 열려요. 날씨가 추우면 안에서도 하고, 원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수시로 파티를 열죠. 격식을 따지지 않고 장사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사람들이 좋고 같이 어울려서 서로 다른 생각과 문화를 나누는 게 재미있어서 하는 거죠.”

술 권하는 남산게스트하우스의 신동일 대표는 스스로를 ‘한량’이라고 표현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도 오랜 시간 자신과 함께한 매니저들과 공동으로 하고 있다. 신 대표는 25개국을 여행하고 사업을 하면서 경쟁과 이익을 추구하는 삶보다 같이 나누는 삶이 더 값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젊은 청춘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많은 에피소드가 생겨나는데, 게스트하우스 파티에서 마음이 맞아 결혼한 커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파티에서 만난 외국 친구 때문에 다음 여행지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연결해준 한국에서의 파티를 잊지 못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저녁 10시가 되자 불판과 테이블이 정리된다. 술을 마시고 떠들던 외국인들도 하나둘씩 자리를 뜬다. 역시 외국인들이라 절제하는 문화가 있다고 이야기하자, 무슨 소리냐며 남산게스트하우스 3호점 지하로 옮겨서 2차를 진행한다. 10시 이후 떠드는 것은 지역 분들에게 예의가 아니기에 장소 변경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음주가무 문화가 식지 않고 있었다.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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