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 여사 “정상적인 법정 진술 불가능한 상태”…법원 “피고인 불출석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이순자 여사가 남편인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으며 이에 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감신문] 5‧18민주화 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이유로 형사재판에 불출석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법원은 알츠하이머 진단이 불출석 사유가 될 수 없으며, 27일 재판을 그대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

공판기일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민정기 전 비서관 명의를 입장으로 전 전 대통령의 알츠하이머 투병을 공개했다.

이 여사는 “이런 정신건강 상태에서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고, 그 진술을 통해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 나와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되풀이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도 보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측은 알츠하이머 투병이 불출석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불출석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Created by Freepik]

이 여사는 전 전 대통령이 옥중 단식으로 인한 후유증, 검찰의 압수수색과 재산 압류 등으로 충격을 받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으며 출석이 어렵다는 사실을 미리 알렸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277조에 따르면, 피고인 불출석 사유는 4가지다.

▲5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에 해당했을 때 ▲공소기각 또는 면소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일 때 ▲장기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신청이 있고 법원이 권리 보호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해 이를 허가했을 때 ▲피고인만이 정식 재판을 청구했을 때 등이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피고인 불출석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건강 문제만을 들어 불출석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진단서를 비롯해 피고인이 제출한 서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불출석 사유로 주장하는 알츠하이머는 불출석 이유가 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의 자택 앞. 출입자 없이 조용한 모습이다.

만약 법원이 불출석을 허가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성명, 연령, 등록기준지, 주거, 직업을 화정하는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는 출석해야 한다.

피고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한다면,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재판은 예정대로 열리지만, 그가 법정에 나오지 않는 만큼 재판 절차는 차질을 빚게 됐다. ‘인정신문’ 절차를 진행하지 못함에 따라 다음 공판기일을 지정한 뒤 재판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전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불출석 입장에 그의 출석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일방적인 불출석 통보는 5·18 영령에게는 물론이고 광주 시민까지 우롱한 처사다. 저지른 죄에 대한 반성과 참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떳떳하게 법정에 나와 잘못을 말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전두환 회고록’ 민·형사사건 법률대리인 김정호 변호사도 “형사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해야 하는데도 불출석하겠다는 태도에 실망과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더 늦기 전에 성실한 자세로 출석해 진실을 고백하고 참회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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