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회 “모자보건법, 의학적 상황 제대로 반영 못해…처벌강화,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 수술 전면 거부 선언 기자회견'

[공감신문]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수술 전면중단을 선언했다. 보건복지부가 낙태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간주하고 수술한 의사에 대해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리는 행정규칙을 공포한 것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행정규칙 개정의 근거가 된 모자보건법 제14조는 1973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전학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은 기형아 유발가능성이 있는 모체질환이라는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면서 무뇌아 등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에 대해서는 수술을 허용하지 않는 건 모순”이라며 “해당 임신부에게도 가혹한 입법미비”라고 질타를 가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 수술 전면 거부 선언 기자회견'에서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의사회는 “수많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이번 정부의 조치가 임신중절수술의 음성화를 조장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의사회는 “산부인과병의원 폐원이 개원보다 많은 저출산의 가혹한 현실을 마다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 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지탄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법 미비 법안을 앞세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고집 앞에서 1개월 자격정지의 가혹한 처벌을 당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낙태수술을 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린다는 내용 등을 담은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어 “우리는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낙태죄 처벌에 관한 형법과 관련 모자보건법은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당장의 입법미비 해결에 노력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대한민국의 산부인과의사는 정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의 전면 거부를 선언한다”며 “이에 대한 모든 혼란과 책임은 복지부에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유형을 세분화해 처분기준을 정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개정안은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의사에게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내린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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