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등 보호장구 미지급 사례도 45.4%나 돼…라이더유니온, 처우개선 위한 10대 요구안 발표
[공감신문]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배달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최근 몇 년 사이 배달대행업체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배달 노동자들은 폭염, 혹한, 미세먼지 등 악천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라이더유니온준비모임(유니온)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이동노동자합정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개 업체 소속 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8개 배달대행업체와 6개 요식업체 소속 배달라이더 5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폭염 시 별도수당을 받은 라이더는 7.2%(4명), 우천·우설 시 추가수당을 받는 라이더는 62%(35명) 수준에 그쳤다.
장갑 등 추위 관련 용품을 지급 받은 응답자는 32.7%(18명)였다. 갈수록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져가고 있지만 황사 방지용 마스크를 받았다는 응답자는 단 9%(5명)뿐이었다.
헬멧 등 기본 보호장구를 개인별로 지급 받았다는 응답자는 10명으로 18.1%에 불과했다. 공용품으로 지급된 경우는 36.3%(20명)였던 데 반해, 아예 지급되지 않았다는 이들은 45.4%(25명)에 달했다.
라이더 10명 중 9명은 위험수당 지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혹한, 미세먼지 등의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고 응답한 배달 노동자는 90.9%에 달했다.
라이더들은 현재 눈이나 비가 올 때만 건당 100원의 추가수당을 지급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마저도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등 일부 업체만의 이야기다.
‘배달제한권’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24개 업체 중 14개 업체의 라이더는 폭우, 폭설에도 배달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통상적으로 오토바이를 이용해 배달 일을 하는 만큼, 눈이나 비가 내리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배달제한권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현장에서는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경우가 다수였다. 관리자가 임의로 요구를 묵살하거나, 라이더도 대부분 불이익 우려에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5년차 라이더 김모씨는 “업체에서 배달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관계없이 매출에 맞춰 배달노동자의 인원을 제한하다 보니, 위험한 환경에서 무리한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유니온은 이 같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배달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에는 ▲폭염·혹한·미세먼지 등 악천후 시 ‘날씨수당’ 지급 ▲기상악화 시 작업거부권 도입 ▲안전장비 개인 지급 ▲계절별 유니폼 제공 등이 포함됐다.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결 등 구조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배달대행업체 라이더 대부분은 보험비 부담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사고보상을 받지 못하는 운전자 보험에 가입해 있다.
유니온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배달대행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사각지대 또한 넓다”며 “배달노동자-배달업체-정부 및 지자체의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강제성 있는 배달노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