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지난 토요일(9월 1일) 밤 10시쯤, 아마 흥분으로 좀처럼 잠들기 쉽지 않았다는 분들이 많으셨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후련함에 모처럼의 ‘꿀잠’을 주무셨다는 분들도 계실 테고. 다름이 아니라, 그 날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화려한 대미를 장식할 경기가 연속해서 치러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물러가고, 비 없이 시원하고 맑은 날이었던지라 카페나 호프집의 노천테이블에서 경기를 보셨던 분들도 많았을 게다. 그래서, 그날은 초저녁부터 거리 곳곳에서 환호성과 감탄의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 경기로 우리나라는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얻게 됐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남자 야구 결승전에서는 ‘3대 0’으로, 아주 후련한 결과가 나왔다. 물론 선수 선발에 대해서 양국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일본을 상대로 금메달을 따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초반에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거머쥔 덕분이랄 수 있었으며 8, 9회에 접어들 때부턴 ‘어차피 이긴 듯하다’면서 채널을 돌려버리는 분들도 있더라.

마음고생 많았을 황희찬 선수, 박지성 선수의 '산책 세리머니'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곧바로 이어진 남자 축구 결승전은 야구와 달리 팽팽했다. 우리나라 대표팀과 상대팀 모두 치열하게 볼 다툼을 했으며, 호쾌한 슈팅과 선방이 이어졌다. 그러던 끝에 연장 전반 첫 골이 터졌다. 이어지는 추가 득점까지, 결국 우리나라는 2대 1 승리로 금메달을 따냈다. 정말 모처럼 만의 시원한 경기였다.

지난 토요일 경기를 지켜본 분들은 다 알고 계시겠지만, 두 경기는 모두 한국과 일본이라는 라이벌 국가(?)간의 스포츠 경기였다. 한일전(韓日戰), 그게 이 치열한 경기를 칭하는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여자 하키 대표팀도 4강전에서 일본을 만났다.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경기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늘 치열했다. 오늘의 교양공감 포스트는 바로 그 ‘한일전’에 대해 한 번 살펴보려 한다. 무엇이 양국 국민의 전의를 불태우고, 응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걸까? 또, 그간 우리에게 ‘길이길이 기억될’ 명승부들은 무엇이 있었나?

참고로 일본에서는 ‘닛칸센(日韓戰, 일한전)’, 당연한 말이지만 일본을 앞에 표기해 부르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고연전’이라 부르고, 연세대학교에서 ‘연고전’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 하지만 에디터 역시 단군의 자손이고 배달의 민족인지라, 이번 포스트에서는 당연히 ‘한일전’이 되시겠다. 또, 작성자가 아무래도 한국 사람인 만큼 다소 편파적일 수 있음을 유념해주시길 바란다.

※ 역대 기록 중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에 아쉽게 패배한 경기도 있고, 차마 말을 잇지 못할 만큼 처참히 패배한 경기도 있다. 심지어 어느 종목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차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에서는 오로지 ‘우리나라가 승리한’ 경기만을 꼽아보도록 하겠다. 왜냐고? 진 경기는 다시 떠올려봐도 열받으니까… 쒸익…

■ 어째서 ‘한일전’은 유독 뜨거울까

일단 한일전이 왜 유달리 주목도가 높은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지에 대해 함께 분석해볼까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스포츠 팬들(+스포츠 선수 및 관계자들)은 어째서 상대국을 일종의 ‘라이벌’로 여기게 됐는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어째 꽤나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 나라, 일본. [wikimedia commons]

우선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이 한일전의 열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겠다. 예로부터 가까운 나라와 평화롭게 지낸 나라는 드물었다. 그런 역사속에서 부딪히고, 마찰하면서 서로의 나라에 대한 악감정이 쌓여온 것이다.

이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특성은 결국 ‘역사적 갈등이 있다’는 점을 불러온다. 지척에 있는 나라인 만큼, 역사 속에서 갈등과 침략, 수탈이 발생하기 쉽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 이미 임진왜란을 겪었으며, 또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스러운 과거가 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을 수밖에 없다.

치욕스러운 일제강점기 식민지의 역사. 우리나라가 일본에 반감을 가지게 된 계기. [photo by KOREA.NET on flickr]

또, ‘아시아 지역에서 비견할 두 나라’라는 점 역시 라이벌 의식을 갖게 만드는 데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을 필두로 한국과 대만, 홍콩 등이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게 됐다. 이게 이른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다. 그러나 대만과 홍콩 모두 ‘나라’라 부를 만한 국제적 위상이 불분명한 상태다. 결국 대만도 홍콩도 ‘아시아의 선진국’이라 부르긴 애매한 셈. 그래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아시아에서도 눈에 띄게 고속 성장을 이룩한 ‘유이(唯二)한’ 선진국이라 볼 수 있겠다.

스포츠 무대에서 맞부딪히며 쌓인 경기 성적들 역시 경쟁구도를 만들게 됐다. 각 종목별 역대 한일전 전적은 대체로 어느 한 쪽이 압도적이지 않은, 대부분이 비등한 균형을 갖추고 있다. 물론 ‘농구’나 ‘e스포츠’ 등, 어느 한 쪽이 상대방을 압도하는 실력을 갖춘 종목도 있다. 그러나 ‘야구’, ‘축구’ 등 인기 종목은 대부분, 양국의 실력이 팽팽하게 맞서는 편이다.

양국의 경쟁의식은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다. [wikimedia commons]

결국은 지리, 역사, 경제적 여러 요건들은 결국 양국의 스포츠 대결로까지 번지게 됐고, 이 때문에 한일전은 양국 국민들에게 대단히 중요하게 여겨지게 된 셈이다. 유럽에서도 여러 나라들이 이와 비슷한 조건에 맞아떨어지면서 ‘라이벌’로 여겨지고 있으니, 이 특정한 조건들이 결국은 두 나라 사이의 라이벌리를 만들어낸다고도 해석해볼 수 있겠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일본은 독도 관련 문제로 외교적 마찰까지 겪고 있으니 경기가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아, 물론 독도는 우리 땅이다.

그런가하면 예외적으로, ‘치열함’보다는 ‘훈훈함’을 느껴지게 만든 사례도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라이벌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친 끝에 승부를 내고, 승자가 패자를 위로하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바로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 이상화 선수와 고다이라 나오 선수 말이다.

이상화 선수와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오랜 친구이자 경쟁상대라고 알려져있다. [이상화 선수 인스타그램]

500m 경기에서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에 쐐기를 박았다. 이어지는 이상화 선수의 경기에서 고다이라 나오 선수는 일본 관중들에게 ‘선수가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해 달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이후,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던 이상화 선수에게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조용히 다가와 위로를 전했고, 이상화 선수는 그런 그녀에게 진심을 담은 축하를 건넸다. 전 세계가 한일 양국 라이벌 선수들의 우정을 지켜봤고,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야구, 2015년 도쿄대첩

야구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경우 프로 리그는 물론이고, 고교야구도 대중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wikimedia commons]

일본의 프로야구 NPB(Nippon Professional Baseball) 리그는 그 역사만 80년을 넘긴 수준이며, 규모도 미국 MLB에 버금가는 거대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야구의 인기가 대단하지만, 역사와 규모를 따지자면 일본에 비교하긴 어려운 정도.

그러나 국가대표팀 간의 경기는 또 얘기가 다르다. 양국 야구 리그의 세계적 위상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국가대항전 경기에서만큼은 또 승부가 엇갈리며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게 되기 때문.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에서는 지속적으로 맞부딪히며 양국 팬들의 응원열기가 가열됐고, 올림픽 무대에서 역시 한국과 일본은 몇 차례 승부를 가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역대 야구 한일전’이라면 뭐니뭐니해도 ‘2015 WBSC 프리미어 12’의 준결승전, 이른바 ‘도쿄대첩’이 가장 유명할 것.

우승팀은 우선 둘째치고, 대회 자체부터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었다. [WBSC 웹사이트 캡쳐]

우선 이 대회의 개최에 대해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WBSC 프리미어 12는 애초에 일본과 대만이 공동개최한 대회로, 대회 진행부터 대진표, 경기 일정까지 모두 주최 측에 의해 결정됐다. 이 과정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다소 ‘편파적’이라 느낄 수 있을 법 했다. 그도 그럴게 개최국인 일본은 노골적으로 자국을 밀어줬으며, 심판 배정도 ‘졸속’이라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야구계에 대한 홀대 등으로 국내 비난여론이 가열되고 있었던 가운데, 곡절 끝에 우리나라와 일본은 준결승에서 만나게 됐다.

경기는 초반부인 4회부터 일본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 일본의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의 호투로 공격 기회가 막히고, 우리나라는 3점이나 실점을 했다. 8회 말까지의 점수는 3대 0. 한국 응원단의 얼굴이 굳어져가고 있었다. 이때 이미 ‘개막전의 패배’를 되새기는 것이 아니냐며 포기하는 분위기가 일었다.

이날 경기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역사에 길이 남을 기막힌 역전극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던가, 9회 초 우리나라의 공격이 활기를 띄더니 세 타자의 연속 안타, 여섯 타자의 연속 출루로 인해 4점을 득점한다. 이어지는 9회 말 수비 차례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호수비를 펼치면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결국 경기는 9회 초의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이 경기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에게 있어 가장 빛나는 역전승이며, 열악한 경기 환경과 주최 측의 편파적인 진행 등도 이겨내고 얻은 값진 승리였다. 결국 준결승전이 열린 도쿄돔은 우리나라 선수들의 승리의 환호로 가득 찼고, 아직도 많은 이들은 이 드라마틱한 역전승부를 도쿄대첩이라 기억하며 두고두고 회자하고 있다. 그때를 기억하면서 되새기자,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 축구, 유혈낭자했던 런던 올림픽

한국과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굉장히 높은 주목을 받는다. 양국 모두 축구가 인기 종목이며, 특히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유럽 등 해외 축구 선진국으로의 선수 진출이 잦아지면서 실력도 한층 더 ‘상향평준화’ 됐기 때문에 자국 팀에 거는 기대도 높아졌다. 일단 축구 한일전의 역대 기록을 살펴보면 1985년부터 총합 78회의 경기가 이뤄졌고, 그 중에서 우리나라가 41번 일본을 꺾었다. 패배 기록은 총 14회다.

지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승리 후 화기애애한 축하 분위기. 만약 졌더라면…

우리나라가 축구 종목에서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승률이 높은 만큼, 일본에서도 ‘한국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듯 싶다. 일한전, 그러니까 일본 주요 언론들이 한일전에 앞서 보도하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그 경쟁의식을 잘 읽을 수가 있다. 그리고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승팀 선수들은 ‘구국의 영웅’급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고 패배한 팀 선수들은 역적 취급을 받으며 침통한 표정을 짓는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뜨겁고, 경쟁의식이 높다는 뜻이다.

앞서도 말했듯 그간의 한일전 축구 전적은 우리나라의 승률이 다소 높은 만큼, 한일전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 경기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에디터는 그 중에서도 ‘2012 런던 올림픽’의 3·4위전을 최고의 명경기로 꼽고 싶다. 그 경기야말로 정말 말 그대로 ‘단두대 매치’, 양국의 데스매치였으니까. 당시 이 경기는 ‘한국이 올림픽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권에 진출하느냐’ vs ‘일본이 44년만에 올림픽 축구 메달을 획득하느냐’가 걸린, 그야말로 다시 없을 중요한 경기였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병역 면제 혜택’까지 걸려있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해당 경기는 양국 국민들 모두에게 매우 주목도가 높았다. 당시 양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간의 역대 전적은 우리 기준으로 4승 4무 4패, 심지어 경기를 즈음 해서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를 방문하고, 일본 측에서는 이를 반발하는 등 과장 조금 보태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그라운드로 들어서는 선수들의 표정 역시 긴장감과 비장함이 감돌 수밖에 없었다.

전반전에 한 골, 후반전에 또 한 골. 정말이지 '보는 맛'이 있었던 경기였던듯! 이기니까 레알 꿀잼!

휘슬이 울리고,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양국 선수들은 그야말로 난투극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파울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 양국 선수들이 피를 보는 부상까지 당했다. 유혈낭자한 접전 끝에 전반 37분, 박주영 선수가 3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 값진 골 이후 한국 선수들은 독이 오른 일본의 공세를 막아냈으며, 후반 11분에는 구자철의 추가골까지 터져버렸다.

결국 유혈이 낭자했던 ‘역대급’ 한일전은 2대 0으로 경기 종료, 한국은 최초로 올림픽 축구 동메달(과 함께 병역 면제 혜택)을 거머쥐게 됐다. 패배한 일본에서는 “선수들이 헤엄쳐 귀국해야 한다”거나, “한국 선수 대신 군 입대를 시켜야 한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고 한다.

■ 동계종목, 그리고 평창 동계올림픽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은 동계 스포츠 종목에서도 종종 치열하게 맞붙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라는 두 월드 클래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2004년 주니어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국제 대회에서 맞부딪혀왔다. 그러나 두 선수가 모두 은퇴를 한 뒤, 동계 스포츠 종목에서는 이렇다 할 만큼 관심을 끄는 한일전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그야말로 얼음꽃(?) 튀는 한일전 명경기가 탄생했다.

영미-! 엄청난 인상을 남긴 김은정 선수의 외침. [Japan times 캡쳐]

이번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전 국민의 응원과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았던 종목은 아무래도 ‘컬링’이 아닐까 싶다. 그 전까진 ‘비인기 종목’ 중 하나에 불과했으나, 당시 대회에서 우리나라 컬링 여자부 대표팀이 기염을 토하면서 컬링 강국들을 하나씩 격파,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은 것.

우리나라 컬링팀, 그러니까 ‘팀 킴’은 이미 예선전에서 일본에게 역전패를 당했던 경험이 있었다. 일본 역시 2012년부터 한국 여자부 컬링 대표팀과 경쟁하는 관계였기에, 두 팀은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4강전 상대로 일본팀을 만나게 된 이상, 양팀 모두가 ‘질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울 수밖에 없게 됐다.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포기하지 않았던 후지사와 사츠키 선수도 이날 엄청난 실력으로 경기를 이끌어갔다. [Japan times 캡쳐]

경기는 팽팽하게 흘렀고, 한국 팀의 우세와 일본 팀의 우세가 엎치락뒤치락하며 결과를 예상할 수 없게 했다. 추격에 추격, 또다시 역전. 혹자는 이 경기를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경기’였다고도 회고하더라. 백중세 끝에 승기가 팀 킴에게 기울고, 한국 선수(김은정 선수)가 어려운 난이도의 샷을 성공시키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 경기는 컬링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흥미롭게 본 종목’ 1위(70%),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새롭게 관심 가진 종목 1위(55%)’를 차지하게 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었다. 특히나 경기 외적으로도 양국 선수단의 유사점(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력으로 성과를 얻어냈다는 점), 화제성(마치 만화에나 나올 법한 캐릭터 대립) 등도 높은 인기를 끄는 데 한 몫 했다.

■ 치열한 승부, 그러나 과열 양상은 피해야

그간 우리가 살펴본 한일전 명경기, 명승부들. 어떻게 읽으셨는지. 한일전을 응원할 때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지셨는지 모르겠다. 양국 응원단과 선수들 모두 ‘일본(한국)에게 만큼은 질 수 없다!’며 전의를 다지고, 투지를 불태우게 된다. 그게 바로 한일전만의 묘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어느 한 쪽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한일전’이라는 특유의 긴장감도 사라지게 마련. 우리나라가 e스포츠에서 일본을 꺾었다고, “숙명의 상대를 이겼다”면서 기뻐하진 않잖아.

그러나 비슷한 실력으로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경기들, 이를테면 축구나 야구 등의 경기는 승리와 패배에 따른 반응이 명확하게 엇갈린다. 결과가 때때로 패자에게 너무 가혹할 때가 있다. 실력에 관계없이 ‘무조건’ 이기기만을 바라거나, 한일전에서 패배할 경우 대중들과 언론의 질타가 쏟아지는 것. 그런 것들은 아마 한국과 일본 양국 선수들 모두에게 어마어마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응용 감독의 명대사, "다른 나라에 다 져도 일본에 이기면 전승이다"는 우리나라에서 한일전을 어떻게 여기는지 잘 보여준다.

모든 팀에 다 이겨도 일본에 지면 전패고, 다른 나라에 다 져도 일본에 이기면 전승이다.

-김응룡 감독

종목을 가리지 않고, 한일전을 앞둔 양국 대표팀의 선수들은 모두 남다른 각오와 의지를 다질 것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고, 공은 둥글고,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듯 승패 역시 반드시 갈리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혹은 일본은 상대 팀에 패배할 수도 있다. 아무리 전의를 다지고, 최선을 다했어도 패할 수는 있는 법이니까. 문제는 그 뒤의 과도한 질책과 비판이다. 세상 어느 스포츠 선수라도 ‘지고 싶어 경기에 뛰어든다’는 사람은 없다. 한일전에서 패배한 선수? 모르긴 몰라도, 아마 밤잠도 못 자며 원통해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굳이 우리가 그런 선수들을 들쑤시고, 비판해야만 하는 걸까?

당연히 '이기는 쪽'이 기분도 좋겠지만, 혹시 분전 끝에 패하더라도 응원해주자. 졌지만 잘 싸웠노라고. [photo by KOREA.NET on Flickr]

분명 한일전은 남다른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든다. 양국의 역사, 지리, 외교적 관계를 감안하면 그런 치열함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심지어 에디터도 그렇더라. 다른 나라에 지는 건 몰라도, 일본에 패하는 건 분통이 터진다.

하지만 그런 승부욕이 과열양상으로 치달아, 패배한 선수들을 더 서럽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한다. 분명 다음번에는 패배의 경험을 거름삼아 이길 것이라고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스포츠는 결과에 승복할 줄 알아야 가장 아름다운 법이니까! 승패와 관련 없이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에 끝없는 박수를 보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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