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하늘이 참 파랗다. 지난 여름 동안은 그렇게 비를 아끼던 하늘이, 아껴왔던 빗물을 여름의 끄트머리에 한 방울까지 쥐어짜 쏟아낸 뒤에 파아랗게 개였다. 그래서 8월 말 우리는 ‘이러다 느즈막에 홍수 나는 건 아닌가’하고 걱정을 했었더랬다.

마려웠던 비를 시원하게 쏟아내고 나서, 상쾌한 표정을 짓는 꼴이다. 비유가 어째 조금 그렇지만, 지금 모양새가 딱 그렇다. 오줌을 참던 아이가 시원한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 요즘 하늘이 그렇더라.

요즘 하늘 사진을 찍어보면 정말이지, 보정 하나 안 해도 새-파랗게 나오더라.

그 덕에 곳곳에서 시리도록 푸른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은 듯 하다. 지인들의 SNS를 염탐하다 보면 유달리 하늘 사진을 많이 볼 수 있다. 바빠서 퇴근도 제때 못 하는 양반들이, 또 하늘은 자주들 올려다 보고 계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 창공의 여기저기에는 흰 얼룩이 묻어있다. 그 조각난 솜뭉치들은 햇빛을 받아 빛나거나, 아니면 제멋대로 흩어져 있다. 근래 보기 드물었던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데이트하기 딱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바람도 살랑살랑.

날씨가 좋아 마음이 들뜨는 우리에겐 참 다행스런 일이다. 이런 날씨를 핑계 삼아 회사 옥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보기도 하고, 퇴근길엔 괜스레 한 정거장 일찍 내려 조금 걷기도 한다.

반대로 화창한 날씨 때문에 도리어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저 하늘의 새는 저렇게 자유로운데, 지상에 얽매인 우리는 무엇 때문에 자유를 누리지 못하나. 날씨가 화창하면 뭘 하나, 오히려 일에 집중도 안 되는 걸. 이런 날씨엔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쏘다녀야 하는데. 등등.

어쨌거나 하늘은 슬쩍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우리의 감정, 심리 상태를 그대로 투영할 때도 있고, 또 때로는 우울한 마음을 시원하게 날려보내주기도 한다. 그래, 마치 드넓은 바다처럼.

여러분의 시선을 하늘로 끄집어올리기 위한 에디터의 노력을 예쁘게 봐 주시길.

오늘은 별스럽지도 않고, 사소하고 당연하면서도 한 번쯤 돌아보면 좋을 이야기들을 해볼까 한다. 여러분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처럼. 하늘도 그리 별스럽지 않고, 언제나 당연한 곳에 당연하게 존재하지만 한 번쯤 올려다보면 좋지 않나.

이번 공감신문 교양공감은, 우리가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봐야 하는 몇 가지 이유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니 편안한 마음으로, 편안한 곳에서 함께해주시길 바란다. 이왕이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에서.

■ 하늘은 ‘자연 그대로’에 가장 가까운 공간이니까

대부분이 아스팔트 아니면 콘크리트로 덮여버린 도심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긴 쉽지가 않다. 특히나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은 더더욱 그렇다. 공원 등에서 나무나 풀, 꽃 따위를 볼 순 있지만 그건 대부분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들이다.

간과하고 계셨을지 모르겠는데, 하늘 역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한 공간이다. [Photo by Freddy Marschall on Unsplash]

반면에 하늘은? 하늘은, 아무래도 우리가 딛고 있는 지상 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다. 원래의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됐달까? 뭐, 하늘 역시 대기오염이나 시야를 가리는 고층 건물 등이 있지만 그래도 콘크리트 정글보다야 낫다.

너른 하늘에는 인공적인 건축물도 없고,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도 없다. 이따금씩 항공기나 헬기가 지나가는 걸 볼 수는 있지만, 그 정돈 감상에 그리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 날은 또 어떻고? 혹시 비오는 날 하늘을 올려다봤던 분 있나? 생각보다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다. 후둑후둑 쏟아져내리는 비를 아래서부터 보는 건.

깜빡이는 인공위성은 '별 볼일 없는' 요즘의 밤하늘에 몇 안 되는 빛이다. [Photo by James Coleman on Unsplash]

밤 하늘에 빛나는 별들. 그 중엔 분명 인공위성도 있다. 그래서 종종 헷갈리지 않나. “저건 별이야, 아님 인공위성이야?”하고. 그러나 그게 우주를 떠다니는 인류의 조형물이건, 아님 몇억 광년 떨어진 행성의 빛이건 우리 눈으론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결국은,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람은 누구나 내면 깊숙한 곳에 ‘태초의 자연’에 대한 갈망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그런 태초의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된 공간이 바로 하늘이라고 볼 수 있겠다.

■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까

나이 지긋하신 분들(꼭 그런것도 아니긴 하다만)은 흔히 등산을 취미로 삼고 계신다. 산을 오르면서 산과 교감하고, 땀을 한바탕 흘리고 나면 ‘힐링’이 된다고 하시더라. 또, 주말만 되면 가까운 바다로라도 다녀오시는 분들이 계시고. 대자연을 감상하면서 일상의 활력을 얻고, 치유를 경험하고자 하는 것이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으므로, 바닷가 등 피서지 역시 붐볐을 것이라 예상된다. [Photo by resa cahya on Unsplash]

여름 휴가철만 되면 산이나 바다, 계곡 등이 붐빈다. 그곳에서 자연을 느끼고, 휴식을 취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곳들은, 아름드리 빌딩 숲 속의 거주민인 우리에겐 꽤나 멀리에 있다. 가장 가까운 바다도 저어기, 서해까진 가야 한다. 산? 본격적인 등산으로 ‘힐링’하려면, 평일엔 아무래도 무리다.

하지만 하늘은 그렇지 않다. 바다나 산처럼, 그저 지그시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의 스트레스를 날려주지만 굳이 멀리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잠시 고개만 들어올리면 하늘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누구나, 언제든 찾을 수 있는 힐링명소 하늘. 우리가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축복이다. [Photo by Ryan Waring on Unsplash]

하늘과 친해지면 그만한 위로가 없다. 올려다보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어주니까. TV나 드라마에서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오픈카를 타고 바다로 달려가지? 오픈카도 없고, 가슴 답답하다고 시간을 뺄 여유도 없는 우리에게 하늘은 꽤 괜찮은 위로가 되어준다. 무엇보다도 하늘을 찾을 땐 고속도로 통행료나 입장료, 자릿세 등 온갖 비용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자연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우리에겐 하나하나가 선물이다. 위에서 언급한 ‘태초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을 우리가 쉽게 고개만 들어서 찾을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축복이나 마찬가지다.

■ 하늘은 볼 때마다 다른 모습을 하니까

하늘은 시시각각으로 색과 모습을 바꾼다. 우리가 출근길에 잠시 올려다본 하늘과, 점심시간에 밖에 나와서 본 하늘은 또 다르다는 말씀. 오늘 아침에 봤던 강아지 모양 구름은 어느새 흩어져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컵케이크나 나비모양 구름이 나타난다는 말씀.

밤하늘의 색은 매일매일이 다르다. 낮 시간보다 훨씬 다양한 색을 지녔다.

그런가하면 색은 또 어떻고? 아침엔 새파란 바다의 색을 하고 있다가, 낮이 되면 햇빛을 잔뜩 머금고 하얘지고, 그러다가 다시 오후가 되면 금빛으로 익어가다가 저녁이 되면 노오랗게 물이 든다. 그 다음 날은 또 다르다. 어느날 문득 올려다본 저녁 하늘이 핑크빛을 하고 있어서, 잠시 넋을 놓고 바라봤던 경험은 아마 많이들 해보셨을 게다.

그래, 사실 ‘하늘색’이라 부르는 푸르스름한 색은 알지만, 우리는 모두 다 알고 있다. 하늘은 온갖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슴푸레 새벽녘 일찍 일어나 창밖을 보면, 서쪽은 아직까지 보랏빛을 띄고 있지만 동쪽 하늘은 불그스름한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첫 출근했던 날 마음의 상처를 입고 퇴근하던 저녁놀은 한라봉 겉껍질처럼 농익은 주황색을 하고 있었고. 연인과 손잡고 걷다가 마주한 하늘은 또 자주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온갖 색을 머금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라데이션의 마법. 그게 하늘의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분홍색 또는 보라색 하늘을 좋아한다. 알록달록한 셔벗 맛이 날 것만 같아서. [Photo by Janis Rozenfelds on Unsplash]

어제 하늘을 봤다고, ‘앞으로 다신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겠다’는 사람이 어딨어. 어제와 똑같은 하늘은 없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심지어 아까와 지금의 모습도 다르다. 그게 하늘의 무수한 매력 중 하나 아닐까? 쉴 새 없이 구름의 모양과 하늘의 색을 바꿔대는 탓에, 언제 봐도 새롭다는 거.

■ 하늘은 우리가 언젠가 한 번쯤 꿈꿨던 곳이니까

저 하늘이 미지의 영역일 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농작물을 자라게 하는 고마운 비를 흩뿌리는 것도, 가끔씩 산을 찢는 굉음을 내며 번개를 내리치는 것도 하늘이었으니까.

비행기엘 타본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구름 아래'와 '구름 위'는 또 다르다. 완전 신세계가 펼쳐진달까. [Photo by Thomas Richter on Unsplash]

신을 믿는 이들은 대부분 ‘저 하늘 높은 곳’ 어딘가에 그들의 신이 있고, 우릴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말하자면 우리 머리 위의 하늘이 ‘신의 영역’이었던 게다. 그렇기에 신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하늘을 동경해왔다. 그건 ‘이카루스’나 ‘바벨탑’ 등의 전설 속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난… 다시 태어난다면… 자유로운 새가 되어 저 하늘을 훨훨 날고 싶어…★ 하늘은 그야말로 무한한 자유의 상징이다. 날개를 펴고 자유자재로 활공하는 새들은 몇몇 몽상가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바로 거기서부터, ‘인류의 비행의 역사’가 싹을 틔워내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새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날진 못해도, 새를 닮은 거대한 쇳덩이에 몸을 싣고 바다를 건넌다.

요맘때 강원도엘 가면 철새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Photo by Barn Images on Unsplash]

물론 아직까지 우리 인간은 하늘을 ‘완전히’ 정복하진 못했다. 어딘가에 깃발을 꽂지도 못했고, 새들처럼 개개인이 자유롭게 하늘과 지상을 오가긴 힘들다. 하긴 비행기 티켓값이 얼만데.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같다.

한때 당신도 한 번쯤은 하늘을 꿈꿨었다. 바람을 타고 무한한 자유의 세계를 누비며, 따스한 햇빛을 받는 꿈을 꾸셨을 게 분명하다. 하늘은, 아직까지도 완전히 정복하지 못했기에 우리에겐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무한한 꿈을 꾼다.

■ 하루에 한 번씩은 하늘을 보자

지금까지 에디터의 ‘하늘 예찬’을 따라와주셨다면 아시겠지만, 에디터는 개인적으로 하늘을 몹시 사랑한다. 그저 올려다만 보는 것도 좋고, 가끔씩 운이 좋으면 비행기를 타고 그 위를 내려다보는 것도 좋다.

요즘은 정말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딱 좋으니 잠깐씩이라도 실외로 나가자. 하늘 구경도 할 겸.

하늘은 그 존재만으로도 행복감을, 자유로움을, 또 때로는 위로가 되어준다. 그렇게 고마운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있으며, 또 누구든 간에 원할 때 바라볼 수 있다.

좋은 건 나누랬다고, 여러분도 에디터와 함께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셨으면 좋겠다. 아마 여러분은 피곤과 격무에 찌들어 계실 테니까. 하늘 한 번 올려다보는 것도 ‘여유’가 필요할 만큼 바쁘실테니까.

이렇게 하늘 구경하기 좋은 시기, 오래 안 간다. 놓치지 마시길.

사실 ‘하늘구경’이 매일같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는 법이다. 기분은 몹시 상쾌한데 하늘은 흐리멍덩- 먹구름을 품고 있을 때도 있다. 또, 요 며칠은 좀 덜하지만 미세먼지나 황사 따위가 맑은 하늘을 더럽혀 놓을 때도 있고. 하지만 그래도 하늘은 언제나 거기 있으니 고개를 들어보자. 어떤 모습을 했건 하늘은 하늘이다.

여러분에게 ‘하늘을 올려다봐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소개한대놓고, 어째서 네 가지만 소개했는지도 덧붙여볼까 한다. 사실 대부분의 현대인들, 특히 직장인들은 거북목 증후군을 적건 많건간에 달고 산다. TV나 모니터, 아니면 스마트폰에 시선을 뺏겨버린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그런 분들이라면 하늘을 마음껏 구경하는 시간이 ‘목 스트레칭’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헤헤. 그게 마지막 다섯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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