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만에 3만7000여명 동의...‘자기무시’·‘갑질버릇’ 비판 일기도

정상회담 일정을 불발시킨 여야 3당 대표 탄핵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공감신문] 지난 18일 여야 3당 대표가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계획된 북측 인사와 면담을 불발시킨 가운데, 이들을 탄핵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3당 대표 불발 소식이 국내에 불거진 시각은 전날 오후 6시가 넘어서다. 이후 청와대에 등재된 ‘탄핵청원’은 19일 오전 10시 기준 3만7000여명이 동의했다. 

이는 많은 국민이 3당 대표의 행동을 외교상 결례로 판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반나절 만에 3만5000여명의 인원이 모였다는 점에서 기존 청와대 국민청원과 비교하면,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다.

청와대가 국민청원에 공식답변을 내놓는 기준은 청원이 등록된 날을 기준으로 한 달까지 20만명이 동의를 표했을 때다. 현재까지 청와대의 답변을 들은 청원은 이날 기준 49개, 답변을 기다리는 청원은 2개다.

청원인은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추후 한반도 평화를 결정할 정상회담에서 되레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을 청원 이유로 들었다.

그는 “정치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뭉친 단체가 정당”이라며 “그런 분들이 이렇게 어리석으신지 범인의 생각으로는 감히 측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구, 가족, 회사 간 계약도 신뢰가 바탕인데, 국가 간 약속에서 이다지도 어리숙한 핑계를 댔다”며 “이게 여야 3당 대표분들의 행동이 맞는지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비판했다. 

평양남북정상회담의 일환으로 열리는 남북 정당관계자 면담이 예정된 18일 오후 북측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일행이 남측에서 온 정당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정상회담 첫날 오후 3시 30분에 약속된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면담에 불참했다.

북측 인사들은 약속 시간 30분 전인 오후 3시부터 3당 대표들을 기다렸다. 현장에는 다수 취재진도 포진해 있었다. 

면담장 앞에서 도열한 채 기다리던 북측 인사들은 3당 대표가 늦자 “남측 대표단 출발이 조금 늦어지는 것 같다”, “아직 대표단이 호텔을 출발하지 않았나 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 시간을 30분 넘긴 오후 4시가 되자 북측 인사들은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 납득할 수가 없다”고 말한 뒤 현장에서 철수했다.

추후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숙소인 고려호텔 로비에서 “일정을 재조정 중이다”라는 말만 전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일정에 착오가 있었다”며 “원래 약속시간에 정당 대표끼리 모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3당 대표가 해명을 내놨지만, 이를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청와대의 정상회담 동행 초청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더욱이 국가적 성격의 행사에 국민의 대표로 참석하면서, 사전에 일정을 확인하지 않고 조율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격에 맞지 않은 북측인사와 면담 일정에 불만을 가진 3당 대표가 고의로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일종의 갑질의식으로, 국내에서도 우리 야당한테 하던 갑질의식이 북한에 가서 드러난 것 아닌가”라며 “유일한 약속이 있던 걸 몰랐을 리 없고, 몰랐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종의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김영남 위원장은 국회의장 격이고 안동춘 부의장은 국회부의장 격인데, 아마 북한에 도착해서 누굴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안 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7일 민주당 이 대표는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저하고 3당 대표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가서 북쪽 사람들하고 대화를 많이 하겠다”며 “김영남 위원장 같은 분을 만나서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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