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교양공감] 밤 산책하기 참 좋은 날씨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퇴근 후 집으로 향하는 길엔 길거리가 한산하다 못해 조용했다. 하긴 밤에도 열기가 가시지 않은 지독했던 여름이었으니 말이다.

9월 초부터인가 밤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코끝을 맴도는 풀 냄새, 벌써 소복이 쌓인 마른 낙엽 거기다 적당히 어두운 밤하늘까지. 크. 밤 산책은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지 않은가.

가을을 즐기는 건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무실 냥이 까치도 창문을 보며 사색에 잠기는 날이 잦아졌다. 조그만 게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지 톡톡 건드려도 시큰둥한 걸 보니 얘도 가을이란 걸 타나보다.

요즘엔 가을을 맞아 산책을 나온 댕댕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Photo by Xiang Gao on Unsplash]

밤 산책을 즐기는 이들의 옆엔 종종걸음으로 따라다니는 강아지들도 눈에 띈다. 덥지도 않은 날씨임에도 헥헥거리면서 신이 난 모습을 보자니 얘도 우리만큼이나 밤 산책을 기다린 모양이다.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분들은 다들 아실 테다. 강아지들은 산책을 정말 좋아한다. 아마 얘네에겐 산책이 퇴근 후 마치는 맥주 한 잔,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드라마, 좋아했던 가수의 신작 앨범 등에 버금가는 듯하다. 산책의 시옷 자만 꺼내도 문으로 우다다-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면 그것보다 더한 설렘일 수 있겠다.

멍멍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나는 오늘 정말 나가서 뛰어놀고 싶은데 주인은 피곤에 쩔어 들어왔다. 산책할 기미도 없이 침대로 직행하는 주인 놈! 난 온종일 산책만 기다렸는데! 말을 할 수 없는 멍멍이들은 몸으로 표현한다. 주인의 바지 끝자락을 잡아당기던가, 현관문 앞을 끊임없이 서성거리던가, 주둥이가 닿는 곳에 목줄이 있다면 그걸 물어 흔들어 보인다.

인간의 말과 같은 역할을 하는 댕댕이의 카밍 시그널! [Created by Kjpargeter - Freepik]

이렇듯 몸으로 표현하는 반려견의 의사소통법을 ‘카밍 시그널(Calming Signal)’이라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스트레스를 표현하고, 상대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진정 신호다.

카밍 시그널과 관련한 책을 쓴 저자는 이 언어를 인간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견의 신호를 잘 관찰하고 익힌다면 반려인과 반려견이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를 바라보는 댕댕이의 눈을 보자. 아유, 이 걱정 없는 녀석이 말을 하게끔 하려면 수천 년이 걸릴 듯하다. 우리가 카밍 시그널인가 뭔가를 배우는 게 빠르지. 댕댕이와 (더) 친해지기 위한 첫 단계, 카밍 시그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 코를 핥아요

댕댕이의 코는 아주 예민한 부위이니 훈육 시에도 때리지 않는 게 좋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에디터의 강아지는 ‘병원 가자’라고 말했을 때 코를 핥는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도 끊임없이 그러기에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강아지의 신호 중 하나라고 설명해 주시더라.

강아지가 코를 핥는 이유는 불안을 느끼는 자기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함이다. 실제로 강아지들은 코를 핥다 보면 불안한 감정이 해소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 다리를 떠는 행위 등이 이와 동일하다고 보면 되겠다.

반복적으로 코를 핥는다면 진정시켜주는 것이 좋다. 꼭 안아주던가 아니면 평소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져다주던가. 경험상 주인이 옆에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계속 쓰다듬어주는 것도 진정에 도움이 된다.

몸이 좋지 않을 때 코를 핥기도 한다. 강아지에게 코는 ‘급소’와 같은 부위다. 코가 건조해지고 말랐다면 이를 촉촉하게 하려고 본능적으로 코를 핥는 것이다. 코나 몸에 열이 난다면 심한 감기에 걸렸을 지도 모르니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 하품을 해요

강아지의 하품은 때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Created by Kues1 - Freepik]

사람과 같이 피곤하고, 졸려서, 지루해서 하품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하품을 한다. 반려견이 어떤 상황에 하품을 했는지에 따라 무슨 의미를 내포하는지 알 수 있다.

반려견이 오늘 늘어지게 잠을 잤고 피곤할 일이 전혀 없는데 하품을 하면, 에너지를 소비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보다 신나게 산책을 했는데도 하품을 한다면? 피곤하다는 신호다.

사고를 쳐서 혼이 날 때, 하품을 하는 반려견도 있다. 이는 사람처럼 지루하고, 듣기 싫어서 하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해서 나오는 하품이다. 하품은 ‘진정하라’는 의미와 함께 ‘두려움’이라는 뜻도 있으니 웬만하면 봐주는 게 좋겠다. 

 

# 눈 맞춤

그래. 주인아. 나도 네가 좋고 사랑하는데. 귀찮아. [Created by Rawpixel - Freepik]

반려견이 여러분을 지긋이 바라본다면 이는 애정표현이다. 사실상 얼굴을 핥는 게 가장 큰 애교기는 하지만 이는 그 전 단계라고 보시면 되겠다. 에디터가 해석해본 바로썬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네가 있는 그 멀리까지 가고 싶진 않다. 그래도 사랑해’ 정도?

만약 배변을 볼 때 눈을 계속 마주친다면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야생의 본능이 남아있는 강아지가 ‘볼일을 보는 동안 내가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지켜줘’라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 배변 훈련을 했을 때 보상(간식)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그걸 기다리는 마음에서, 자신이 올바른 장소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지 눈치를 보는 것일 수도 있다.  

 

# 고개 돌리기

나는 지금 귀찮고, 화났으니 주인은 썩 꺼지라. [Photo by Jaskirat Singh Bawa on Flickr]

반려견이 여러분을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돌린다면? ※상처주의※ “싫어!”라는 뜻이다(...)

술이 거나하게 취했을 땐 우리 댕댕이들의 미모는 배가 되는 듯하다. 괜히 계속 만지고 싶고 질척거리고 싶으니 말이다. 이때 우리는 ‘우리 댕댕이~ 아이구 예쁘다’라면서 엄청난 애정표현을 쏟아내는데 반려견들은 ‘고개 돌리기’를 시전한다. ‘귀찮으니 썩 꺼져’라는 뜻 아니겠는가. 서운해라.

주로 댕댕이들은 계속 사진을 찍을 때, 약을 먹이려고 할 때, 목욕 할 시간이라고 말할 때 고개를 돌리면서 싫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이 ‘거절’의 카밍 시그널을 사람도 활용할 수 있다. 반려견이 지나치게 흥분해 달려들거나 할 때, 고개를 슬쩍 돌려보자. 어느새 반려견이 조금씩 진정해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반려견의 흥분을 가라앉혀주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응용방법도 존재한다.  

의외로 반려견은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눈이 마주쳤을 때 고개를 살짝 돌려주거나 눈을 감아준다면 ‘난 너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라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 꼬리로 말해요
반려견의 기분을 파악하고 싶다면 꼬리를 자세히 보면 된다. 어느 방향으로, 어느 때 흔드는지 체크한다면 반려견의 ‘말’을 금방 알아들을 수 있다.

저 위풍당당한 꼬리를 보자. 완전히 여기서 지가 '짱'인 줄 아는 듯(...)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꼬리가 정면으로 힘껏 올라간 경우는 ‘위풍당당한 상태’다. 자신감과 우월감을 꼬리로 뽐내고 있는 거다. 만약 댕댕이들이 많이 모인 공원이나 병원에서 꼬리를 이렇게 세운다면 ‘내가 여기서 짱이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반대로 꼬리에 힘을 푼 상태로 편안하게 내려놓고 있다면 이는 매우 편안하다는 뜻이다. 보통 집에서 이런 꼬리 모양을 많이 하는데 ‘주인에게 보호받고 있다’라는 의미다. 이때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꼬리를 펄럭펄럭 위로 올리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더라.

꼬리를 등 쪽으로 말리듯이 올라가있다면 매우 긴장하고 경계하고 있는 상태다. 극도의 불안감을 겪고 있다면 이 상태에서 입을 벌리기도 한다. 이런 상태의 강아지를 갑자기 안아올리면 더욱 불안해할 수 있으니 살짝살짝 쓰다듬어주면서 안정을 취하게 해주자.

아, 고양이도 겁먹으면 꼬리를 늘어뜨리나 봅니다(...) 목이 들어간 건 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꼬리와 귀가 함께 쳐졌다면 겁을 먹은 것이다. 보통 주인에게 혼나거나 다른 강아지에게 겁을 먹었을 때 이런 모습을 보인다. 이때는 훈육을 멈추거나 다른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켜주는 것이 좋다.

꼬리를 흔든다면 반가움, 행복감을 나타내는 거다. 강아지가 기분이 좋을 때 꼬리를 흔든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행동을 한다면 호의적인 표시이니 겁먹지 마시길. 여러분에게 ‘반가워요!’, ‘놀아주세요!’라고 말하는 거다.

반대로 꼬리를 느리게 흔든다면 경계한다는 의미다.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꼬리를 느리게 흔드는데, 이때 갑자기 다가가 만지거나 번쩍 안는 것은 강아지에게 두려움을 줄 수도 있다. 먼저 다가와 체취를 맡아보도록 해주자. 친밀도가 조금 높아졌다면 꼬리 흔들기 속도가 점점 빨라질 테다.

 

# 알다가도 모르겠는 댕댕이들

반려견과 산 기간이 좀 길다 보니 대~충 얘가 뭐라고 하는 지는 알아먹겠다. [Pixabay/CC0 Creative Commons]

에디터는 반려견과 동거한 지 9년이 됐다. 아직 척하면 척! 까지는 아니지만, 반려견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는 정도다. 그도 그럴게, 살다 보면 이놈의 댕댕이는 바라는 게 참으로 많더라고. ‘우유 말고 치즈’, ‘담요 말고 이불’ 이라던가 말이다.

반려견도 우리의 말을 알아듣는다. 에디터가 경험해본 바로는 확실하다. 한 번은 쓰레기통을 엎어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놨기에 분노를 꾹 참고 아주 스윗!한 목소리로 불렀다. 당장 나오라고. 근데 그걸 어찌 파악했는지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가 나오지도 않더라. 그럴 때는 정말 똑순이가 따로 없다. 

우리 애기가 증말 이쁜데(...) 까매서 사진빨이 잘 안 받아요. 훌쩍.

에디터가 키우는 깜이도 어느덧 엄연한 으른 강아지, 노령견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들어 부쩍 낑낑거리고 아픈 날이 잦아졌다. 말로만 들으면 심각하지 않은 ‘관절염’이란 건데 앉았다 일어나기도 힘들어하고, 가끔은 누운 채로 볼일을 보기도 하더라. 

온몸으로 표현하던 댕댕이가 아프다 보니 강아지의 언어이자 신호인 카밍 시그널에 관심이 가더라. 진작 알았더라면 반려견의 기분, 상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해서 여러분은 에디터처럼 후회하지 마시라고 몇 가지를 소개해봤다. 

반려견들은 몸짓으로 ‘나 무서워요’, ‘힘들어요’, ‘아파요’, ‘외로워요’를 표현한다. 이런 카밍 시그널을 놓친다는 건 반려견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겠다.

댕댕이들아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자♡! [Photo by ama711 on Flickr]

에디터보다 더 오랜 시간 반려견과 함께 지낸 분들은 몸짓 언어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겠다. 하지만 읽고 나니 더 자세하고 확실하게 댕댕이의 언어를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으신지. 아니라면 저의 실수이며 제가 잘못했습니다(...)(하품을 한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에디터는 이번 연휴 동안 ‘카밍 시그널’과 관련된 책 몇 편을 볼까한다. 요즘 우리 깜이가 나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고 해서, 제대로 따지려면 요 녀석의 언어를 알아봐야겠다. 

만약 좋은 책이 있다면 여러분께 추천해드리러 오겠다. 그때까지 반려견과 싸우지 말고 잘 지내고 계시길! 서늘한 겨울바람이 불기 전에 산책도 자주 다녀오시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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