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 데 있는 다정한 정보’...올해의 수상자, 최연소 수상자, 수상을 거부한 사람들 등 노벨상에 얽힌 이야기들

[공감신문] 10월은 전 세계적인 관심이 모이는 행사가 열리는 달이다. 그 행사는 바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 시상식이다. 

올해로 118번째 생일을 맞은 노벨상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경사로 여겨진다.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의 유산을 기금으로 하여 1901년 제정된 노벨상은 인류 문명의 발달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주어진다.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경제학, 문학, 평화의 6개 부문이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해 전장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 노벨이 참회의 뜻으로 이 상을 제정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기에는 정확한 근거가 없다.

상에 문학과 평화 부문이 포함된 것은 후회보다는 그의 관심사와 관련이 깊다. 노벨은 생전 문학을 가까이하며 시와 소설을 습작하고 당대의 여러 평화 운동가들과 친분을 유지했다고 한다.

평생 폭탄 개발에 매달린 노벨이 평화에 관심이 깊었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듯한데, 그가 남긴 다음 문장에서 그 뜻을 조금이나마 읽어볼 수 있다.

“나는 전쟁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큰 파괴력을 가진 물질이나 기계를 만들어낼 수 있길 바란다.” 위력이 지나치게 막대한 무기로 전쟁을 꺼리게 만들고 싶다니,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자다운 발상이다.

매년 10월 수상자가 발표되는 노벨상은 물리학과 화학, 생리의학, 경제학, 문화, 평화의 6가지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노벨상의 6개 부문은 전문성이 크게 다른 만큼 각각 다른 기관에서 심사가 이뤄진다.

물리와 화학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경제상은 스웨덴 중앙은행이, 의학상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가, 문학상은 스웨덴 학술원이 선정한다.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관장한다.

수상자는 매년 10월에 발표되며 시상식은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엄청난 영광인데, 상금의 액수도 이 못지않게 크다. 수상자는 금메달, 상장과 함께 약 11억 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상을 받은 자는 6개월 이내에 관련 내용에 대해 강연을 해야 하며 강연 내용의 저작권은 노벨재단에 귀속된다.

올해의 영예로운 수상자 명단도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데, 지난 1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 노벨상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혼조 타스쿠와 제임스 엘리슨.(왼쪽부터)

올해 첫 노벨상인 생리의학상은 제임스 엘리슨과 혼조 타스쿠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종양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체계의 고유한 능력을 자극해 암 치료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수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의학자는 백혈구의 일종인 T면역세포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차단하는 항체를 개발했다. 그 결과 T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해 암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지게 됐다. 오랫동안 인류를 공포에 떨게 했던 암 정복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수상이었다.

노벨물리학상에는 아서 애슈킨, 제라드 무루, 도나 스트릭랜드가 선정됐다. 이들은 적은 에너지로 고출력 레이저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레이저는 라식수술과 같은 의료 분야에 활용된다. 도나 스트릭랜드는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 이후 역대 3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로 뽑혀 큰 주목을 받았다.

화학상의 영광은 프랜시스 아널드, 조지 스미스, 그레고리 윈터에게 돌아갔다. 세 화학자는 진화의 원리를 활용해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단백질을 만들어냈다.

오는 5일과 8일에는 평화상과 경제학상 수상자가 각각 발표된다. 올해 문학상은 수상자를 선정하는 기관인 스웨덴 학술원이 성추문에 휘말림에 따라 생략하게 됐다.

싱어송라이터인 밥 딜런은 재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화제가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노벨상의 원칙 중 하나는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평화상만 개인이 아닌 단체나 조직에게 주어질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생리의학상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인 랠프 스타인먼 박사가 발표 3일 전에 사망하는 사건이 빚어지기도 했다. 노벨 위원회에서 이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하고 명단에 올려 문제가 되었으나, 논란 끝에 수상자 목록에서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이 단 1명 있는데,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남북 화해와 교류, 햇볕정책, 대북화해협력정책 등의 공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그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8월 이산가족 상봉, 9월 남북 선수단 올림픽 개막식 동시 입장을 성사시킨 바 있다.

2016년에는 노벨문학상 부문에서 이례적인 수상자가 나와 큰 화제가 됐다. 평화와 자유, 반전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밥 딜런이 그 주인공이다.

당시에는 그간 작가들에게만 한정됐던 노벨문학상이 싱어송라이터인 밥 딜런에게 주어지면서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의 대표곡에는 어린 아이의 시점에서 평화와 반전을 노래한 Knockin’ on Heaven’s Door가 있다.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인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유일한 미성년자 수상자이기도 하다.

최연소 수상자는 2014년에 17살의 나이로 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다. 그녀는 파키스탄 탈레반에 대항해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억압에 반대하고 모든 어린이의 교육권을 위해 투쟁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평생 한번 받기도 어려운 노벨상을 두 번 이상 수상한 사람도 있다. 바로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한 마리퀴리다.

그녀는 방사성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해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11년에는 라듐을 광물에서 분리해내는 데 성공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개인은 아니지만 세 차례나 노벨상을 받은 단체도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1917년, 1944, 1963년에 걸쳐 평화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노벨 문학상의 역사에는 수상을 거부한 사례들이 포함돼 있다. 실존주의 사상가로도 유명한 프랑스 작가 장 폴 사르트르는 1964년에 작가로서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

소설 '닥터 지바고'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됐으나 상을 거절한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소설 ‘닥터 지바고’로 잘 알려진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됐으나 이를 거절했다. 여기에는 슬픈 비화가 숨겨져 있다.

사르트르는 자발적으로 상을 거부했지만 파스테르나크는 고국에서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억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닥터 지바고’에 반영된 당시 소련의 사회상이 소련 정부의 심기를 거스른 탓에, 파스테르나크는 정부로부터 “스웨덴에 상 받으러 갔다가 다시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말라”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노벨상과 얽힌 흥미로운 일화들이 많은데 어떤 사연이 있던 이들이 인류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수상자가 단 한 명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소 안타깝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 국면을 이끌어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상을 받을 거란 기대가 모이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 접수가 지난 2월에 끝나면서 수상 후보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벨상이 그 척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인재들이 세계무대에서 더 많이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