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처방 정보 공유 미흡 사실 알고도 무분별한 단체헌혈 받아”

장정숙 국회의원
장정숙 국회의원

[공감신문] 유안나 기자=대한적십자사의 미흡한 헌혈관리시스템으로 헌혈금지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의 혈액이 채혈돼 무방비로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대안정치연대 장정숙 의원(비례대표)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헌혈금지약물 복용자 채혈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헌혈금지약물 복용자의 헌혈이 총 2740건으로 집계됐다. 

대한적십자사는 임산부가 복용하면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아시트레틴, 아큐탄 등 의약품을 헌혈금지약물로 지정, 해당 약을 복용한 사람들의 헌혈을 일정기간 금지하고 있다. 

헌혈금지 약물로 지정된 의약품으로는 건선치료제, 전립선비대증치료제, 남성탈모증치료제, 여드름 치료제 등이 있다. 

금지약물별로 살펴보면, 여드름 치료제가 총 4169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1925건이 뒤를 이었다. 

장정숙 의원에 따르면, 헌혈금지약물 복용자로부터의 채혈은 헌혈 전 문진 단계에서 금지약물 복용여부를 스스로 밝히지 않는 경우 종종 발생한다. 

이에 적십자사는 심평원?국방부와 협의를 거쳐, ‘혈액사고방지 정보조회시스템’을 구축하고 매일 금지약물 처방정보를 제공받아 금지약물 복용자로부터 채혈된 혈액의 출고를 막고 있다. 

적십자사는 선진화된 시스템에도 문제혈액이 출고된 것과 관련해 “현재 파악되고 있는 헌혈금지약물 복용자의 혈액 출고 대부분은 요양기관에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처방정보의 등록이 이뤄지지 않거나 지연되는 문제 등으로 정보가 제대로 넘어오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적십자사의 기관간 약물처방정보 공유 현황을 점검한 결과, 더욱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도별 헌혈금지약물 복용자 채혈 현황 / 장정숙 의원실 제공
연도별 헌혈금지약물 복용자 채혈 현황 / 장정숙 의원실 제공

장 의원에 따르면 현재 적십자사는 법무부 소속 교도소, 구치소, 보호소, 소년원 등 교정시설에서 처방되는 약물정보를 전혀 공유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무분별하게 이들 기관으로부터 단체헌혈을 받고 있었다. 즉, 헌혈자가 어떤 위험 약물을 투여했을지도 확인할 수 없으면서도 무분별하게 채혈을 하고 유통까지 시킨 것이다. 

실제 연도별 법무부 소속 교정시설 헌혈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말까지 헌혈실적은 5369건에 달했다. 이로부터 생산된 혈액제제 1만5702유닛 가운데 1만2967유닛은 수혈용으로 공급됐고, 2213유닛은 의약품 제조를 위한 분획용으로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장 의원은 심지어 적십자사는 이같은 문제를 알고도 약물처방정보 공유를 심평원의 역할이라며 떠넘겼고, 법무부와 정보공유에 대한 직접적인 협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헌혈금지약물의 경우 복용 후 헌혈금지 기간이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영구히 지속되는 의약품이 있다. 

교정시설 재소자가 출소 전 시설 내 의무시설에서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교정시설 내 헌혈금지약물 처방정보 공유는 반드시 필요다고 장 의원을 설명했다. 

장정숙 의원은 “혈액부족을 핑계로 안전성조차 담보되지 못한 혈액을 채혈하고 유통한 것은 물론, 정보공유 미흡의 문제점을 알고서도 방치한 적십자사의 행태는 안전불감증을 넘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면서 “즉시 법무부와의 협의를 실시해헌혈금지약물 처방정보를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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