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일어나선 안 될 일…재발 방지 위해 체계적 점검 필요해”

고양 저유소 화재 당시 진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공감신문] 지난 7일 오전 10시 56분께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고양 저유소에서 유류 저장탱크에 불이 나는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화재가 초기진화에 실패하면서 탱크에 저장된 440만ℓ 중 2만ℓ짜리 대형유보다 133대 분량인 266만ℓ를 태웠다. 불은 화재 발생 17시간 만인 8일 오전 3시 58분께 꺼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저유소에서 직선거리 약 25km가 떨어진 서울 잠실 등에서도 관측될 정도로 긴 검은 연기 띠가 만들어져 주민들은 휴일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다. 

고양 저유소는 국가 중요 기간시설 중 하나로, 재산피해액은 43억 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송유관공사 저유소에서 휘발유 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불이 발생, 소방대원 등이 화재 진압에 애를 쓰고 있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라며 비슷한 시설에 전반적인 점검과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10년 전쯤 고양 저유소 점검을 한 적이 있다는 이용민 경민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하면 센서가 작동해 탱크 내 포소화설비로 화재를 순간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런데 이번 화재 때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형 유류 저장탱크는 화재 초기에 일종의 단백질 성분인 비눗방울 같은 포말을 쏴 산소 공급을 차단, 순간적으로 불길을 제압하지 못하면 이후 유류가 소진될 때까지는 현실적으로 진화할 방법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반경 100m 이내 온도가 섭씨 100도 안팎까지 올라가 접근이 어렵기 때문.

이번 화재 때도 탱크에 저장된 기름을 탱크 아래 배관으로 빼내 탱크 내 기름을 줄이는 방법으로 겨우 진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에서 가장 큰 문제 지적된 점은 유증기가 늘 발생하고 화재에 취약해 나름의 방재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상시 점검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시설에서 불이 났다는 것이다. 

8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고양 저유소를 관리하는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측은 매일, 월, 분기, 6개월, 연간 단위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당일 불이 난 탱크는 운영되지 않았으며 탱크와 관련한 작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세진 우송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 교수는 “현실적으로 진화 방법이 없는 시설에는 예방이 첫 번째다. 아무리 유증기가 많이 발생하는 시설이라 하더라도 도화선이 될 불씨가 발생하지 않으면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 외부적 요인이 없다면 전기 스파크 등 내부적 시스템 결함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 포소화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점검해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유류 저장시설에서 불이 난 일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만약 이번 화재가 다른 탱크로 번졌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경기고양경찰서는 진화작업 완료에 따라 오후 2시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가스·전기안전공사 등과 현장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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