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굴복해 부실·늦장·날림수사 결론...국민과 피해 당사자에 ‘사과’ 권고

지난 1월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식에서 열사의 영정에 꽃이 놓여 있다.

[공감신문] 11일 영화 ‘1987’의 배경이기도 했던 박종철 열사 고민치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 결론이 나왔다. 고(故) 김근태 고문사건에도 검찰의 은폐가 있었다고 공식 결론 내렸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1987년 검찰이 청와대와 당시 국가안전보장기획부(안기부)의 외압에 굴복해 박종철 사건을 부실·늦장·날림수사 했다고 총체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날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박종철 사건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렇게 밝혔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1987년 1월 14일 박 열사가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경찰 5명에게 고문을 받다가 사망했지만 직접 수사하지 않았다. 같은 달 17일 검찰총장은 안기부장, 법무부 장관, 내무부 장관, 치안본부장과 함께 한 회의에서 ‘손을 떼라’는 압력을 받고, 수사에 적극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은 고문을 가한 경찰 2명이 경찰에 송치됐을 때, 나머지 공범 3명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외부 폭로가 나오기 전까지 공범에 대한 사실을 스스로 숨기고, 박 열사가 사망한 고문실의 CCTV 확인을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등 날림 수사했다.

지난 3월 20일 오후 문무일 검찰총장이 부산 수영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박정기씨를 만나 검찰의 과거사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과거사위는 “검찰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정권 안정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치안본부에 사건을 축소·조작할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검찰의 과오를 통렬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검사·수사관을 교육하고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제도를 만들라”고 권고했다.

다만 과거사위는 이날 발표에서 박종철 사건 당시 검찰이 초기 부검을 지휘해 사인이 물고문으로 인한 질식사를 밝혀낸 점,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이 박 열사의 아버지를 찾아가 사죄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운구차량이 2012년 1월 3일 오전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노제를 마치고 떠나고 있다.

이날 과거사위는 고(故) 김근태 전 의원 ‘고문은폐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의 과오를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1985년 9월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3일간 강제감금 및 고문을 당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이 검찰에 사실을 폭로하고 수사를 요구했으나 검찰이 묵살했다는 내용의 사건이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치안본부의 고문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안기부와 공모해 이를 은폐한 것으로 봤다. 오히려 검찰이 자체적으로 고문 경찰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무혐의 처리하는 등 사건 조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결론 내렸다.

이를 두고 “검찰이 경찰의 고문 수사를 용인, 방조하고 은폐하는 데 권한을 남용했다”면서 “남용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과 피해 당사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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