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폐 등 장기 기증하면서 7명에게 새 생명 선물해

손수레를 끌고 가던 할머니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김선웅 군 [제주지방경찰청]

[공감신문] 지난 3일 새벽,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가던 할머니를 돕다 교통사고를 당한 김선웅(19·제주한라대 조리학과 1)군이 장기 기증으로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선웅 군은 지난 3일 오전 3시께 제주시 정부종합청사 인근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손수레를 끄는 할머니를 돕다가 과속 차량에 치였다.

사고 당시 뒤에서 수레를 밀던 할머니는 차와 충돌하지 않아 목숨을 구했지만 앞에서 수레를 끌던 김군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다가 뇌사 상태 판정을 받았다.

뇌사판정 후 장기 기증한 김선웅 군. [유가족 제공]

이후 유가족은 평소 김군의 뜻을 존중해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신장, 폐, 각막,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하면서 7명에게 새 삶을 주고 떠난 것이다. 

김군의 어머니는 뇌진탕으로 3년간 뇌사상태로 투병하다가 김군이 아홉 살 되던 지난 2007년 결국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유족들은 뇌사 상태의 김 군이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장기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군의 아버지인 김형보씨는 “아내가 식물인간이 된 이후 매일 병원을 찾아가 깨어나길 바랐지만 결국 숨졌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아들이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좋을 때 장기 기증을 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어머니를 보내면서 모두가 장기 기증 서약을 했고, 김선웅 군도 그 뜻을 이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의 신장과 폐 등의 장기는 모두 7명에게 전달돼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유가족 제공]

장기 기증을 결정한 이후에도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야속하게 제주를 덮친 태풍으로 항공편이 여의치 않아 유가족들은 장기 척출 수술이 이뤄지기까지 꼬박 사흘 밤을 지새워야 했다. 

김군의 누나 김보미(29)씨는 “2남 1녀 중 막내였던 선웅이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착하고 귀여운 아이였고, 중학교 때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요리를 배우고 싶어했다. 선웅이의 뜻에 따라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들이 앞으로 주변의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선웅 군의 발인은 지난 9월 오전 제주성안교회 이기풍 기념홀에서 예배로 이뤄졌다. 빈소에는 수많은 지인들이 함께해 김군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태오 제주성안교회 목사는 “평소 봉사활동도 하고 가족 일도 돕는 착한 청년이었다. 선웅군을 잘 모르는 이들도 그의 사연을 듣고 빈소를 많이 찾아 위로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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