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녹음서 카슈끄지 심문·고문·살해된 사실 확인할 수 있어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실종된 언론인 카슈끄지가 살해됐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신문] 터키 정부가 미국 관리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실세 왕세자를 비판한 언론인 자밀 카슈끄지(60)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지난 2일 총영사관에 들어온 카슈끄지를 감금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했음을 증명하는 음성녹음과 영상이 있다고 알렸다.

특히 터키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음성녹음에는 카슈끄지의 죽음에 사우디 요원들의 책임이 있다는 가장 설득력 있고 섬뜩한 정부를 제공한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카슈끄지 실종에 항의하는 시위

증거자료에 대해 알고 있는 한 관리는 “총영사관에서 기록된 음성녹음은 그가 들어간 이후 일어났던 일을 보여준다. 카슈끄지의 목소리와 아랍어로 말하는 남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가 심문과 고문을 당한 뒤 살해된 것을 들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리는 “카슈끄지를 구타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음성녹음에는 사우디 요원들이 카슈끄지를 살해한 후 총영사관 관저로 간 사실, 관저 직원들이 일찍 귀가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 총영사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적어도 한 차례가 있었다는 증거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터키 관리들은 이 기록들을 공개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이 증거가 터키 스파이들이 자국 내 외국 영토에 대해 스파이 활동을 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공관은 치외법권이 미치는 영역이다.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가는 장면이 찍힌 CCTV 화면

WP는 “미국 관리들이 이 동영상을 직접 봤는지 또는 음성녹음을 들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터키 관리들이 미국 관리들에게 기록들에 담긴 내용을 서술해줬다”라고 전했다. 

지난 9일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터키 보안당국 고위급의 말을 인용,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지 2시간도 안 돼 사우디에서 온 요원들에 의해 살해됐고 시신도 그들에 의해 분리됐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보안당국의 관리는 이러한 성격의 ‘작전’은 오로지 최고위급 지도자들만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우디 당국은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 들어온 뒤 곧바로 떠났다고 주장하며 그의 실종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지난 10일 터키는 공동조사위원회를 꾸리자는 사우디의 제안에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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