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예 칼럼니스트

[공감신문=지예 칼럼니스트] 전세계에 직업이 700만개쯤 있다고들 한다. 그 중 가장 오래된 직업들은 무엇일까? 가장 오래됐지만 아직까지 그 직업이 현존, 즉 그 일로 돈버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 인류에게 꼭 필요한 일이었다는 증거일테니. 그 중엔 이전의 주술사 같은 종교인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그건 바로 몸을 파는 아니 더 정확히 ‘성’을 파는 ‘창녀’들이다.

(영화 <향수> 중에서)

성매매. 성을 사고 파는 것. 꾸준히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공존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선 성매매는 음지로 내몰린지 오래다. 그럴수록 인간의 본성이 그러하듯 더욱, 세밀해지고 조직적이 되고, 다양해졌다. 요즘엔 사람이 아닌 섹스돌만 놓고 영업하는 집이 있더라는 걸 ‘페이스북 광고’에서 봤다. 그렇다. 말이 음지지, 보일건 다보인다. 나보다 인터넷을 많이 할 초딩, 10대들은 얼마나 호기심이 발동할까.

 

성을 판다는 것은 사실 엄청나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수치의 극치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또 새로운 것에 놀랄만큼 적응을 잘하며, 나중에 그들에겐 그것이 대단한 수치스러움도 아니게 된다. 난 '몸을 파는 것' 역시 하나의 직업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매매엔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긴 한다. 성욕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욕구다. 누군가는 시간을 내어 마음에 교감이 있는 누군가와 사랑을 나눌 권리가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 권리가 허락된 것만은 아니다. 몸이 아주 불편해서, 정말 너무너무 ‘안' 생겨서, 아니면 너무너무- 바빠서 따로 새로운 이성을 알아갈 시간이 없어서, 너무 나이가 많아서 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아주 많다는 거다. 여성 인권을 문제로 성매매를 반대한다구? 그럼 그들의 인권은 어쩌구? 성이라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해결치 못하는 건 인권 유린이 아니야?

 

여성 인권은 이래도 저래도 좋다는 게 아니다. 팔고 싶은 사람만 팔면 되지 않냐는 거다! 설마 아무리 경제가 어렵기로 서니, 직업이 전세계에 700만개라는데 모두가 성을 팔겠다고 하진 않을거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인권유린이 아니고 뭐지? 실제로 우리가 아는 많은 나라들이 성매매, 즉 매춘을 합법으로 인정한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본 네덜란드의 성문화 박물관이 기억에 남는다. 박물관에 관람을 가면, 마치 창녀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쇼윈도우에 앉아 보는 체험을 하는 게 있었다. 그렇다. 다른 직업군의 박물관처럼 ‘직업’체험을 해보는 것이다. 네덜란드가 이것을 직업으로 인정한다는 얘기이며 현재 7000여명이 종사중 이란다. 그 외에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도 합법으로 인정한다. 물론 세금도 낸다. 부분적으로 규제하긴 하지만 영국, 그리스 등도 정부에서 나서서 그들을 관리한다.

 

네덜란드 인구 약 1600만. 대한민국 인구는 약 5100만. 네덜란드의 성매매 종사자 약 7천여명.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합법이 아니니 많아 봤자 일거라고? Eupedia에 따르면 이러하다. 합법인 독일의 경우, 성매매 종사자는 10000명당 49명 꼴. 대한민국은 과연….? 10000명당 110명이란다! 10000명당 119명이 종사한다는 베네수엘라의 다음 순위였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2. South Korea-110 sex workers per 10,000 Despite legal sanctions and police crackdowns, prostitution continues to flourish in S Korea, while sex workers continue to actively resist the state's activities.

-출처: http://www.eupedia.com/forum/threads/29130-The-Countries-With-The-Most-Prostitutes

(2. 한국 - 10000명 중 110명이 종사. 법적 재제와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업중인, ’S 코리아’. 반면 성매매 종사자들은 정책에 저항중이다.)

 

오 맙소사. 그래…. 이정도 순위라면 우리나라의 ’S' Korea의 S가 남쪽을 뜻하는 South가 아니라, Sex의 S를 뜻하는 거 아니냐며 비꼬아도 할말이 없다. (요즘 멀리 세계로 뻗어나가 원정 성매매까지 뛰는 분들도 계신다더라.)

 

그런데 진짜 중요한건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다. 봐라. 매매, 즉 지불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뭐든 ‘좋은 가격에 좋은 품질’을 원할 것이다. 파는 사람은 품질 관리는 물론이요, 어쨌든 잘 팔기 위한 세일즈(sales)에 열을 올려야 한다. 몇년 전, 중국에서 ‘가짜 계란’을 만들어서 팔았다는 뉴스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화가 난다기보다 명품도 아니고 짝퉁 ‘계란'이라니, 어이가 없잖아? 근데 그런 꼴이 성매매에도 존재한다는 거다. 매매 잘못해서 맴매 맞을 그럴 애들!!!!

 

와, 같은 여자지만 너무 창피하다. 그렇게들까지 하고 싶을까.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난 당했으니 돈 내놔라 하는 여자들을 말하는 거다. 물론 정말 그런 상처를 입고 평생 씻기 어려운 기억을 가지고 고통받고 사는 분들도 계실거다. 그런 분들의 마음을 같은 여자로서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그걸 그렇게 오/남용해선 더 안되는 거지! 그거야말로 강제 ‘성매매’가 아니겠는가…. '알고보니 사야 되는 거였어? 이 맘고생에 이 돈을 줘가며?’ 그거야말로 사기 행각이자, 썩어빠진 짝퉁 계란과 뭐가 다르겠는가.

 

비단 연예인들만의 일이 아니다. 아마 강남에선 하루에 몇 차례 이런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짝퉁 계란을 파는 여자들은 짝퉁 계란을 사줄 돈 많은 남자가 필요 할테니. 이 삐까뻔쩍한 동네에 와서 싱싱하고 매끈한, 향기좋고 영양도 만점인 계란인 척 호객 행위 아닌 호객을 할 것 아닌가. 유명인들만 언론에 노출이 될 뿐이지, 사실 이런 일들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다들 더워서 일하기도 싫고 티끌모아 티끌이니 한몫 단단히 챙겨보자는 마음인 것 같다. 성매매 종사자를 옹호할 생각도 없고 그냥 인정할 건 인정한다는 건데, 이런 식의 성매매는 추악하기 짝이 없다. ‘성 추문’은 다른 사안들보다 예민하며 그 기억이 오래남는다. 죄가 있건 없건 주변에서 그걸 알기 시작하면 그 사람의 사회생활은 거의 당시엔 불가능해진다. 사람들 기억에 보이지 않는 전자팔찌가 이미 채워진 것이다. 누군가 눈먼 돈을 위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쥐어 흔드는 거다. 사람들은 쉽게 각인하고 쉽게 잊는다.

(영화 <셰임> 중에서)

성의 역차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성 혐오’에 관한 일들도 점점 많아진다. ‘된장녀’, ‘김치녀’에 이어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보슬아치’라는 단어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여기에 그 의미는 적지 않겠다. 궁금하신 독자들은 알아서 검색하시길.)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할 남녀가 이토록 서롤 혐오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저런 비슷한 일을 겪어본 이들은 ‘여자는 절대 믿을 게 못돼.’ 라고 말할 것이다.

 

같은 여자로서, 제발 안그래줬으면 좋겠다. 그래 차라리 나- 이기적이고 유아틱하게 말해볼게, 난 앞으로 내 인생을 살며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고, 믿음을 주는 사람이고 싶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의심받으면 정말 슬플 것 같아. 그러니 같은 여자 욕먹이지 좀 마시라고요!

 

팔려거든 차라리, 대놓고 파세요. 그게 덜 나빠요. 그건 그나마 ‘악의’는 없잖아요. 성을 파는 것보다 그 못된 마음씨가 썩은 짝퉁 계란보다 더 추악하고 냄새나요.

 

…. 여자를 무서워하고 여자를 의심해야되는 현실에 사는 남자, 여자 다들 불쌍하다, 불쌍해.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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