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지시로 신속 개편…평균 19.4% 인하, 2,200만가구 혜택

[공감신문 이은철 기자] 정부와 새누리당은 11일 최근 폭염으로 쟁점화한 가정용 전기요금 개편 문제와 관련, 일단 올 7~9월누진제를 조정해 가계부담을 대폭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현행 전기요금 누진체계가 전기소비 패턴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당·정이 함께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장기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김광림 당 정책위의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당정은 우선 현행 6단계인 가정용 누진제 체계에서 구간의 폭을 50㎾h씩 높이는 식으로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1단계의 경우 100㎾h 이하에서 150㎾h 이하로, 2단계는 101~200㎾h에서 151~250㎾h 등으로 일제히 상향 조정하는 셈이다. 이럴 경우 한달에 220㎾h를 쓰는 가정의 경우 현재는 3단계 요금(㎾he당 187.9원)이 적용되지만 올 7~9월에는 2단계 요금(125.9원)으로 낮아진다.

이번 한시적 누진제 개편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2천200만 가구가 모두 평균 19.4%의 요금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김 정책위의장은 설명했다. 특히 7월의 경우 소급 적용해 요금을 낮춰주기로 했다.

정부를 이를 위해 총 4,200억 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여름철 누진제 조정으로 투입했던 재원 1,300억 원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액수로, 전액 한전이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정은 이와 함께 전체적인 전력요금 체계 개편을 위해 이른 시일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산업용 전기요금개편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현행 누진체계는 지난 2004년에 개선된 것으로, 그 사이에 국민의 전기소비 패턴의 변화가 있었으나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한국전력의 영업이익, 미세먼지 저감 대책,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당정 협의회에는 당에서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최고위원들이, 정부에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형환 산업부 장관 등이 각각 참석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지식경제부 장관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를 위한 긴급 당정 협의회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대표 건의에 朴대통령, 화답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요구와 관련,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너무 많은 국민이 힘들어 하시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떻게 좋은 방안이 없을까 검토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인데 당과 잘 협의해 조만간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정현 대표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건의하자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말씀 하신 것 참고를 잘 하겠다. 그 중에서 전기 요금에 관한 것은 워낙 시급한 사안이라 그것에 대해서만 먼저 말씀을 드리면 지금 이렇게 그냥 고온 이상 기온으로 모두가 힘든데, 집에서 전기 요금 때문에 냉방기도 마음 놓고 쓰지를 못하는 게 참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신에너지 사업에 대해서도 뭔가 앞으로 나아가야 되는 여러 가지를 감안해 에너지도 절약해야 되고, 이제 이런 문제로 누진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앞서 "이상기온으로 폭염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까 많은 국민, 그 중에서도 특히 지방의 어르신들, 노인들이 있는 분들, 환자들이 있는 분들을 포함한 대부분 가정이 평상시 쓰던 에어컨도 훨씬 더 많이 써지게 된다"며 "결정적으로 전기 체계를 봤더니 누진체계로 돼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이정현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나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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