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 데 있는 다정한 정보’...‘부산국제영화제’부터 ‘정동진독립영화제’까지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을 끝으로 한국의 주요 영화제가 모두 막을 내렸다. 영화제는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언제나 손꼽게 기다리는 연례행사가 아닐 수 없다. 올해 영화제가 마무리되는 듯하니, 이제 2019년 새로운 영화들을 장착한 영화제를 기다리게 된다.

영화제는 스타들의 레드카펫 행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편이지만, 사실 영화제의 역할은 따로 있다.

우선 국내외의 영화를 선보이는 자리다. 영화를 만들어도 상영관에 걸리는 작품은 생각보다 극소수다. 영화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상영관으로 직행하는 상업영화도 많지만, 국내외의 작지만 좋은 영화,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등은 영화제를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영화 작품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2016년에 인기몰이를 한 ‘라라랜드’는 한국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됐다. 당시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있는 등 가장 ‘핫’한 영화 중 하나였다. 이렇듯 상영관에 걸리기 전에 영화의 작품성과 인기 등을 가늠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영화가 등장하면, 이제 영화를 홍보하고 소비하고, 사고 파는 말그대로 ‘영화 시장’이 형성된다. 영화제는 감독과 배우만 참석하는 자리가 아니다. 영화를 제작, 배급, 수입, 마케팅하는 모든 관련자들이 참석해 자국의 영화 시장을 활발하게 키워가는 것이다.

관객들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국내 상영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색적인 영화가 대다수다. 만약 영화제에 처음 간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아는 영화 혹은 아는 감독과 배우가 정말 소수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욱 재미있다. 이색적이고 새로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제일 큰 기회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주요 영화제를 소개하려 한다. 한국의 영화제는 생각보다 많고 다양하다. 영화제마다 내거는 슬로건이나 추구하는 바도 다 다르다. 관심이 있는 장르에 꼭 맞는 영화제를 찾아 새로운 영화를 찾을 수도 있다.

영화를 사랑하고 즐기는 한국에서 열리는 다채로운 영화제를 살펴보려 한다.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렸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영화제인 만큼, 화려하고 성대한 개막식을 자랑한다. / 연합뉴스 

■ 부산국제영화제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올해로 23회를 맞이한 아시아 최대의 국제영화제다. 1996년 1회 개최해 한국 영화 산업의 부흥을 알렸다. 지금도 아시아 영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맡아 하고 있다.

부국제는 매년 10월 초에 열려 10일간 진행한다. 올해는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렸다. 부산의 남포동 일대와 해운대를 중심으로 영화가 열린다. 남포동에는 BIFF광장도 있고, 해운대에는 아예 ‘영화의 전당’을 지어 부국제 레드카펫 행사 및 개·폐막식의 장소로 쓰인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만큼, 영화제 장소들은 북적이면서 진짜 ‘축제’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제 상영이 끝나는 매일 밤 부산 술집에 가면,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들을 만날지도 모른다.

영화전문가들로부터 “꼭 필요한 영화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준 높은 작품의 확보 및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관객과 영화인의 높은 참여와 관심, 안정적인 조직 및 원활한 운영, 항구도시가 갖는 높은 관광자원의 가치 및 지역사회의 폭넓은 지원 등이 장점이다.

부국제는 특정 장르에 구애되지 않고 다양한 영화를 많이 가져와 외국 영화 트렌드에 발맞춘다. 2018년 부국제에서는 79개국의 324편이 상영됐다.

특히 부국제는 최근 특히 몇 년간 정치적인 이유로 부국제가 암흑기를 겪었는데, 다시금 날개를 펼칠 수 있는 2018년 부국제가 되면서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천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개·폐막식을 한다. 사진은 영화제 기간 내 시청 안에서 열린 플리마켓 / 부천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ucheon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

올해로 20회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판타스틱’ 장르 영화제다. SF, 공포, 스릴러, 애니메이션, 호러 등을 중심으로 영화를 상영해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의 영화를 실컷 볼 수 있는 자리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열리며, 매년 7월 중순에 개막한다. 올해는 7월 12~22일 동안 진행했다. 영화제가 정한 주제는 ‘사랑, 환상, 모험’으로 저예산 및 독립영화의 국제적 메카를 지향한다. 또 시민이 중심이 되는 수도권 축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속히 말하는 ‘비주류’ 감성이 부천영화제를 뜨겁게 달구는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뻔한 영화 내러티브에서 벗어난 색다르고 참신한 주제와 내용의 영화들이 정말 많이 상영된다. 올해는 총 53개국의 290편의 영화가 참여했다.

 

영화제에는 이렇게 작은 규모로 감독과 배우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도 많다. 사진은 2018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당시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되는 모습. /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전주국제영화제(Jeonju International Filme Festival)

‘자유·독립·소통’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저예산 독립영화의 자립을 추구하는 국제 영화제다. 2000년 1회를 시작으로 2018년 19회를 맞았다.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열리며 매년 4월 초에서 5월 초순경에 열린다. 올해는 5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렸고, 슬로건은 ‘영화 표현의 해방구(Outlet for Cinematic Expression)’로 내걸었다. 영화제의 성격을 아주 잘 보여준다.

전주영화제는 출범 초부터 대안적이고 혁신적인 영화 형식을 가진 영화들을 소개하면서 시작했다. 특히 영화를 하나의 영상 미학으로 바라보며, 시각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예술영화 상영에 공을 들인다. 그만큼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독립영화 소개의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5월 31일부터 6월 7일까지 서울 신촌 메가박스에서 진행했다. 올해 ‘여성 이슈’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관심을 많이 받았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홈페이지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

여성영화의 창작을 지원하고 인력을 발굴하기 위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997년 처음 개최됐다. 이후 2008년 제10회부터 서울국제여성영화제로 거듭났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한국 영화계에 ‘여성’이란 이름을 찍는데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서울국제영화제는 격년으로 진행하다가 2001년부터 매년 4~5월경에 개최된다. 올해는 5월 31일~6월 7일까지 진행됐다. 총 36개국 147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제는 메가박스 신촌에서 영화 상영이 이뤄진다. 이에 축제 분위기는 아니지만, 다양한 여성영화인을 찾고 여성 영화를 소개하는 데 의의가 있다.

또 국내 유일의 여성영화제라는 주제의 독창성이 돋보인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최대 규모의 국제여성영화제라는 위상을 얻기도 하는 등 점점 인지도와 규모가 커가고 있다.

영화제 특성상 여성의 권리증진과 소외계층의 대변, 양성평화 문화를 추구한다. 여성에 관한 다양한 문제의식을 영화로 담아냄으로써 공론의 장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강원도 강릉시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며 모든 영화는 야외 상영으로 이뤄진다. 사진은 2018년 제20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소박한’ 개막식 모습이다. / 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

■ 정동진독립영화제(Jeongdongjin Independent Film Festival)

지금까지 소개한 영화제 중 가장 작은 규모에 ‘야외’ 영화제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대안, 독립, 낭만’의 영화제로, 슬로건은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다.

특별하게도 이 영화제의 개최 장소는 강원도 강릉시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이다. 학교 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운동장에 앉아 영화를 보는 형식이다. 소규모지만 벌써 올해 20회를 맞는다. 바다를 마주한 강릉이란 지리적 특성과 정감있는 여름 밤 야외 상영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나름 인기를 끌고 있다.

굉장히 관객 친화적인 영화제다. 관객과 함께 하는 개막식, 감독과 배우를 초청해 담소하듯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 재미있게 본 영화에 동전으로 투표하는 관객상인 ‘땡그란동전상’ 등이 있다.

매년 8월 첫 번째 주말 동안 열리는 소박한 영화제다. 자발적으로 마음에 드는 영화에 동전을 넣는 ‘땡그란동전상’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모든 영화는 무료에 모두 야외 상영이다. 올해는 8월 3~5일 진행됐고, 총 26편이 상영됐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