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땅을 갈아엎어야...가지 친다고 나무가 제대로 못 자라”

18일 열린 ‘학종 공정성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1차 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채송아 씨가 학부모로서 수능의 불공정성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 서지민 기자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학생부종합평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아예 수능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능이야말로 이미 오래전부터 상대평가로 인한 ‘줄 세우기’, 주입식 교육 등 수많은 문제가 제기된 제도다.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주관하고 민주연구원과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공동주최한 ‘학종 공정성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1차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한국 교육은 수능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반영했고 그 중 하나가 학종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종을 보완하는 방안에 대해서 주로 다뤘다. 동시에 수능이란 제도의 불공정성과 수능이 왜곡시키는 학교 현장 등에 대한 내용도 자연스럽게 논의됐다.

18일 열린 ‘학종 공정성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1차 정책토론회에 손종현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토론자로 참석했다. / 서지민 기자

손종현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날 토론회의 토론자로 참석했다. 그는 발표 전반에 한국의 교육과정이 무너진 실태를 지적했다.

손 교수는 “우리는 교육과정을 정상운영하지 않고 있다. 수능중심의 선발과정 때문이다”며 “교장과 학부모가 등 떠밀고, 교육부가 묵인하고 있다. 이런 선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상, 교육과정의 정상운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종을 폐지하고 수능을 확대하자는 여론에 “수능이 과연 공정한가 물어야 한다. 수능 점수의 오차범위가 20점이다. 320점 받는 학생은 300점도 받을 수 있고, 340점도 받을 수 있다”며 “학종 자료는 여러 명의 교사들이 각 교과에서 평가를 한 것이다. 뭐가 더 공정할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면서 교과과정 정상운영과 학종의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인 채송아 씨도 참석했다. 그는 최근에 대학 입시를 겪은 학부모로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채송아씨는 “수능은 학교생활을 황폐화한다”면서 “3학년 2학기가 되면 아무도 수업 안 듣는다. 수업 동안 인터넷강의 듣고 수능 준비를 별도로 한다. 거기에 대해서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학교의 상황을 들려줬다.

18일 열린 ‘학종 공정성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1차 정책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채송아 씨가 학부모로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 서지민 기자

그리고 수능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지방보다 서울이 수능성적이 좋고, 그 중에서도 강남에서 제일 성적이 잘 나온다. 수시의 피해자가 강남 학부모란 얘기가 있다”며 “수능의 공정성, 수능이 희망의 사다리라고 생각하는 건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수능의 내용 자체에도 의문을 표출했다.

그는 “수능은 틀리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는 시험이다. 함정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지식의 총량으로 봐서도 의미와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땅을 갈아엎어야 하는데, 가지를 친다고 그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있나”라며 “이제는 교육적 가치와 학교의 설계를 완전히 다시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상대평가를 없애 아이들 줄세우기를 멈추고, 학종의 보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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