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계룡산, 내장산 등 명산들의 단풍시기와 특징 소개

[공감신문] 고진경 기자=어느새 10월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가을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뜨끈뜨끈한 군고구마와 구름 한 점 없이 높은 하늘은 물론이고, 바닥에 떨어진 구릿한 은행 냄새까지 어딘가 반가운 계절이다.

쾌적하고 선선한 공기가 기분 좋은 가을은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꼽히기도 한다.

산을 알록달록하게 수놓는 단풍은 가을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빨갛고 노랗게 물든 자연의 색감이라든지 바삭바삭 거리는 잎의 부서짐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본능적으로 즐겨온 것들이다.

이번 주는 그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한 적기다. 대부분의 산들이 이번 주부터 시작해 단풍 절정기를 맞기 때문이다.

정상에서부터 20% 가량 물들었을 때 첫 단풍이 들었다고 말하며, 약 80% 정도로 확대되면 절정이라고 본다. 첫 단풍에서부터 절정까지는 약 2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성공적인 가을 나들이를 위해 올해 단풍의 시작과 끝부터 국내 단풍 명소까지 한 번에 알아보자.

 

■ ~10월 넷째 주: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설악산은 절경이 훌륭한 만큼 산세가 험하지만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0월 셋째, 넷째 주는 설악산을 시작으로 가장 많은 산들이 단풍 절정기를 맞는 시기다.

국내에서 가장 빨리 단풍을 볼 수 있는 곳들 중 하나인 설악산은 대표적인 단풍 명소다. 올해에는 10월 20일에 단풍이 만발했다.

지난 1982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설악산은 내설악과 외설악, 남설악으로 나뉘어지는 거대한 산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설악산은 계절별로 크게 다른 경치로 유명하다. 가을에는 높게 솟은 암봉들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이 불타오른다.

그 중에서도 양폭 코스는 설악산 계곡산과 기암절벽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한라산과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산인 만큼 산세가 험하고 웅장한 게 설악산의 매력이다. 높다고 해서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설악산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어 어린아이와 노약자도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천천히 산을 내려오면서 설악산의 비경과 색색의 단풍을 한 번에 즐겨보자.

가볍게 산책하며 단풍을 구경하고 싶다면 남설악의 주전골 계곡 코스를 추천한다.

지리산에는 단풍으로 유명한 장소가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피아골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수십 개의 높고 낮은 산봉우리로 이루어져있는 지리산은 이틀 뒤인 25일 단풍의 화려한 꽃을 피운다. 그 중에서도 피아골의 단풍은 지리산 10경의 하나로 손꼽힌다.

조선시대의 유학자인 조식이 남긴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유명하다.

유서 깊은 단풍 명소인 이곳에서는 매년 10월 말 전국에서 모이는 등산객들이 지내는 피아골 단풍제가 열린다.

좀 더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매표소부터 일주문까지 약 2km 가량 이어지는 화엄사의 단풍길을 찾아보자. 참나무, 편백나무, 서어나무 등 단풍이 비교적 덜 화려한 나무들로 이뤄져 있지만 화엄사만의 고즈넉함이 매력적이다.

북한산은 10월 28일 경에 화려한 단풍의 옷으로 완전히 갈아입게 될 예정이다.

북한산은 다른 산에 비해 활엽수가 많아 빼곡히 물든 단풍나무들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산은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등산로부터 마니아들을 위한 암벽코스까지 산행코스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우이령길은 가장 길고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코스다. 이곳은 무장공비의 청와대 침투사건으로 인해 출입이 제한되었다가 2009년 7월부터 탐방 예약제 도입을 통해 일일 천명의 방문객을 받고 있다.

북한산은 서울 근교에 위치해 서울의 북쪽을 감싸고 있다.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단풍 여행을 떠난다면 가까운 북한산을 택해보는 것도 좋겠다.

 

■ 10월 다섯째 주~11월 첫째 주: 계룡산, 속리산

계룡산이나 속리산은 지금 당장 가기엔 조금 이른데, 일주일쯤 후에 단풍이 만발할 예정이다.

10월 마지막 주부터 11월 첫째 주 사이에 단풍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계룡산과 속리산을 찾아보자.

충청남도의 중심부인 공주에 위치해 있는 계룡산은 10월 29일 쯤에 단풍이 만발한다. 이 산은 능선의 모양이 용이 닭의 볏을 쓴 모습과 같다고 해서 ‘계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공주 갑사에서 동학사로 오르는 유명한 코스인 갑사계곡은 단풍을 제대로 느끼기에 제격이다. 다만 완만한 경사와 급한 경사가 번갈아 이어지며 바위가 돌계단이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하루 뒤인 30일에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속리산은 예로부터 제2금강 또는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한번 들어가면 속세를 잊게 된다는 말도 전해진다.

주요 봉우리는 천완봉과 비로봉으로 암봉과 암릉이 잘 발달되어 있다. 또한 화강암을 기반으로 한 변성퇴적암이 높은 산봉우리와 깊은 계곡을 이루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산의 능선을 따라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바위들의 천국’이라 불린다.

바위와 단풍의 향연이 펼쳐지는 속리산을 찾을 계획이라면 단풍이 가장 붉게 물드는 10월 30일 경을 전후해 일정을 짜보자.

 

■ 11월 둘째 주~: 내장산

당분간은 바빠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가장 늦게 단풍이 만발하는 내장산으로의 단풍 여행을 노려보자.

가장 늦게 단풍이 만발하는 곳들 중 하나인 내장산의 올해 단풍 절정기는 11월 6일이다.

전라북도 정읍시에 위치한 내장산은 원래 본사인 영은사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해서 ‘안 내(內)’ 자와 ‘감출 장(藏)’ 자를 사용한 지금의 이름이 붙여졌다.

내장산은 ‘호남의 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워 예부터 조선 8경의 하나로 꼽혔다.

단풍과 함께 금선폭포, 용수폭포, 금선계곡, 백암계곡 등 여러 폭포와 계곡을 구할 수 있다.

정자에 날개가 돋아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우화정은 단풍 관광 명소로 꼽힌다. 호수 주변을 당단풍, 수양버들, 두릅나무, 산벚나무 등이 둘러싸고 있어 단풍의 황홀경을 만끽할 수 있다.

거울같이 맑은 물 위로 떠다니는 단풍을 구경하고 싶다면 내장산의 우화정을 방문해보자.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단풍 15종 중 11종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내장산의 장점이다.

다른 산악국립공원들에 비해 교통이 편리한 편이며 버스와 철도의 접근성도 좋다는 점도 고려할 만하다. 설악산과 같이 편하게 단풍 구경을 할 수 있는 케이블카도 마련돼 있다.

단풍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면 마침 적기를 맞은 지금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단풍은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오늘 소개한 명산들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은 차원이 다르다. 같은 물이라도 물웅덩이와 연못과 호수, 바다에서 느끼는 감동이 다르듯이 말이다.

바람에 따라 파도의 물결처럼 흔들리는 단풍들의 해일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풍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면 올해에는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면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 될 테다.

이번 주부터 절정을 맞기 시작한 단풍이 오래 가지는 않으니 마음을 먹었다면 서둘러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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