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보안점검한 뉴욕의 빌딩도 공격당했는데…우리 빌딩 관리는 허술해

[공감신문=조병수 프리랜서] 미국 뉴욕에 주재할 당시 보관하던 카드 중에 2001년 6월 11일에 발급된 뉴욕 세계무역센터(One World Trade Center) 방문증이 있다.

세계무역센터 출입증

그 빌딩에 78층에 있던 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 뉴욕사무소를 방문할 때 로비에서 입주회사에 약속여부를 확인한 후 사진을 찍어서 만들어준 방문객용 출입카드이다. 일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출입증을 반납하려고 했더니 안내원이 웃으면서 ‘기념으로 가지라’고 하길래, 사진이 들어있는 것이라서 버리지 않고 명함철에 꽂아 두었다.

그런데 그 방문증 발급일자 3개월후인 9월 11일 아침 8시 45분경에 피랍된 여객기가 충돌하면서 9·11테러가 발생하고,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기 나서 불현듯 그 출입카드를 넣어둔 것이 생각나서 꺼내 보았다. 이제는 사라진 빌딩의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출입증에 적힌 6월 11일이란 날짜와 9월 11일, 딱 3개월 차이에다가 숫자도 6과 9로 상하가 바뀐 것 등을 바라보면서, 그날 아침 간발의 차로 피신해 나온 옛 동료의 이야기와, 차가 막히는 바람에 그곳에서 있은 약속시간에 늦어져서 화를 면한 인사 등 각양각색의 사연들을 떠올리며 한치 앞을 모르는 우리네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세계무역센터빌딩 107층에 있는 식당(Windows-on-the-World)에서 점심을 하고 온 아내가, 맨해튼의 최 고층빌딩에서 식사를 하고 온 감회가 남다른 듯이 이야기할 때도 크게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하지만 얼마 후 그 빌딩은 비극 속에 사라지고 그 식당에 가볼 기회도 없어졌다. 밝은 햇살이 비치던 널찍한 로비를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던 그 세계무역센터의 모습들은 이제는 기억 속의 장면으로만 남아있게 된 것이다.

 

앞서 1993년 2월에도 Two World Trade Center 지하주차장에서 차량폭탄이 터지는 폭파참사가 있었다. 그때도 뉴욕에 있던 시절이라, 그 사건 이후 맨해튼 빌딩들에서 출입차량의 차 밑까지 반사경으로 검사하는 등 보안검색절차가 강화되는 현장들을 보고 경험했다. 2001년 6월 그 빌딩 로비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방문객의 사진을 촬영할 때와, 휴대품검사를 위해 금속탐지기를 통과할 때는 약간 부담스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강화된 보안검색제도에 놀라기도 했다. 그만큼 엄중해진 출입절차가 당연한 듯이 진행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주요빌딩의 출입자들을 엄격히 관리하고, 지하주차장에 출입하는 차량들도 철저한 보안검사를 하고 있던 도시에서, 전혀 엉뚱하게도 하늘에서 여객기를 납치하여 달려드는 상황을 같은 도시에서 생생하게 경험했다. 그리고 나서 이젠 공항 같은 데서 신발을 벗고 벨트까지 풀어야만 되는 보안검색에도 거부감은 커녕 오히려 더 철저히 챙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2001년 9.11 테러참사로 무너지기 직전의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

그 몇 년 후 귀국해서 삼성동에 있는 무역센터빌딩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인근의 KOEX전시장, 지하 쇼핑몰, 전철역, 호텔 등과 인접하여 차량과 유동인구가 아주 많은 지역임에도 그 지하주차장에 주차할 때 아무런 검색도 없었다. 그 빌딩 입주사 사무실을 방문하러 가는데도 아무런 출입통제가 없는 것이 조금은 생경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도 각종 도발과 테러의 위험성이 높을 텐데, 그 경비나 보안검색의 강도가 뉴욕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무역협회의 고위직에 계신 분을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세계무역센터의 사례들을 환기시키면서 출입자통제와 출입차량에 대한 보안검색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던 중에 어느 은행이 본점 지하주차장을 주말에 인근 백화점의 고객주차장으로 사용케 한다는 애기를 들었다. 그것이 일종의 수익원(收益原) 확보 차원인지, 도심주차난 해소를 위한 공익방안인지, 또 다른 어떤 뜻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금융기관 본점건물의 지하시설을 업무외의 일반대중이 임의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허용한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주말일지라도 세계유수의 금융기관시설이 이처럼 자유롭게 개방된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어쨌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주요시설 보안과 안전불감증을 염려하는 것이 혼자만의 기우인 듯해 안타깝다. “그 동안 별일 없었으니 괞챦지 않았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주요 금융기관의 역할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그 시설물의 보호도 그리 녹록히 여겨져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들어서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대형건물들이나 주요기관들도 대부분 출입자관리를 하는 사무실 쪽 출입구를 빼고는 주변시설이용에 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지하주차장을 오가는 차량들도 녹화되는 자동화설비들에 의해 사후 자료관리는 되겠지만, 예상치 못할 위험들에 대한 사전예방노력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같이 그렇게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당했고, 그 이후로 십 수년이 흐른 오늘까지 전세계에 걸쳐 엄청난 참극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그런 위험들이 TV속에서나 나오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평화로움과 안전함이 계속되기를 원한다면, 사전에 그런 위험들이 발 붙일 수 없도록 더 철저히 대비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물론 지나친 걱정으로 민간의 활동이나 자유를 크게 위축시켜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대도시들에서 있어왔고 또 있을 수도 있는 그런 도발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형 공공건물의 지하시설 진입차량들에 대한 보안검색강화를 포함한, 보다 실질적인 이행수단(action plan)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문제에는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될 일 아닌가. ‘만사불여(萬事不如) 튼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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