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 공룡들, 디디추싱 지원…“제국주의 기업과의 한판 대결”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중국 진시황제가 만리장성(Great Wall)을 쌓은 것은 북방 흉노족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였다. 지금 중국은 산업의 많은 분야에서 만리장성(Great Firewall)을 쌓고 외국기업의 진입을 봉쇄하고 있다. 특히 IT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 기업의 무덤이다. 미국의 글로벌 IT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했다가 줄줄이 패배하고 철수했다. 구글이 그랬고, 이베이도 마찬가지였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 기업들도 검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차량호출업체인 미국의 우버는 중국의 디디추싱에 완패했다. 디디추싱은 우버와의 한판 전쟁에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등 중국의 3대 IT업체의 전폭적인 투자를 이끌어냈으며, 중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냈다. 13억 인구를 소비자로 한 중국시장은 제국주의자들이 한발도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아낸 것이다. 중화주의, 즉 중국 민족주의의 승리다.

디디추싱 설립자 청웨이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경쟁사인 미국 우버를 완패시키는 과정을 자세히 보도했다.

트래비스 칼라닉이 우버를 창업한 시기는 2009년. 그때 트래비스는 벌써 기업인과 유명인들과 100달러짜리 와인을 마시며 교제하는 유명인사였다. 3년 뒤인 2012년 청웨이(程維)가 디디추싱을 창업할때는 부모님께 매주 전화 드리고, 효도관광을 보내드리겠다는 약속을 하는 평범한 사나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4년후인 올해 중국 대륙의 차량호출시장을 놓고 디디추싱과 우버가 한판 전쟁을 벌일 때, 청웨이 CEO는 알라바바, 텐센트, 바이두는 물론 중국의 다국적기업 레노버와 함께 했다. 그는 중국 기업인들로 구성된 벗들의 도움으로 우버를 쓰러뜨렸다. 우버의 중국법인 지분을 모두 사들임으로써 사실상 우버를 중국땅에서 내쫓은 것이다.

디디추싱의 창업자 청웨이는 장시(江西)성 출신으로, 베이징대에서 화학기술을 전공한후 알리바바에서 세일즈맨을 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몇 직급을 뛰어 최연소 지사장에 오를 수 있었다. 알라바바를 나와 그는 디디추싱을 창업했는데, 수많은 중국 IT 창업자의 하나에 불과했다.

그의 성격은 동양적이다. 유교에서 강조하는 겸양지덕을 갖췄고, 연장자에게 예의가 바른 사람이다. 운도 따랐다. 청웨이가 디디추싱을 설립할 당시 알리바바와 모바일 결제 부문에서 경쟁하던 텅쉰은 차량 호출 서비스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디디추싱에 일찌감치 출자한 것이다.

그의 성격과 운은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 텐센트 홀딩스의 마화텅(馬化騰) 회장, 레노버의 창업자 류촨즈(柳傳志)등의 호감을 얻을수 있었다.

중국인들은 사람과 사람 관계를 중시한다. 꽌시(关系) 문화는 유명하다. 청웨이가 만든 꽌시 문화는 우버와의 전쟁에서도 동원됐다. 청웨이는 중국 IT계의 거물들에게 도움과 조언을 요청했다.

레노버의 창업자인 류촨즈는 그에게 게릴라전을 벌일 것으로 권고했고 텅쉰의 마화텅은 전면 승부를 펼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은 "제국주의는 종이 호랑이다. 한두해 버티다 보면 그(칼라닉)에게 저절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중국 거대 IT기업들은 디디추싱에 실탄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는 디디추싱에 투자를 했다. 이에 대해 컨설팅회사 ADG의 한 관계자는 "3개의 인터넷 대기업이 이 분야에서 중국의 강자를 키우기 위해 힘을 실어주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다국적기업 레노버 창업자 류촨즈의 딸인 류칭 /연합뉴스

청웨이는 2014년에 레노버 그룹 창업자의 딸이자 골드만 삭스의 간부를 지낸 류칭(柳靑)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그녀는 영어가 유창해 디디의 대외사업에서 간판 역할을 했고 애플의 투자를 유치하는데도 공을 세웠다. 청웨이는 지난해 그녀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청웨이는 정부 당국자들의 환심을 얻는데도 성공했다. 디디측은 차량 호출 서비스 관련법이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몇 달간 밀실 로비를 벌여 피해가 없도록 만들 수 있었다. 베이징 정부가 도와준 것이다. 청웨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베이징 당국자들을 띄워주었다. 지난해 9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도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나란히 앉아있기도 했다.

디디의 한 투자자는 "외국 기업과 경쟁할 때는 민족주의가 분명히 훌륭한 카드"라고 말했다.

청웨이는 디디를 설립한 직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향후 중국의 3대 트렌드를 ▲도시화 ▲소비성향의 세련화 ▲모바일 인터넷 혁명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디디는 이들 3대 트렌드에 걸맞은 기업이 됐다.

디디추싱의 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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