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학 사회서도 적용돼야

‘고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캐슬’의 구조와 ‘캐슬’ 밖의 목소리’ 토론회가 열렸다. / 김대환 기자
‘고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캐슬’의 구조와 ‘캐슬’ 밖의 목소리’ 토론회가 열렸다. / 김대환 기자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불평등 구조 해소와 강사법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고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캐슬’의 구조와 ‘캐슬’ 밖의 목소리’ 토론회(더불어민주당 신경민·조승래 국회의원, 대학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전국교수노동조합 공동주최)가 열렸다.

우리나라의 교원체제는 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정점으로 강사를 비롯한 비전임교원까지 내려오는 수직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7년 이후 노동계의 비정규직 확산에 따라 대학에서도 비정년 트랙 전임교수에다 겸임, 초빙, 대우 등 비정규 교수직을 양산해 교원체제는 더욱 차등화, 계층화됐다. 교원 간 차별과 불평등, 양극화 등이 갈수록 심해졌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홍영경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강사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큰 문제점은 대학체제와 교원체제가 서열화돼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홍영경 강사는 “대학교육을 전업으로 하나 교권이 없고 일용직 노동자로 묶여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강사는 교수 임용의 문이 좁은 승자독식 체제에서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패자가 돼 정해진 서열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 서열의 정점에 있는 SKY 대학은 보통 강사의 강의료를 낮게 유지한다. 또, 차등까지 둬 대학들의 강사 저임금과 차별 체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홍영경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강사 / 김대환 기자
홍영경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강사 / 김대환 기자

홍 강사는 “정부가 지난 2011년 강사처우개선법으로 강사법을 제정하고 네 차례 유예하는 7년 동안 대학들은 강사가 교원이 되면 재정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강사를 정리해고 했다”며 “대학에서는 강사를 계속 줄여나가고 겸임 등 비전임교원을 늘리는 수를 썼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8월 1일 개정 강사법 시행되자 대학에서는 강사가 담당하던 강좌를 축소하고, 전임교원과 다른 비전임에게 강의를 떠넘겨 노동 강도를 높였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강사의 처우와 노동조건 개선에 무관심한 대학은 교육과 사람보다 비용이 우선순위”라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는 강사에게 ‘교원신분’을 부여해 ‘안정적 교육권’을 보장하고 ‘양질의 고등교육’을 제공하자는 취지의 강사법 개정안을 지난 8월 1일부터 시행했다.

홍 강사는 “강사가 교원신분이 됐지만 현재로선 권리나 처우, 연구 여건이 별반 개선된 것이 없다”며 “헌법의 평등 원칙에 맞게 동일가치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실현해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 간의 차별을 바로잡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사법에 규정된대로 겸초빙교원과 기타교원의 자격조건과 사용사유를 엄격히 적용해 강사의 고용을 늘려야한다. 교육주체로서 강사의 교육 담당 비중에 걸맞게 권리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교원의 책임시수제를 최대시수제로 개정하고, 강좌개설권을 강사에게도 부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신희선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 / 김대환 기자
신희선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 / 김대환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신희선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비정년 전임 교수들의 현실은 대학 사회의 모순을 보여준다. 정년과 비정년으로 교수들을 구분하고 계층화하는 구조에서 대학의 지식노동이 동등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희선 교수는 “비정규직 트랙이기에 임금과 승진에서의 차별만이 아니라 교수로서의 권리가 거의 없다. 수업시수가 많아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교육전담 교수라고 해도 학생들과 면담할 수 있는 독립 적인 개인 공간을 배정받기 어렵다”며 “대부분 교육교수로 있기에, 재임용 과정에서 학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는 더욱 결정적인 변수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대학사회가 자본의 논리로 흔들리고 있다. 대학이 경영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할 때 1순위는 가장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 강사들이다. 연구비를 줄이고 대규모 강좌를 늘리고 노동 조건이 악화돼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 제일 먼저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학 사회에서도 적용돼야 한다”며 “자신이 속한 조직으로부터 정식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계약서 규정만 지켜 퇴출을 면하려는 보신주의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정년 자리만 보전하는 전임교수도 있는 현실에서 비정년 트랙의 고착화는 위험하다. 교육과 연구에 헌신하고 학생들의 성장과 학교 발전에 기여하는 비정년 교수에게는 정년 트랙으로의 이동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 학문과 교육의 ‘공동체’인 대학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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