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점주주 매각방식…경영권 분점 관행 없고, 투자자 모을지 의구심

[공감신문 김인영 기자] 우리은행을 민영화하려는 다섯 번째 시도가 발표됐다. 이번엔 경영권을 4~7곳으로 쪼개 파는 방식이 제시됐다. 한곳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시도가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에 쪼개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정권 말에 메이저 은행을 매각하는 일을 관료들이 책임지고 밀어부칠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초기인 2013년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이 “위원장직을 걸고 우리금융을 민영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무산됐다. 중국의 안방(安邦)보험이 참여했지만,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이댔다.

지금 정권 임기를 1년여 앞두고 특정 주인 없이 다수의 주주를 구성하는 분할 매각 방식이 성공할지 미지수다. 정권 후반기에 관료들이 다음 정부에 있을 청문회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과점 주주 매수자를 찾을지의 의문이 제기된다. 관료들 사이엔 아직도 외환은행 매각으로 인한 ‘변양호 신드롬’이 강하게 남아있다.

설사 과점주주 매각방식이 성공해 남은 공적자금 4조원을 회수한다고 해서, ‘사공 많은’ 은행의 경영이 잘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 속담에 “사공 많은 배, 산으로 간다”고 했다. 수십년전에 합병한 은행들이 아직까지 합병전 소속의 파벌 싸움에 시달리고 있다. 또 경영권 분점이란 관행에 약한 우리 경제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과점 주주의 상황이 또다른 관치 은행의 폐해를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 기자실에서 우리은행 과 점주주 매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2일 제125차 회의를 열어 과점주주 매각 방식 채택을 골자로 하는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연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과점주주란 주요 주주들이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각자 참여하는 형태, 즉 경영권을 나눠 행사하는 지배구조를 의미한다.

이번 매각 방안의 핵심은 과점주주를 형성할 수 있도록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48.09% 중 30%를 4∼8%씩 쪼개 파는 데 있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그동안 수요 점검 결과 경영권 매각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과점주주 매각에 참여하고자 하는 수요는 상당 수준 존재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분 4% 이상을 낙찰받는 투자자에는 사외이사 추천권이 부여된다.

관건은 사외이사 한자리를 얻으려고 수천억 내지 조단위의 자금을 쏟아부을 투자자가 있는지 여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수요조사 과정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며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수준의 잠재 투자수요를 확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광구 우리은행 행장도 올해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기업설명회(IR)를 열며 투자자 모집에 열을 올렸고 한다.

하지만 투자자의 관심은 관심일뿐이다. 막상 돈을 투자할땐 조건을 따진다. 4~8%의 지분 투자에 사외이사 한자리의 메리트로 돈을 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경영권도 쥐지 못하는 지분율이다. 지분율이 분산되면 정부의 개입 여지가 크다. KB국민지주를 보면 알수 있다. 외국인들의 경우,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할 바에 투자이익이 없다면 들어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국내 연기금등이 투자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다면 결국은 도로 관치은행으로 남게 된다.

 

공자위는 지분 30%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예보가 우리은행과 체결한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을 즉시 해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30% 매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MOU를 해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예보와의 MOU 해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과점 주주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4% 과점투자자 한 곳만 들어와도 MOU를 해지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투자자의 관심을 끄는데 유리할 것이다.

 

또한 매각이 성공해 과점 주주 경영방식이 성공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우리나라의 경영관행상 다수의 주주가 공동으로 경영해 성공한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내 것이냐, 당신의 것이냐의 소유의식이 강한 나라다. 우리의 것, 너와 나의 것이라는 개념이 정리되기 힘든 구조다.

임종룡 위원장은 "매각 즉시 과점주주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중심이 되어 행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모범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장이 조금은 이상주의에 취해 있는듯하다.

매각 가격은 아킬레스건이다. 우리은행에는 12조7,663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 중 자회사 지분 매각과 배당금 등을 통해 8조2,869억원을 회수해 4조4,794억원의 공적자금이 남은 상태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주당 약 1만3,000원은 받아야 한다. 다행스런 점은 우리은행 주가가 올들어 20% 상승해 1만원대를 갓넘었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손해보지 않고 제값에 회수하려면 지금보다 주가가 30%는 올라야 한다.

우리는 외환위기 직후에 외환은행을 미국계 헤지펀드 론스타에 매각한후 지루할 정도로 헐값매각 논란에 빠진 경험을 갖고 있다. 당사자들은 아무리 해명해도 국민정서라는 비시장적 가치기준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관료들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발표에서 매각가격에 대해 "원금회수 기준주가는 중요한 참고지표가 될 수는 있으나,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임지겠다고는 말은 없었다. 책임의 문제로 들어가면 당국자들은 힘들어진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난해 어느 인터뷰에서 “만약 정권교체 후에 매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문회와 문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겠느냐”며 “우리은행이 더 망가지기 전에, 사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먼저 나와야 과점주주 매각 방식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위는 이번에 입찰 예가를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위는 "입찰마감일 당일의 종가, 일정 기간의 주가 흐름, 매도자 실사 결과 우리은행의 적정 주가, 매각성사 가능성 및 공적자금 회수 규모 등과 같은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정가격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에 우리은행 주가가 1만3,000원으로 치솟으면 팔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우리은행 본점 건물 /연합뉴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와 카드사태가 금융업계에 남긴 상처를 한몸에 간직한 곳이다. 1990년대 은행권을 주름잡던 5대 시중은행 중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쳐 우리금융지주가 만들어졌고, 이후 평화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이 편입됐다.

정부는 이들 부실 금융회사를 모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 채권을 발행, 우리금융에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갖게 됐다.

우리금융지주는 2010년부터 4차례나 민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0년 첫 시도에서는 무려 23곳의 인수 후보가 등장했으나 대부분이 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불참을 선언해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일괄 매각 방식으로 연달아 민영화를 추진했다. 2011년에는 산은금융지주가, 2012년에는 KB금융지주가 각각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관치 금융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연달아 무산됐다.

3단계에 걸쳐 계열사들을 분리 매각한 2014년엔 경영권 지분과 소수지분을 따로 매각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네 번째 도전에 나섰다. 4차 매각에서 우리투자증권, 우리생명보험, 우리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 등 계열사를 패키지로 묶어 농협에 매각한후 덩치가 큰 우리은행 원매자를 찾았다. 하지만 우리은행 경쟁입찰에서 중국의 안방(安邦)보험 한 곳만 응찰한 탓에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또 무산됐다.

다섯 번째인 이번 과점주주 방식의 매각은 과거 네 차례보다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여러 험로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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