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주칼럼] 한반도시대가 온다②…통일비용 위해 자산 늘려 놓아야

한용주 칼럼니스트

[공감신문=한용주 칼럼니스트] 중국이 동참한 대북제재로 주요 자금 줄이 끊어지고 통치 자금마저 고갈되면 북한 권력 내부에서 갈등과 투쟁이 빈발할 수 있다. 북한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지도층 내부에서 경제 실정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권력투쟁이 극심해 질 수밖에 없다. 북한 지도층 내부에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언제 제거될지도 모른다는 위태로운 상황이 지속되면 이판사판이라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 역사는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 때 우발적인 사건으로 전환점을 맞이한 경우가 많다.

김정은 정권이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북한 지도층 내부 권력투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누구든지 김정은을 제거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면 중국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심리적인 압박에 스트레스가 쌓여 130kg의 비만 체중이 되고 줄담배를 피운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 2016년 5월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하와이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내부 불안정으로 인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붕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4월 취임한 빈센트 브룩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한반도에 주요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앞으로 2~3년 내에 북한이 붕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북한이 공포정치로 북한주민을 통제하더라도 고통스런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멀지 않은 시기에 내부의 쿠데타 또는 반란으로 이어지는 북한급변사태는 필연적으로 올 수 밖에 없다. 향후 북한정권의 변화에 따라 전개될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출처: 영화 “더 인터뷰”의 한 장면>
시나리오 1. 전향적인 핵무기 포기

지금이라도 김정은 북한정권이 전향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고 남북경협 시대를 열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더라도 김정은 정권 그 존재 자체가 남북 통일과 남북 경제협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씨세습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김정은 정권은 세습정권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독재정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경직된 정치체재가 북한경제 개방과정에서 여러 가지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 경제협력이 진행되더라도 김정은 정권이 투자협정과 안전보장협정에 대해 성실하게 이행할지도 불확실하고, 미래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적인 정책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즉, 김정은 정권은 신뢰할 수 있는 정상적인 국가도 아니고 협상 파트너도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포기는 남한에는 더 큰 골치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시나리오 2. 북한 무정부 사태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면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여 통일할 기회를 얻기 전에 중국이 먼저 개입하여 평양을 곧 바로 접수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한반도 내 미군철수를 요구하며 흡수통일을 반대하고 친중 정권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다. 오래 전부터 중국은 미국과의 사이에 완충지대를 두고 싶어했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통해 미국과 직접 국경을 맞닥뜨리지 않고 싶은 것이 중국의 안보정책이다.

중국이 북한에 친 중 정권을 세운다 하더라도 북한은 독립국가의 주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예로부터 한반도 민족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민족이었다. 북한이 오랫동안 주체사상을 주장해 왔다는 점을 보더라도 북한이 중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만약 남한이 중국보다 먼저 개입하여 평양을 접수하고 북한을 흡수통일을 할 경우 남한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생활소득을 보전해주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하며 북한 전역을 새롭게 개발하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천문학적인 자금이 통일 후 수십 년간 계속해서 투입되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면 북한 내에서 새로운 정권이 대두될 수 있다. 자생적으로 기존 정권 내부에서 새로운 세력이 형성될 수도 있으며, 반복되는 권력투쟁의 속에서 새로운 권력자가 정권의 실세로 등장할 수 있다. 새로운 세력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 경제난을 타개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의 지지도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정권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중국식 공산정권 체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새로운 정권은 중국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북한 경제를 개방하여 전세계로부터 투자를 받아들이고 남북경제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적인 국가로 신뢰할 수 있는 협상 파트너가 등장하는 셈이다. 

   

새로운 북한정권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남북통일은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 남북통일이 되려면 통일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중국과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한미 군사동맹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안으로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 주한미군 철수는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독일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은 갑작스런 통일이 막대한 통일비용을 유발한다는 점과 오랜 분단기간 동안 형성된 문화차이로 상호 사회 부적응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막대한 통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문화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전격적인 통일보다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을 선택해야 한다. 통일 전에 충분한 남북경제협력 기간을 두어 남북한 소득격차를 줄이고 문화적 동질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번 창출된 정권은 시간이 갈수록 기득권을 쌓아가는 속성이 있어 새로운 북한 정권도 기득권을 쌓아갈 가능성이 높다. 단계적인 통일과정에서 남한과 북한이 통일에 합의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남북한 소득격차를 줄이는 데도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 남북경협 시대는 어느 순간 갑자기 올 수 있지만 남북 통일은 먼 훗날에야 가능할 지도 모른다.

   

<출처: 2013년8월15일 KBS여론조사>

통일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30년 통일 후 20년간 경제분야 비용은 4,0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국내 주요 연구기관에서는 오는 2020년에 통일이 되는 경우 10년간 매년 GDP(국내총생산) 대비 1~7%의 통일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각 연구기관이 발표한 추정치는 크게 다르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임에는 틀림없다.

통일비용 조달 방안으로 ▲조세수입의 증대 ▲국채 발행 ▲공공기관이나 국유재산 매각 등이 가능하다. 통일비용이 천문학적인 규모인 만큼 가능한 모든 방안이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대비 조세부담률이 24.6%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치인 34.4%에 비해 낮아 앞으로 조세 수입을 늘릴 수는 있지만 조세저항 등을 고려할 때 모든 비용을 조세로 충당하기는 부족하다. 그러나 독일의 사례처럼 통일비용의 약20~30%는 증세를 통해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2015년기준 GDP(국내총생산) 대비 37.9%로 OECD회원국들에 비해 양호하여 국채발행의 경우 거액을 상대적으로 쉽게 조달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전체 통일비용에서 세금(27%)보다 국채발행(53%)의 비중이 2배 가량이었다. 그러나 통일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막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국가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유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기관이나 국유재산을 매각하여 국가채무 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국가채무 비율이 낮을수록 국채발행 시 낮은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어 유리하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 남한의 재정적인 부담이 커지면 해외로부터 차입 금리가 지금보다 올라 갈 수 있다. 따라서 차입여건이 양호한 지금부터 외화자산을 충분히 늘려놓는 것이 유리하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해외투자 자산을 늘려 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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