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각국 자제 바란다”… 합참 "UFG연습 빌미로 무력시위"

[공감신문 김대호 기자] 북한이 24일 동해상으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발을 시험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 SLBM은 현재까지 북한이 진행한 시험발사 중에서 가장 먼 500㎞를 비행, 북한이 수중사출 기술에 이어 비행기술까지 상당 수준 확보한 것으로 우리 군당국은 관측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겨냥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 22일 시작된 UFG연습에 대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인민군 총참모부, 외무성 등을 총동원해 '핵으로 선제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UFG연습 이틀 만에 이뤄진 이번 SLBM 시험발사로 기습적으로 남측은 물론 주일 미군기지 등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일본 EEZ이어 방공식별구역 낙하

주목할만한 점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SLBM이 동북방으로 날아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80㎞ 정도 침범한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 3일에도 황해남도 은율군 일대에서 쏜 노동미사일 2발 중 1발은 1,000㎞를 비행해 일본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반도 서쪽 250㎞ 지점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바 있다. 따라서 한달사이에 북한은 일본의 EEZ와 방공식별구역을 연이어 과녁으로 삼아 미사일 공격을 한 것이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일본 관할 구역을 타깃으로 삼아 일본 정부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일본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일본 반동들이 우리의 로켓 발사를 턱대고 그 무슨 '미사일위협'설을 내돌리면서 '사드' (일본) 배치에 발악적으로 매여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미국과 조선반도 주변 나라들 사이 모순과 대립은 더욱 표면화되었다"며 "일본이 이런 복잡한 틈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어부지리를 얻어보려고 교활하게 놀아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자라 보고 놀란 놈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일본 반동들은 우리의 로켓 시험 발사를 놓고 무턱대고 '위협'으로 몰아붙이며 아부재기(엄살을 부리다)를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우리는 미국의 가증되는 반공화국 고립압살책동 속에서 자위적 국방력을 질량적으로 튼튼히 다녀왔다"면서 "우리의 로켓 시험 발사는 철두철미 미국의 항시적인 침략위협으로부터 우리 조국과 인민의 안전을 확고히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해 해외침략 야망을 기어이 실현해보려고 책동하고 있다. 일본 반동들의 군국주의 부활 책동이 도를 넘고 있다"며 "경고하건대 재침은 곧 망국과 파멸의 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SLBM 발사와 관련, "안전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현저히 손상하는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는 명백한 유엔 결의 위반으로, 북한에 대해 단호하게 항의했다"며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대해 가면서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일본대사관 채널을 통해 북한에 SLBM 발사에 대해 엄중 항의했다고 외무성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의 SLBM /연합뉴스
왕이의 양비론…사드 반대에 초점

한편 북한의 이날 SLBM 발사는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겨냥했다는 시각이다. 특히 중국측 반응을 떠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도쿄를 방문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해 "사태를 더욱 긴장시키고 복잡하게 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관계 각국이 자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는 반대하지만,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도 자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날 윤병세 외교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등과 개별 또는 3차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북한의 이날 SLBM 발사 등 북핵ㆍ미사일 문제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중국의 류제이이(劉結一) 유엔 주재 대사는 지난 3일 북한이 일본 EEZ를 향해 노동미사일을 발사한직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한반도 긴장을 악화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해서는 안된다”며 한반도 긴장고조의 원인이 미국의 사드 배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유엔 안보리는 중국의 반대로 성명서 채택이 불발되기도 했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을 등에 입고, 일본을 자극시켜 미국에 도발하려는 다원적 포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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