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법 제정 이후 실형 선고 단 한 건도 없어…대부분 집행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쳐

[공감신문] 권지혜 기자=최근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 사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경의선 책거리에서 맨손으로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피의자는, 재판에서 변호사를 통해 범행을 인정함과 동시에 “길고양이인 줄 알았다”고 밝혔다.

이는 ‘재물손괴’ 혐의를 부인하기 위한 발언이었으나, 뒤집어 보면 ‘주인 없는 길 고양이는 죽여도 된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다.

현행법상 동물은 ‘재물’로 취급되고 있다. 근래 반려동물 관련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문화가 확산되며 동물을 물건이나 돈벌이로 보는 인식이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많은 동물들이 비싼 ‘분양비’를 목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있다.

누군가 비싼 돈을 주고 산 고양이는 죽이면 다른 사람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재물’을 손괴한 것이 되고, 자유로이 거리를 활보하는 길고양이는 죽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 이대로 괜찮을까?

오늘 시사공감에서는 계속되는 길고양이 학대 사건들에 대해 알아보고 그에 따른 처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새끼고양이 토말살해 사건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글. /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새끼고양이 토막살해 사건

지난 28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전 대흥동에서 일어난, 새끼고양이 토막살인 사건 동물보호법 안전한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페이스북 고양이 카페에 대흥동에서 어미고양이가 목이 잘린 새끼의 몸을 물고 캣맘에게 데려다 줬다는 글이 올라왔다. 어미의 머리에도 담배자국이 있었고, 2차 피해는 어미가 될 것 같아 병원으로 이동했다는 내용이었다”고 알렸다.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강아지, 고양이 학대·살인 사건 뉴스를 접하는 것 같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동물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수사를 해주지 않는다”며 “동물보호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대로 학대가 계속 나타나도 괜찮은가?”라고 반문했다.

해당 청원은 31일 기준 약 1만6600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추락 직전 창문 난간에서 버티고 있는 고양이. / 나비네 제공
추락 직전 창문 난간에서 버티고 있는 고양이. / 나비네 제공

4층 건물 고양이 추락 사건

지난 5일, 마포구 망원동의 한 다세대 주택 건물에서 누군가 고양이를 고의로 밀어 4층 창문에서추락시킨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동물보호단체 ‘나비네’는 19일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고양이는 4층 창문 밖 좁은 난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위태롭게 버티고 있고, 창문 안에서는 누군가 고양이를 계속 밀어내고 있다. 결국 고양이는 창문 밖으로 떨어지고, 이내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영상을 촬영한 시민이 추락 추정 장소에 도착했을 때 고양이는 사라진 상태로, 건물 아래 빗물 가림막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물 높이로 미루어 보아 사라진 고양이의 출혈·골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 사건’ 당시 현장. 피의자가 나무에 독약을 살포하고 있다. / 인스타그램 캡쳐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 사건

지난 7월 13일, 경의선 책거리의 한 카페 앞에서 고양이가 학대를 당한 후 살해됐다.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피의자는 화분에서 쉬고 있던 고양이의 꼬리를 잡아채 수차례 패대기 치고 발로 짓밟는다. 축 늘어진 고양이를 내던진 후에는 사료에 독극물을 뿌리고 사라진다.

결국 고양이는 수풀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자두’라는 이름의 이 고양이를 보살펴왔던 가게 주인은 심적 고통과 함께 범인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이 사건 역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약 21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식이었다. 이런 흉악범죄를 그냥 두고만 본다면 과연 시민들의 삶이라고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화성연쇄고양이살인범은 고작 벌금 몇 푼을 내고 다시 동내를 활보하며 다니고 또 다른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처벌이 약하니 또 똑같은 짓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처벌을 위한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진행할 것을 약속하며 지속적으로 동물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이룰 것이라 답변했다.

8월 27일 공포된 동물보호법 제8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쳐

‘동물 학대 처벌’ 실태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에서는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동물보호법 제정 이후 실형을 선고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입건된 1546건의 동물학대 사건 중 가해자가 구속된 경우는 단 한 건에 불과했다.

재판을 받는다 해도 유사 범죄를 예방할 만한 선례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처벌 수준이 낮아 이슈가 되곤 한다. 대부분 반성의 기미가 보인다거나 초범이라는 이유로 정상참작이 돼 집행유예를 받거나 100만원 내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동물권행동 카라(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의 길고양이 구조활동 / 카라 홈페이지 캡쳐

‘동물보호법 강화’를 외치는 사람들

우리 사회는 결코 동물 학대 문제에 무관심하지 않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물보호법’을 검색하면 지난 9월부터 올라온 청원만 7건으로, 모두 동물보호법 강화 촉구를 외치고 있다.

이 외에도 포털 사이트에 ‘동물학대 처벌’을 검색하면 많은 동물보호단체들이 발벗고 나서 학대 사례를 알리고, 학대 당한 동물을 구조해 치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 4일 동물복지 종합계획 수립 추진 방안을 마련, 주요 정책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동물 살해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한 내용이 담겼다.

우리나라의 동물복지는 아직도 미비한 수준이지만, 이처럼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어 더디게나마 계속 개선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 게티이미지뱅크

동물에게 감정이 있고 아픔을 느낀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명백한 사실이다.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를 아무렇지 않게 학대하는 사람이라면, 그 폭력성은 결코 동물에만 국한되는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동물 학대는 결국 사람을 향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잭 레빈 교수는 “동물학대 범죄 수감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흉악 범죄를 최고 5배까지 더 많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리는 편의를 위해 점점 더 많은 건물을 짓고, 도로를 깔고, 차를 타고 다니며 활개를 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가 인간의 소유는 아니다.

동물 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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