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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라메드] 신혜미 스트리트 아티스트 “벽, 끝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통로”신혜미 작가, 퇴사하고 독학으로 그림 익혀...국내 대표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주목
스트리트 아티스트, 신혜미 작가(29) /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살다보면 누구나 벽에 부딪힌다. 그 벽이 누군가에는 끝이고 절망이지만, 또 누군가에는 시작이고 희망이다. 일상과 꿈의 갈등 속에서 어느 쪽을 선택한다 한들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벽에 직면했을 때 그곳에 또 다른 문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용기와 낙천성이다.

그라피티라는 말이 더 익숙한 스트리트 아트(거리 미술)는 쉽게 말해 벽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다. 저항의 문화로 비쳐 괄시받던 때도 있었지만, 좀 더 정제된 방식으로 나아가 하나의 공간 예술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서울 종로구 이화마을, 서울 서대문구 개미마을,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경상남도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등 역사적인 상처를 간직한 곳에 오색 반창고를 붙여주듯 벽화가 칠해졌다. 이러한 벽화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 채널이 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여행 명소가 되고 있다.


2평짜리 여관이 우주 공간으로

아트 갤러리로 변신한 서울 서대문구 ‘해담하우스’ /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입구의 해담하우스. 철거 위기에 놓인 여관 건물을 열린 아트 갤러리로 변모시킨 이곳에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이 힘을 합했다. 장르도 사진, 회화, 음악, 시, 설치, 퍼포먼스 등 가지각색. 총 3층의 공간에서 다양한 예술 작품과 공연을 접할 수 있다. 그곳 1층의 2평 남짓한 방 하나에 스트리트 아티스트 신혜미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신 작가는 그 공간을 우주정거장으로 만들었다.

“굉장히 좁은 방이기에 방에 들어섰을 때 다른 공간 안에 들어온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최근에 우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는데, 그것에 영감 받아서 우주정거장 내부를 표현해봤어요. 그 안에서 뛰노는 캐릭터들, 우주선 내부와 창문. 각종 기계를 그렸어요.”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스트리트 아트의 세계

신혜미 작가는 대학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작은 회사에 취업해 2~3년간 회사생활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퇴사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했다.

“퇴사하고 혼자 미국으로 여행을 갔어요.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 모마(MoMA) 전시관을 갔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당시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생각도 못 하던 때였는데, 매일 그곳에 가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면서 언젠가 저곳에 내 그림도 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한 거 같아요.”

월급 나오는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의 길로 접어든 것이니, 처음에는 집안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신 작가는 자신의 활동 사항과 그림을 가족에게 보여주며 조금씩 설득해 나갔다. 그러나 전북 전주의 고향집에서 내려와 혼자 생계를 책임지려니 역시나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르바이트와 소소한 디자인 작업 의뢰를 받아서 생활했고 끼니를 거르거나 라면으로 때울 때가 많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작품이 알려져 생계 걱정을 덜기는 했지만, 일이 없을 때는 3개월씩 쉬어야 할 때도 있다.

“솔직히 잘된다는 확신은 없었어요. 그냥 좋아서 시작한 거고. 재정적으로 안정돼서 여행지에서 그림 그리고 현지의 아티스트들과 교류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든지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경기도 동두천시 벽화 / @seenaeme
경기도 동두천시 벽화 / @seenaeme

신 작가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위해 스스로 홍보하는 방법을 익혀갔다. 드로잉할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올리고 국내외 매거진 및 포트폴리오 사이트 등 자신의 그림을 소개할 수 있는 모든 곳에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그러던 중 네덜란드의 일러스트 작가가 신 작가에게 연락을 해왔고, 그 인연이 발전되어 한국의 작가들과도 친분이 두터워지고 자그마한 전시회도 열게 됐다.

“그런 노력을 통해서 제 그림이 매거진에 실리기도 하고 일도 조금씩 들어왔어요. 2년 전 지인의 소개로 2평 남짓한 방 두 곳을 대여해 전시회를 열었는데, 한 곳에는 그림을 액자로 엮어 10여 점을 소개하고 다른 방은 벽면에 그림을 그렸어요. 바닥을 제외하고 천장과 문까지 그림으로 채웠죠. 그게 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의 시작점이 된 거 같아요.”

부산 대평동 벽화 / @seenaeme
부산 대평동 벽화 / @seenaeme


벽을 통해 길을 보다

현재 전문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작가는 스무 명 남짓. 야외작업이 많다보니 체력적으로 고되고 특히 여름, 겨울에 극한의 환경 속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 현장에서 여자 작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스트리트 아트하면 떠오르게 되는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에 비해 신 작가의 그림은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정겨움과 친숙함이 있다. 그래서 신 작가의 그림은 다양한 연령층에 사랑받고 신 작가의 아트상품 역시 인기를 얻고 있다.

“저는 일러스트로 처음 습작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정크하우스’라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분의 작품을 보고 제 일러스트를 벽에 옮기는 작업을 해봤어요. 지금은 일러스트 작업과 스트리트 아트를 병행해서 하고 있어요.”

신 작가의 작품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모바일 전략 게임 ‘클래시 로얄’ ‘삼성병원’ ‘SK 와이번스’ 등 브랜드 홍보와 연계해 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콜라보도 늘고 있다. 신 작가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부산. 부산 아트 페어 벽화 작업에 참여했고 온천장, 부산대길 등 산책로에 신 작가의 그림이 그려있다.

서울에서는 성수동과 을지로 조명거리에서 신 작가의 그림을 만나볼 수 있으며 동두천 보산동 공공미술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해외에서는 홍콩 ‘Hkwall Streetart Fastival’에 초대받아 그린 신 작가의 그림이 남아있다. 그 외에 올해 열린 베이징 언더그라운드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행사에도 초청받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SF영화 ‘스타워즈’,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 일러스트 / @seenaeme

“최근에 중국 베이징을 다녀왔는데, 홍콩에서 오신 그라피티 아티스트분이 제가 그리는 그림을 보고는 홍콩에서도 그리지 않았느냐고 물어봐 주시는 거예요. 제 그림을 본 적이 있다면서요. 가끔 핸드폰에 찍어놓은 제 그림을 보여주는 분이 계신데, 그럴 때마다 놀랍기도 하고 감사해요. 묘한 기분이 들어요.”

가끔 좁은 길에 그림을 그려야 할 때, 특히 리프트나 보행에 장애가 되는 장비 등이 필요할 때는 인근 거주민과 보행자의 핀잔을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림이 그려지고 나면, 찡그려졌던 얼굴은 호기심과 미소로 바뀌고 아웅다웅하던 주민과도 어느덧 이웃이 된다. 그건 신 작가 특유의 유쾌함과 명랑한 성격에 기인하기도 한다.

“아직 그림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정체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림을 그릴 때 안 써본 색상도 써보고 그림체나 글씨체도 고민해요. 항상 새로운 도전이 있는 직업이라 즐거워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공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죠. 재밌고 즐거운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즐거워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거든요.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1인 크리에이터도 해보고 싶고, 스트리트 아트를 다양하게 알릴 방법을 찾고 있어요.”

‘At the Moon’, ‘Sk와이번스’ 전시회 일러스트 / @seenaeme
    김수석 기자 | ij@go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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