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몽펠리에 ‘한국문화예술 축제’ 제4회 ‘코레디시(Coree d ici : 여기에 한국을) 페스티벌’ 개최

[공감신문 라메드]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타국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노력해온 예술가들이 있다. 그 노력의 현장을 담고자 프랑스 몽펠리에를 찾았다.

프랑스의 남부도시 ‘몽펠리에’에서 ‘한국문화예술 축제’인 ‘코레디시(Coree d ici : 여기에 한국을) 페스티벌’이 11월 14일 시작됐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본 축제는 ‘평화’라는 주제로 한국의 문화 전반을 선보인다. 현재는 연례적인 행사로 자리 잡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시작은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한 한 무용가의 마음에서 시작됐다.

몽펠리에 코미디 광장 /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몽펠리에 최초의 한국인 무용수, 남영호

남영호(52) 예술감독은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유학차 프랑스에 갔다. 그는 1990년 소르본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받은 뒤 파리 5대학을 거쳐 1992년 춤의 고장인 몽펠리에에서 시립무용수로 활동하게 된다. 이후 1999년에는 꼬레그라피(Coreegraphie)라는 무용단을 창단했고, 2004년 남영호 무용단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하고 있다. 이후 몽펠리에 최초의 한국인 무용수로서 26년간 활동해왔다.

“저는 몽펠리에에서 상반된 성향을 가진 안무가 2명을 만나며 춤의 다양성과 예술 간의 혼합을 배웠어요. 한 해에 60여 회의 공연을 소화하며 프랑스 곳곳을 살펴볼 수 있었고, 또 호화로운 공연 무대에도 서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지요.” - 남영호

남영호 예술감독 /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프랑스 현대 무용의 본원지인 몽펠리에에서 남 감독은 무용의 철학과 인내심을 일깨웠다. 이곳에서 무용가로 입지를 다진 남 감독은 2006년 한불수교 120년 때 ‘벽을 넘어서’라는 주제로 무대를 선보인 후, 지속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릴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한불수교 130년을 맞은 시점에 무작정 시청을 찾아가 그간 구상했던 한국문화축제를 설명했다. 이에 시 당국은 시립극장과 각종 문화시설을 무료로 대관해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흔히들 외국에 오래 살면 외국 사람처럼 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더더욱 한국 사람이 돼요. 제 근본은 한국이고, 프랑스에 살면서 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제 전공이 현대무용과 발레였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서양무용에 가깝지만, 이곳에 와서 오히려 한국의 전통적인 것에 눈을 떴어요. 어찌 보면 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방법이기도 했어요. 인간문화재분들의 공연이나 한국의 예술 작품들을 찾아서 보기 시작했죠.” - 남영호

남영호 예술감독의 자택 창문에서 바라본 몽펠리에 /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케이팝 가르치는 무용수, 홍지현

현대무용을 전공한 홍지현(29) 무용수는 프랑스에 온 지 5년 된 프로무용수로 남영호 감독과의 인연으로 몽펠리에에 정착하게 됐다. 홍 무용수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재학 당시, 그의 스승인 남정호 교수가 남영호 감독을 소개해 준 것.

현대무용가 남정호 교수는 남영호 감독의 친언니다. 평소 외국에서 견문을 넓히고 싶어 했던 홍 무용수는 남 감독에게 정보를 얻어 오디션을 보게 됐고, 이후 몽펠리에에 정착해 경력을 쌓고 있다.

(좌부터) 남영호 예술감독과 홍지현 무용수 /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남영호 선생님은 저에게 인생의 스승이자 롤모델이세요. 코레디시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진행하시는 걸 보면서 그 상상력과 추진력이 너무나 놀라웠어요. 제가 프랑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을 때, 남영호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제가 이곳에서 무용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건 남영호 선생님의 도움이 컸어요. 저도 남 선생님 같은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 홍지현

홍 무용수는 몽펠리에에서 틈틈이 케이팝(K-POP) 댄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몽펠리에는 작은 도시이지만, 이곳에서도 케이팝의 인기는 뜨겁다. 홍 무용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케이팝 수업을 해서 공연을 열기도 했다. 언제가 무용수로 활동을 마치고 나면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무용 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이곳에서 조금씩 이뤄가고 있는 셈이다.

“케이팝 댄스 수업을 하면서, 한국을 전혀 모르던 아이들도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한국어로 인사도 하고 한국에 대해서 알아봤다고 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럴 때면 저도 뿌듯함을 느껴요. 이런 게 남영호 선생님께서 지치지 않으시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 홍지현

케이팝 댄스 수업을 진행 중인 홍지현 무용수 /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제4회 코레디시 페스티발

남영호 감독은 자신의 안에 있는 ‘한국적인 것’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가운데,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몽펠리에에서 한국은 낯선 나라였다. 유럽 최대 규모 무용 축제인 ‘몽펠리에 무용제’, 국제음악축제인 ‘라디오 프랑스’를 비롯해 국제적인 페스티벌이 연이어 개최되며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평가받는 몽펠리에였지만, 한국의 문화에 있어서는 불모지였다.

그런 가운데 남 감독은 시청, 문화기관, 극장, 지역 공동체, 언론사 등과의 협력과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한국문화예술 축제’인 ‘코레디시 페스티벌을 발전시켜오고 있다.

“한국예술의 전통적인 기법들이 서양의 현대예술에서는 아주 새롭고 흥미로운 기법으로 비치는 것이 놀라웠어요. 코레디시 첫 회 공연 때 사물놀이 공연을 했는데,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죠. 이후 시장님과 오페라 예술감독님을 비롯해 몽펠리에의 인사들이 공연장을 찾고 특히 학교에서 단체 관람을 줄이어 왔어요. 낯선 나라의 신나는 리듬과 역동적인 퍼포먼스에 넋이 나갔지요. 이후에 아이들이 악기도 배워보고 한국 문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렇게 어려서부터 한국 문화와 친숙해지면, 한국은 그들에게 아주 익숙한 나라로 자리 잡겠지요.” - 남영호

몽펠리에 밤거리 /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올해로 4회를 맞는 코레디시 페스티벌은 11월 14일부터 26일까지 몽펠리에 및 근교의 총 11개 공연장 및 전시공간에서 진행된다. ‘평화’를 주제로 춤, 미술, 케이팝과 힙합, 한식, 한지 공예, 한국의 차 등 한국 문화 전반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한국 예술가 35명, 프랑스 예술가 13명이 뜻을 모았다.

“몽펠리에에 살면서도 남북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계속 받으면서 살았기 때문에 한반도 분단이 우리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의 관심사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 가운데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통일도 눈앞에 그려지는 거 같아 주제를 ‘평화를 위한 제전과 축제’로 정했어요. 이제는 조금 더 편하게 ‘통일과 평화’라는 주제를 논하게 되어 기뻐요.”

남 감독의 코레디시 페스티벌은 일회적인 문화공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교, 관광, 교육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사회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몽펠리에의 두 중학교가 처음으로 한국어과를 개설했고 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과 개설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불고 있다.

“저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전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레디시 페스티발을 하면서 한국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여러분도 우리의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간 되시면 몽펠리에에도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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