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일방적 구조조정" 반발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현대중공업의 7개 사업부문 가운데 조선 부문은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전기·전자와 그린에너지등의 부문은 수주실적이 양호하다. 특히 로봇사업부는 사업 전망도 좋고 짭짤한 수익을 낸다.

현대중공업이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량의 적자를 발생하면서 알짜 부문인 로봇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다. 그러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분사를 통보했다는 이유다.

기업의 분사, 인수 및 합병등은 경영권의 고유권한이다. 노조가 간여할 사안이 아니다. 그럼에도 노조는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적 노사관계, 현대중공업적 특수성을 보여준다.

현대중공업의 6세대 LCD운송로봇

현대중공업은 1984년 로봇사업을 시작해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업용 로봇을 독자 개발·생산하고 있다. 2007년에는 LCD운송로봇 개발에 성공해 현재 세계 LCD로봇 시장의 3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작년 3월에는 LCD생산업체들의 신규 투자가 예상되는 10.5세대(3,370 mm x 2,940mm) 초대형 LCD운송로봇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7월 엔진기계사업본부 내 로봇사업을 별도 사업부로 분리·확대해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했으며, 신모델 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등 산업용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지난해엔 산업용 로봇 매출액이 2,54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로봇 분야에서 작년보다 7.5% 늘어난 2천73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올 상반기에는 보행재활로봇, 종양치료로봇 등 자체 개발한 첨단 의료용 로봇을 전국 7개 의료기관에 보급하는 등 의료용 로봇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에 대만의 디스플레이 기업인 CPT사의 중국 자회사 VDT(Vibrant Display Technology)로부터 'LCD운송로봇' 300여 대를 최근 수주했다. 한해 매출의 1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현대중공업은 국제로봇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우수한 내구성, 편리한 조작성, 간편한 유지보수 등 전반적인 성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로봇사업부가 분사 후 독립경영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영개선계획에 따라 분사를 추진 중이고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로봇사업부 독립법인 설립 계획서를 노조에 통보했다고 10일 밝혔다. 로봇사업부는 전체 인원 205명 가운데 조합원이 절반이 넘는 108명이다. 회사는 계획서에서 9일 대상자 설명회에 이어 13일 개인별 동의서를 접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또다시 일방독주 경영을 밀어붙였다"라며 "이는 노동조합과 로봇사업부 조합원들의 소중한 의견을 무시하고 계열 분리를 일방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로봇사업부 계열 분리에 대해 사전에 노동조합과 협의 과정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통보하는 회사 경영진의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며 "지난 몇 개월 동안 현대중공업 노사관계는 전환배치와 무분별한 분사 강행으로 극심한 대립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노사는 올해 들어 이미 지원부문과 중기운전, 설비보전 직종의 분사 계획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노조 관계자는 "분사 문제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만큼 회사는 로봇사업부 독립법인 설립 전에 노동조합과 협의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며 "따라서 구성원들과 노동조합 의견을 철저히 배제한 회사 경영진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항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조선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6월 3조5,000억 규모의 자구안 계획을 승인받았다. 현대중공업의 자구안 계획에는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이나 울산 현대백화점 앞 부지, 울산 조선소 기숙사 매각 등 자산 처분 외에 지게차·태양광·로봇 등 사업 분야 분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 밖에 임금 반납과 연장근로 폐지, 비핵심업무 아웃소싱, 인력 조정 계획도 나왔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도 열고 있지만, 30여 차례 협상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놓고 노사 간 갈등을 빚으면서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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