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핵포럼' 긴급 간담회…전문가그룹 ‘우리핵연구회’ 출범

[공감신문 김대호 기자] 북한이 또 핵실험을 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 이어 8개월만이다. 이번엔 위력도 컸다. 전세계가 비난했다. 하루만에 55개국, 5개 국제기구가 규탄성명을 냈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우리정부와 미국, 일본은 북한을 꽁꽁 묶는 제제방안을 만들겠다고 한다. 연초에 가해진 것보다 강력한 규제를 찾고 있다. 그래도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 핵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다. 제재가 강해질수록 북한은 핵보유의 욕심을 내고 있다. 경제제제는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8개월 북한을 꽁꽁 에워싸는듯한 경제제제로도 북한의 핵 도발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그러면 우리는 북한이 고도화한 핵무기의 위협에 놓여 있어야 하는가. 사드 배치만으로 북한 핵공격을 방어할수 있을까.

경제 제제로는 안되니까,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정치권, 즉 여당인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주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론을 인정치 않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한다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아직은 선거 구호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도 핵무장론엔 동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제제가 먹혀들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의 핵기술발전만 용인하는 현실성을 감안하면 핵무장론의 절박성도 있다.

오른쪽부터 김정훈 전 정책위의장, 김무성 전 대표, 원유철 전 원내대표 /연합뉴스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을 계기로 새누리당 내에서 '핵무장론'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원유철 전 원내대표가 선봉에 섰다.

핵무장론 전도사를 자처하는 원 전 원내대표는 오는 12일 자신이 주도하는 '북핵 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약칭 핵포럼)' 긴급 간담회를 연다. 북핵 해법을 주제로 하는 간담회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다.

원 전 원내대표는 주장은 이렇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다종화에 성공했고, 수차례의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핵탄두와 미사일을 결합했다. 그러나 우리는 늘 규탄 결의안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 등 '구호'로만 대응했다. 북한이 앞서가는 동안 우리는 제자리에 알몸으로 머물렀다. 킬체인, KAMD, 사드는 모두 방어 수단이다. 상대방은 총을 겨누는데 우리는 방패만 들어선 안 된다. 서로 총을 들이대고 있어야 방아쇠를 함부로 당기지 못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해 북한과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핵무기를 최소한 북한의 2배 이상 규모로 개발해야 한다.“

김무성 전 대표와 김정훈 전 정책위의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수반되는 독자적인 핵무장보다는 한미원자력협정 협상으로 핵무기 개발 능력을 확보해두자는 입장이다.

김무성 전 대표,

"한미원자력협정 협상 등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 SLBM 개발, 미국의 전략 핵무기 배치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할 때다. 이제 우리는 북핵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북핵과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이 더욱 명백해졌다."

김정훈 전 정책위의장,

"일본은 우라늄·플루토늄과 기폭장치를 모두 확보한 상태지만, 우리는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재처리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우리도 한미원자력협정을 다시 협상해 마음만 먹으면 1∼2개월 안에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실제로 핵을 쏠 경우 미국의 '핵우산'은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고, 궁극적으로는 핵무기 제조 직전 단계까지 준비해두는 게 북핵을 억제할 유일한 수단이다.“

이정현 대표도 11일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처럼 무모한 도발 시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조치들을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강구해야 한다"고 언급, 핵무장론을 정치권 차원의 이슈로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핵무장론을 가장 먼저 공론화한 정치인은 정몽준 전 대표다. 그의 지론은,

"우리는 우리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전술핵 배치를 포함해 국가를 보호할 모든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중국에는 '강 건너 불'이고, 미국에는 '바다 건너 불'인데, 우리가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 누가 자신들의 문제로 생각하겠느냐. 북핵이 계속 터지니까 국민 사이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안보 불감증이 퍼져 '누가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모색하는 연구모임인 '우리핵연구회'가 이달 초 출범했다. 자체 핵무장론을 연구하는 전문가모임은 국내서 처음이다. 이 모임의 간사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 안보, 핵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우리핵연구회가 이달 초 출범했다"며 "한국의 핵무장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긴밀한 토론을 진행해 회원들 간에 접점을 찾고 지식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의 핵 포기를 끌어내는 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 북한의 제5차 핵실험으로 다시 확인됐다"며 "한국 정부가 또다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효과가 매우 제한적인 대북 제재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세계 제6위의 원자력 강국인 한국이 북한보다 핵 보유 능력에서도 확실하게 앞설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연구원장을 역임한 김태우 건양대 교수도 우리핵연구회의 회원이다. 김 교수는 "(우리핵연구회 회원 중에는) 당장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고,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 정신적·물질적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필요한 사항은 정부에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론이 대두하는 것과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그동안 누차 강조했던 것처럼 한반도에 핵이 있어서는 안 되며,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한반도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말했다.

전문가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핵무기 보유나 전술핵 배치 주장은 굉장히 무책임한 얘기다. 북한 핵무기를 사실상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전략적인 미스이고, 전시작전통제권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자체 핵보유나 전술핵무기 도입은 단순히 심리적인 위안이 될 뿐이다. 반면 치러야 할 대가는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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