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보 승진 43명인데, 상무 승진도 28명...KT 임직원 5만명 시절에도 임원승진 10명 안팎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황창규 KT 회장이 대규모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황창규 회장 임기 말에 진행된 대규모 인사라는 점에서 전임 회장인 이석채 회장 시기의 인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상무보 승진이 43명인데, 정식 임원으로 간주되는 상무 승진이 28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비정상적인 대규모 임원 승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KT 임직원이 5만명 수준인 시절에도 임원 인사가 10명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KT의 임직원은 2만3000명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사실상 ‘승진 잔치’를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

황창규 KT 회장

KT는 16일 ‘2019년 정기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시행했다.

김인회 비서실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전홍범 인프라연구소장·박종욱 전략기획실장·박병삼 법무실장 등 3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밖에도 ▲전무 9명 ▲상무 28명 ▲상무보 43명 등 총 84명의 임원 승진 및 발탁됐다.

이번 인사는 당초 진행됐던 KT의 인사시기 보다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황창규 회장이 임기 말에 몰려오는 인사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서둘러 인사를 시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T처럼 주인이 없는 기업의 CEO가 임기 말에 접어들면 승진 압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CEO와의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서둘러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CEO는 결국, 압력을 소화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대규모 승진 인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압력을 외면하거나, 인력을 대폭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보다는 승진잔치가 퇴임할 CEO 입장에서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KT

황창규 회장과 함께 낙하산 인사로 불리는 이석채 전임 회장도 대규모 임원 인사를 시행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의 임원 수는 2008년 3분기 77명에서 2009년 1월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해마다 늘었다. 퇴임 해인 2013년 3분기에는 133명으로 5년 동안 72.7%나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임원승진은 회사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회사에 인건비, 처우비 등 여러 비용이 투입되며, 의사소통 비용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KT의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대규모 임원인사는 더욱 문제가 된다.

KT는 황창규 회장의 성과로 ‘1조 클럽 달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성과로 볼 수 없다. 즉, KT는 대규모 임원 인사로 승진 잔치를 벌일 때가 아니다.

KT는 2001년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했다. 2008년까지 8년 동안 1조원 이상을 유지했다. 특히, 2004년에는 2조원 이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KT는 이미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들이 KT에 CEO로 앉으면서 영업이익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석채 회장(2009년~2013년)이 취임한 2009년, 영업이익 6116억원으로 하락했다.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를 합병(2009년 6월)한 효과 등으로 2010년, 2011년에는 2조원을 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곧 한계를 드러내고 2013년에는 3000억원대(당기순손실 3923억원)로 하락했다.

밝은 표정의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 왼쪽)과 황창규 KT 회장(가운데 오른쪽).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을 당했다. 현재는 관련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황창규 회장도 비슷하다. 황 회장은 취임한 2014년에 인력구조조정 등으로 7195억원의 영업손실(1조1419억원 당기순손실)을 보였다.

이후 별다른 실적 개선 없이 2016년만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1조 클럽 달성을 성과로 홍보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KT는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석채 회장의 모습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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