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반인권적인 북한 주민 강제북송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지난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지난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공감신문] 전지선 기자=정부가 최근 남측으로 넘어온 북한 선원 2명을 북송한 것에 대해 야당 및 인권단체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북한으로 강제추방된 북한주민 2명에 대해 "범인들은 범행 후 선박 내부를 청소하고 사체와 범행도구를 해상 유기했으며 페인트 덧칠로 선박 번호 변경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이날 '흉악범죄 북한주민 추방 관련 보고'라는 제목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보고자료를 통해 "첩보 및 나포 선원 2명의 분리신문 진술결과, 북한 반응 등이 모두 일치해 범죄 행위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7일 “관계기관 합동조사 실시 결과 이들은 20대 남성으로 동해 상에서 조업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정부는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 대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 편입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정부 부처 협의 결과에 따라 추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북한 선원 강제북송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북한 선원 강제북송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정부의 북송 조치를 두고, 북측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부가 강제 북송했다고 주장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북송 결정은 위헌·위법적일 뿐 아니라 반인권적”이라며 “유엔이 직접 나서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한다. 국제앰네스티도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지탄받을 반인권적 탄압"이라고 말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통일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살인 등 비정치적 범죄 때문에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데 대해 "대한민국에 142명의 비보호결정 탈북자가 살고 있는데, 그중 2명은 살인 혐의를 받고 있었지만 북송되지 않았다. 이번 선원들은 왜 북송돼야 했는지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전날 성명을 내고 "반인권적인 북한 주민 강제북송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변협은 "북한 주민은 우리 헌법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되고,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적 인권이 보장돼야 하며, 정치 논리나 정책적 고려 때문에 인권 문제가 소홀하게 다뤄지거나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자유민주정치회의 관계자 등이 지난 2일 동해에서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에 대한 정부의 송환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자유민주정치회의 관계자 등이 지난 2일 동해에서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에 대한 정부의 송환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들은 보호를 요청하는 취지를 서면으로 작성해 제출했지만 범죄사실 진술, 북한내 행적, 나포 과정 등 관련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귀순의사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협은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의 경우 북한이탈주민 보호 대상자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 조항을 북송의 법적 근거로 들었다. 이 조항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이지, 국민으로 인정되는 북한 주민을 강제송환할 법적 근거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 대상자에서 제외할지 여부 역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함에도 정부는 5일간의 짧은 조사를 거쳐 이들을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는 범죄자라고 결론 내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의 권리가 있음에도 이들은 이를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선원 북한 이송으로 인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북한인권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집회를 열었으며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도 북한 추방 결정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야당과의 갈등은 물론, 인권 단체들과 변호사 등의 비판에 정부 역시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추방된 북한주민 2명은 20대 초반의 다부진 체격의 보유자로 특수훈련을 받은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1명은 평소 정권(正拳) 수련으로 신체 단련을 했고, 다른 1명은 절도죄로 교양소에 수감된 전력이 확인됐다.

또 살해된 선원들은 대부분 정식선원이 아닌 선상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이었던 반면, 추방된 북한주민 2명을 포함한 공범 3인은 기관장·갑판장 등으로 선원 생활 경험자들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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