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군수산업-워싱턴 정치권을 연결하는 막강한 ‘철의 트라이앵글’

[공감신문 김인영 기자] 미국은 왜 전쟁을 좋아하는 것일까. 미국은 9·11 테러 참사의 보복으로 알카에다 테러세력과 그들을 숨겨준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으면 됐지, 이라크도 공격하겠다고 하고, 북한도 전쟁 대상으로 지목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많은 미국 군인이 희생되고, 막대한 전비가 소요되며, 가뜩이나 슬럼프에 빠져 있는 미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면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계층이 누구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쟁이 터지면 힘을 얻는 곳은 미 국방부(펜타곤)이며, 돈을 버는 곳은 미국의 군수산업이다. 이 군산(軍産) 복합체는 끊임없이 전쟁을 확대하고, 전쟁예산(국방비)를 늘리려는 속성을 갖는다. 워싱턴 정가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철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이 있다. 펜타곤과 군수산업, 의회가 삼각형의 한끝을 차지하며, 동일한 이해관계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군산정(軍産政) 복합체를 말한다.

미국의 국방비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동서 냉전 체제가 와해되면서 감소했고, 군수산업체들도 합병 및 인수등을 통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오면서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등 군 현대화를 통한 국방비 증액 정책을 추진했고, 테러 이후 본격적으로 군사대국으로서의 길을 걸었다. 매년 국방 예산이 10% 이상 증액되고, 미국의 국방비는 미국 이외의 전세계 국방비 총액을 넘어섰다.

테러가 발생하기 전인 2001년 5월 1일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미사일 방위체제(MD)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은 공산권 붕괴후 사양길을 걷고 있던 미국의 군수산업에 대형 호재를 만들어 주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 국방계획의 비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국방전문가들은 2010년까지 300억~2,000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810억 달러의 국방예산이 군수산업에 투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부시 행정부의 NMD 계획은 그동안 지상에 머물렀던 요격 미사일 배치 계획을 해상, 공중으로 확대하는 것. 이에 따라 클린턴 전 대통령때 2002년부터 2005년까지 200억 달러를 투입하려던 계획보다 비용이 몇배 늘어날 것은 필연적이다.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걷어진 국방비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군수산업이다. 록히드 마틴, 보잉, 노스롭 그루만,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온등 군수회사들은 이 막대한 국방비를 따먹기 위해 선거가 있었던 2000년 한해에만 9,000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워싱턴 정가에 뿌렸다.

군수업체들은 국가 재정이 적자가 되는데는 상관이 없다. 다만 국방비만 늘어나면 된다. 그러므로 펜타곤의 무기 입찰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덤벼든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말에 있었던 차세대전투기(JSF) 사업자 선정이다.

2001년 11월 27일 뉴욕 증시가 폐장한후 텍사스의 록히드 마틴사 본사와 시애틀의 보잉사 본사에는 임직원들이 초조하게 펜타곤의 발표를 기다렸다. 미국 군수물자 계약상 사상 최대 규모인 차세대전투기 사업 낙찰자의 발표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최종 낙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고향 텍사스주에 공장을 두고 있는 록히드 마틴에게 돌아갔다.

미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모두 2,000억 달러 규모로,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다. 미국 제1의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과 2위인 보잉은 회사의 운명을 걸고 5년 동안 기술 경쟁, 홍보전, 정치권 로비 등 모든 방면에서 경쟁했다. 이 사업이 두 회사의 운명을 판이하게 갈랐는데, 뉴욕 증시 폐장후 거래에서 록히드 마틴의 주가는 4.3% 폭등한 반면, 보잉의 주가는 7.13% 폭락한 것으로 알수 있다.

예정된 물량은 2,000억 달러로 추정되지만 덴마크ㆍ노르웨이ㆍ네널란드ㆍ캐나다ㆍ이탈리아ㆍ싱가포르ㆍ터키ㆍ이스라엘 등이 나중에 구매할 물량을 감안하고, 부품 공급 분까지 합쳐 4,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웍스에서 정밀도를 자랑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가 생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군수업체에겐 ‘전쟁이 곧 돈’

미 의회 의원들이 군수회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정치란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군수업체들이 정치자금을 펑펑 써대기 때문에 두 집단이 서로 가까워 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무기 생산 공장을 지역구에 유치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해당 의원으로선 표가 생기는 일이다.

펜타곤의 수뇌부도 재야에 있을 때 군수업체에 중역을 지낸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계열사에서 이사를 지냈고, 폴 월포비츠 부장관은 노스롭 그루만에서 고문을, 마이클 윈 차관은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제임스 로치 공군 장관, 토머스 화이트 육군 장관, 고든 잉글랜드 해군 장관도 군수회사에서 중역을 지냈던 사람들이다. 군수회사 출신들이 펜타곤을 장악하고 있으니, 서로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사실이다.

문제는 '철의 트라이앵글'에서 군수업체들의 입김이 막강하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펜타곤의 무기 수급정책이 군수업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990년대초에 개발된 F-22 전투기의 경우 럼스펠드 장관이 현대화를 위해 폐기할 것을 종용했지만,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이 의회를 설득해 앞으로 10년은 더 생산하기로 했다. 대당 2억 달러에 해당하는 이 전투기가 300대는 더 제작될 예정이니, 록히드 마틴으로선 600억 달러 어치를 수주받은 셈이다.

군수업체들은 전쟁을 수요자로 하는 산업이며, 그들에겐 전쟁이 곧 돈이다. 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뉴욕 증시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 치는데도 록히드마틴과 노스롭 그루만, 레이시온의 주가는 오르고 있다. 2000년대초만 전만해도 뉴욕 증권시장에 인터넷과 통신주가 판을 쳤지만, 지금은 방위산업주가 인기다.

걱정되는 것은 미국 군수업체들이 끊임없이 국제적인 분쟁이 일어나길 바란다는 사실이다. 10년동안 사양의 길을 걸어온 경험이 있었던 만큼 그들은 테러 이후의 국제정세를 활용해서 사업 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쟁이 없는 세계를 싫어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또다른 불안요인이 아닐까. 아프가니스탄에 포탄이 쏟아질 때 그 포탄의 제작사 주가가 오르는 패러독스의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미 육군의 ATACMS 전술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