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체험만이 살길? 과연 그럴까?

[공감신문=박범준 칼럼니스트] 1994년 WTO 협정이 타결되고, 수입개방의 파고가 거세지면서, 우리나라 농업의 위기는 한층 높아진다. 농민단체와 농업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대한민국 농업은 이제 망했다”고 외치고 연일 아스팔트 농사를 짓고 있었다.

WTO 협정 타결이후 세계적으로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이 가속화되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유무역협정이란 계약을 체결한 국가간에 상품, 서비스 교역에 있어서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한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가전제품, 자동차의 수출은 어느정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상대적으로 농업분야는 위기가 점점 더 커질것이라는 우려를 낳는 협정이었다.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속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이 바로 어메니티(amenity), 농촌관광, 농촌체험이다.

“이제 한국 농업은 완전히 망했다. 회생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실은 우리나라 농업의 살 길이 하나 있기는 한데?”

“그게 무업니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데?”

“지금 이시기에 농업이 살 길이 있다면, 돈이 대숩니까? 그 살길이라는게 무엇입니까?”

“혹시 어메니티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어메니티요?”

“농촌관광이라고도 하고, 농촌체험이라고도 하고”

“잘 이해가 안되는데,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면 안될까요?”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을 보면, 값싼 농산물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겠지요? 농촌사회는 이미 초고령화시대로 접어들어 농업노동력은 없지요? 어차피 농업으로는 승부가 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주 5일제가 시행되면 관광산업이 커질텐데, 도시사람들이 갈 곳이 외국말고 어디 있겠습니까? 그걸 농촌으로 돌려서 소득을 높이자는 것이지요”

“결국 농업으로는 돈을 벌 수 없으니, ‘농촌체험이나 농촌관광을 통해서 돈을 벌자’ 뭐 이런 얘기군요?”

“바로 그겁니다.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농가에서 숙박을 제공하고, 농촌체험을 통해 돈을 버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촌체험이나 농촌관광만이 개방화의 시대에 우리나라 농업이 확실히 살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농촌체험이나 농촌관광을 하는데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고 했는데, 그건 왜 그렇습니까?”

“막상 농촌체험이나 농촌관광을 할려고 해도,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고, 농촌관광을 할려면, 숙박시설이 어느 저옫는 갖추어져야 하고, 도시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하니까. 기반 조성과 관련 정부지원이 막대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근데 돈만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군요?”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죠?”

“숙박시설이야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돈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만들 능력도 안될 것 같고?”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떻게요? 뭐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농촌체험, 농촌관광 전문가에게 맡기면 됩니다. 전문가들이 농촌마을에 가서 그 마을에 맞는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주면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행정에서 농촌체험 마을을 선정하면 농촌체험, 농촌관광 전문업체가 맡아서 프로그램도 개발해 주고, 사업계획도 만들어주고, 일종의 교육과 컨설팅을 맡기면 된다는 말씀이군요”

“바로 그겁니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농업은 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본격적으로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되면, 여가시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교육열이 세계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워하는 민족아닙니까? 자녀의 체험과 교육과 농촌체험 관광을 연계하면 분명 대박이 날 겁니다”

이순신 장군이 “수군은 수군으로 막아야 한다. 비록 열세에 있기는 하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면, 능히 못 막아낼 이유도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 농업의 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선진 농업강국의 농업체계와 우리나라는 어떻게 다른지? 깊이 있는 연구 속에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한국 농업은 가망이 없다”는 대전제하에 탄생한 것이 어쩌면 ‘어메니티’, ‘농촌체험 농촌관광’은 아닐런지?

 

여기도 두부체험! 저기도 두부체험

‘농촌 어메니티’, ‘농촌체험 관광’이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자리잡아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곳곳에 농촌체험마을이 생겨났다. 초기에 농촌체험을 한 도시민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특히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엄마! 맨 발로 흙을 밟으니까. 되게 좋은 것 같아. 그리고 학교 안가니까 좋고, 농촌 마을에 오니까, 다 신기해. 컴퓨터 못하니까 심심한 거 빼고 다 좋아”

“그러니? 엄마도 좋구나. 공기도 좋고, 옛날 생각도 나고”

“엄마! 근데 진짜 신기한 거는, 우린 맨날 두부를 마트에서 사 먹잖아? 근데 농촌마을에서는 직접 만들어 먹어. 진짜 신기하지? 그리고 되게 재미있어. 앞으로는 두부 잘 먹을 거야”

“아아! 그랬구나. 엄마 어릴때는 집안에 제사나 잔치가 있을 때, 집에서 두부를 만들어 먹었었거든, 떡도 만들어 먹었단다”

“엄마 떡메치기가 뭐야?

“그건 왜?”

“오늘은 두부 만들기 체험을 했잖아. 근데 내일은 아침에 ‘떡메치기 체험’을 한다고 그래?”

“떡을 집에서 직접 만드는 건데, 방망이로 마구마구 내려 치는 거야”

“방망이로 내려 친다고?”

“내일 해보면 알아. 재미있을 거야. 힘도 들거고”

“엄마! 진지 재미있어. 완존 짱이야”

“뭐가 그렇게 좋니?”

“놀이공원 같은데 보다 훨씬 재미있고, 신기해. 땅에서 옥수수가 나고, 감자도 나고, 나는 돈만 주면 마트에서 기냥 사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게 다 땅에서 나와서 우리 입으로 들어 온다고 생각하니 진짜로 신기해”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엄마는 시골에 와서 니가 싫어 할 줄 알았는데 니가 신기해 하고, 좋아하니까 엄마도 좋다”

“엄마! 농촌 마을마다 각각 다름 체험이 있겠지?”

“아마 그러겠지. 마을마다 심는 농작물도 다를테고? 근데 그건 왜?”

“나중에 다른마을도 한 번 가보고 싶어”

“그래 나중에는 아빠하고 같이 가족이 함께 가도록 하자”

학교에서 단체로 농촌체험을 다녀온 아이가 볼멘 소리를 한다

“엄마! 나, 다시는 농촌 체험 안갈거야?”

“왜? 너 처음에 되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했잖아?”

“어떻게 된게 맨날 똑같아”

“그게 무슨 소리니?”

“엄마가 그랬잖아. 농촌마을 마다 체험프로그램이 다를 거라고?”

“엄마가 그런 얘기 한 적 있지. 근데 왜?”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다 똑같아”

“뭐가 똑 같다는 소린데?”

“이번에 학교에서 단체로 간 마을에서 체험한게 뭐냐하면, 엄마랑 처음 가서 했던 거 있잖아? ‘두부만들기 체험’, ‘떡메치기 체험’ 그거랑 똑 같이 하는 거야”

“그래?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아니야. 글쎄 우리반 아이들 중에 나 말고도 가족이랑 농촌 체험을 한 애들이 꽤나 많아. 근데 얘들도 맨처음에는 두부만들기, 떡메치기가 진짜 신기하고 재미있었데. 나 처럼”

“근데?”

“글쎄. 신기하고 재미있어갖고 부모를 졸라서 주말이면 다른 동네를 갔는데, 거기서도 두부만들기, 떡메치기를 또 하드래”

“그래?”

“근데 가는 마을 마다, 두부만들기는 안 빠지고 하나봐. 떡메치기도 그렇고”

“인제 진짜 재미없어. 맨날맨날 두부만 만들고, 떡이나 치고, 엄마! 엄마! 시골 사람들은 두부하고 떡만 먹구사나?”

충북 옥천군 청성면 한두레마을에서 피서객들이 인절미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을주민하고는 아무 상관 없어! 농촌체험인지? 뭔지?

맨 처음 농촌체험을 하고난 반응은 나부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 어느 체험 마을을 가도 체험 프로그램이 같거나 비숫비슷하니 쉽사리 식상해 한다.

체험마을을 운영하다보니, 도시민들 특히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알게된 사람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한다.

마을주변의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바꾸어, 맨손으로 고기잡는 체험도 하고, 땟목타기 체험도 하고, 점차 마을의 주변 경관 및 환경 조건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점차 농촌을 찾는 도시민들이 늘어나게 되지만, 문제는 아주 엉뚱한데서 터지게 된다.

“OO마을이 체험 우수 마을로 선정되었는데, 마을주민을 대표해서 한 말슴 해주시지요?”

“뭘 말하라는 거요? 저거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야. 귀찮기만 하지”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마을주민들하고는 아무 상관없고 귀찮기만 하다니요?”

“조용하던 마을에 도시 사람들이 와갔고, 쓰레기만 잔뜩 쌓아놓고 가지? 그리고 아무 밭이나 들어가서 농사를 망쳐놓지. 길에다 널어놓은 고추며, 나락이며, 집어가지. 도통 살 수가 없어. 농사일 땜에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죽치고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니 그래도 도시사람들이 와서 체험도 하고 관광도 하면 소득이 많이 오르지 않아요?”

“그거야. 그거에 관여하는 한 두명은 살판나겠지.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니까. 그러네”

“농촌체험 마을로 선정이 돼서 정부로부터 상당히 많은 돈이 지원이 되었을 텐데요?”

“아마도 그랬겠지? 그러니까 아주 헌 집을 헐고 새로 멋들어지게 집을 짓고, 거기다가 도시 사람들 재우니까. 그리고 밥도 팔고. 몇 명이야 팔자 고친거지. 뭐”

“아니? 마을 주민들이 잘 살게 할려고 체험 마을을 육성하고 있는데, 정작 마을주민들은 혜택을 전혀 보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네요?”

“그런 건 모르겠고, 혜택은 커녕 피해만 없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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