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비정상 운항 선박 54척…일본서 하역 재개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도쿄 앞바다에서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에 갇혀 있던 영국 출신 예술가 레베카 모스(25)가 18일 도쿄항에 내렸다.

레베카는 캐나다 밴쿠버 소재 엑세스 갤러리가 주관하는 ‘바다에서의 23일’(23 Days at Sea)이라는 프로그램 참가자로 지난 8월 23일 밴쿠버항에서 한진해운 소속 한진 제네바호에 승선했다. 한진 제네바호는 운항 도중인 8월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바람에 일본 해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 배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해 압류될 가능성이 있어 도쿄항에 입항하지 못하고 인근 해변에서 24km 지점에 정박해 있었다. 레베카도 기약없이 한진 배에서 표류하며 월스트리트저널, 밴쿠버 선, BBC등 서구 언론의 초점을 받았다. 한진 제네바는 당초 9월 5일 도쿄에 들렀다가 15일 상하이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캐나다 밴쿠버 선지에 따르면 레베카가 소속한 엑세스 갤러리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레베카 모스와 그의 동료들이 한진 제네바호에 승선한지 25일만에 도쿄항에 내리렸다는 소식을 발표하게 돼서 기쁘다”고 밝혔다.

레베카는 한진 제네바를 타고 23일간 바다에 머물면서 기계와 자연의 충돌이 주는 희극적 잠재력을 찾는 것을 목표로 창작활동을 할 계획이었다. 모스는 바다에서 드문드문 잡히는 와이파이 신호를 이용해 한진해운 뉴스를 접하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생존 신고'를 했다.

그는 출항한지 25일만(캐나다 밴쿠버 시간 기준)에 배에서 내렸다. 당초 의도한 상하이에는 가지 못했고, 유령선이라 불리는 한진해운 배에 갇혀 예정보다 이틀 이상 승선한 것이다.

레베카는 일단 도쿄에서 며칠 머물면서 밴쿠버 엑세스측 멤버들과 함께 작업을 예정이라고 밴쿠버 선은 전했다.

한진 제네바호는 18일 오전 일본 도쿄항에 입항, 일부 화물을 내린 뒤 20일 오전 8시30분께 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5일 채권자의 한진해운 선박 가압류를 막는 압류금지명령이 발효됐고 이어 현지 하역업체와 하역비 협상이 타결되면서 하역 작업이 이뤄졌다고 한진해운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지난 18일 오후 6시 기준 한진해운 보유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3척이 가압류되고 6척은 입출항 불가, 45척은 공해 상 대기 중으로 모두 54척이 비정상 운항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현지 법원의 압류금지조치(스테이오더) 발표, 항만업체와의 비용협상 등으로 인해 하역 재개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어 집중관리 선박으로 분류된 선박은 34척이다.

지난 14일 시작된 추석 연휴에 스페인 발렌시아항에서 한진 스페인호가, 미국 오클랜드항에서 한진 그리스호가 각각 하역 작업을 마쳐 현재까지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28척이 국내 항만(15척)과 해외항만(13척)에서 하역을 마친 상태다.

한진해운은 현재 미국 뉴욕과 싱가포르, 멕시코 만잘리노 등에서 이번 주 초 하역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고 추가 자금이 마련되는 대로 억류 선박이 많은 중국, 싱가포르 등지에서도 하역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스테이오더는 미국, 일본, 영국에서 정식 발효됐고 싱가포르에서 잠정 발효됐다. 한진해운은 지난 13일 독일에도 스테이오더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진 제네바호에 승선한 영국 예술가 레베카 모스 /연합뉴스=레베카 모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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