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서 받아드니, 한전 생색과 달리 폭탄 요금

송영호 칼럼니스트

[공감신문=송영호 프리랜서] 추석을 지내고 나니 날씨가 많이 서늘해 졌다. 아침에는 얇은 겉옷 없이는 외출하기 만만찮게 서늘해진 기온을 느끼게 한다. 들어 가기가 겁났던 대프리카 (대구+아프리카, 대구 더위를 빗댄 네티즌 용어) 출장길도 반갑기만 하다.

참 사람이 간사하다. 기상관측 이래 두번째 더위니, 체감기온은 오히려 1994년 보다 더하다며 온 국민이 지구온난화와 한반도의 아열대화를 걱정하던 것이 한 달 전이었다. 불과 한 달 만에 뽀송하고 포근한 이불을 그리워 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갈 여름이었지만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날씨에 대해 참 많은 원망을 했다. 이 시기에 야외에서 일을 해야 하는 가장과 가족을 가진 가족들도 같이 참 힘든 시기를 보냈다. 22년만의 무더위로 에어컨을 안 켤 수 없었기에 밖에서 일하는 가족에 대하여, 집안에 있는 가족도 마음에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전기요금 청구서

그 무더위가 이제 전기요금으로 후유증을 남기게 됐다.

한참 무덥던 여름 어느날... 전기 요금 폭탄 우려가 나오자 정부와 한전에서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전기요금 누진제 1단계 구간 적용 요금을 100kwh에서 150kwh로 늘린 것이다. 그리고 각 구간을 50kwh씩 늘렸다. 그러면서 50kwh 의 증가는 각 가정마다 벽걸이형 에어콘을 25시간 더 쓸 수 있는 전기량이라고 생색을 냈다.

하지만 각 집에 배달된 전기요금 고지서는 애초 설명과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전기요금 폭탄에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나오고 있다. 7월 보다 50% 이상 전기요금이 늘어난 가구가 871만 가구에 달했다.

거의 300만에 가까운 291만6,000여 가구가 전달에 비해 전기요금이 두 배 이상 찍힌 고지서를 받아 들었다. 가정용 에어컨을 4시간만 틀면 요금폭탄에서 비껴간다는 정부측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불편을 감수해 가며 요금이 평소보다 좀 더 나올거라 예상했던 국민들은 깜짝 놀랐다.

한전은 1~6월에만 6조3.0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요금 폭탄이 현실화된 7~9월에는 얼마나 더 많은 이익을 올렸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나마 7~9월까지 일시적인 요금인하 혜택을 주지 않았다면 더 얼마나 많은 요금이 나왔으랴?

 

1974년에 비해 필수품화 된 가전제품이 얼마나 늘었던가? 그런데도 가정용 전기 요금체계는 여전히 40여년을 유지하고 있다.

강산도 여러 번 바뀐 현재도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찬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자 전기요금에 대한 얘기도 점점 사그러 들고 있다.

쉽게 끓어오르고 빨리 잊는 우리나라 사람들 속성상, 아마 8월 사용양의 요금을 내는 9월이 지나면 현행 전기요금 개편 논의는 대통령선거와 사드 배치문제, 산적한 경제현안 등등으로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도 또 똑같은 문제로 아우성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고... 40년이나 지난 전기요금 체제를 지금 손보지 않으면 내년에도 비싼 전기요금 누진제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

 

징벌적 요소가 많았던 전기 요금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현행 전기 요금 체계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지냈다. 이제 보니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수출기업에 도움을 준 것이었다.

그동안 묵묵히 열심히 노력해 한강의 기적을 일궈온 우리나라 국민이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이 경제 성장의 과실을, 편안한 마음으로 최소한 에어컨 사용할 수 있는 안락한 생활로 나눠 받아야 한다.

더 잊혀지기 전에 하루빨리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짓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요금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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