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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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정진욱 기자=11월 24일 걸그룹 카라 출신의 구하라가 이제 겨우 스물아홉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렸다. 안타까운 마음을 어떠한 말로 온전히 표현 할 수 있을까. 

故설리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던 그녀는 42일 만에 세상에 '잘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사람들은 악플로 괴로워했던 고인을 위로하는 라이브 방송에서도 구하라를 향해 수 없이 많은 악플들을 쏟아냈다. 누군가는 그녀를 관종이라 매도했고 이럴 시간에 한국에 오겠다면서 비아냥거렸다.

앞서 지난해 9월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은 “연예인 인생 끝나게 해주겠다”며 동영상을 제보하겠다고 협박후 한 언론사에 '제보 드린다'며 메일을 보냈고 '늦으면 다른곳에 넘기겠다'고 언론사에 경고까지 했다. 이에 대해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협박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기소 됐다. 이 과정에서 구하라는 무릎 꿇고 애원하는 모습이 담긴 CCTV까지 공개했다. 그 순간 얼마나 절박한 심정이었을까. 남성의 성폭력에 관대한 사회 속에서 남성의 '성' 권력 앞에 여성은 한없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 여성안심귀갓길이 반증하듯 여성은 매일 집을 오가는 동안에도 남성의 폭력에 두려워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사건의 3차 공판에서 최종범의 변론을 접한 재판부는 검찰에 영상이 증거로 제출됐냐고 물었고 검찰 측은 성관계 영상이다 보니 증거로는 제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재판부는 영상의 내용이 중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판장에서 비공개로라도 영상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에 구하라 변호인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영상 내용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적절한 것 같다. 확인 결과 성관계 영상인 것은 분명하다"라며 "양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재판장님께서 확인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아무리 비공개라고 해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다시 재생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역시 2차 가해다"라며 "영상의 내용이 본질이 아닌 최종범이 이를 두고 협박한 것이 핵심"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결국 재판부는 영상의 내용이 알려진 것과 차이가 있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상당히 중요하다며 영상을 확인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구하라의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재판장 단독으로 영상을 확인하기로 했으며 검찰 측에 철저한 보안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영상을 확인하고 변론을 종결하기로 결정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상해, 협박, 강요, 재물손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촬영)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구씨의 신체 일부를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장에서도 구하라에게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의 대한 존중과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인간이, 여성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그녀의 고통을 가십성 재미거리로 생각해 포털 사이트에 ‘구하라 동영상’ 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실검과 연관검색어에까지 등장하게 만들었다. 

사진공동취재단=25일 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25일 가수 고 구하라의 일반 빈소가 서울 강남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안타까운 그녀의 선택이 한가지의 이유만으로 이루지진 않았을 것이다. 최씨는 그녀를 남성의 권력을 이용해 사지로 몰아넣었으며 사람들은 그녀를 향해 악성루머와 가십을 만들어 악플에 시달리게 했고 재판부는 인정할 수 없는 결과로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의 비정함을 그녀에게 안겨주었다. 故설리의 죽음을 목도하고 안타까워한 많은 여성들이 그녀에게 ‘힘들겠지만 그래도 살아달라’며 많은 응원과 위로를 보냈지만 그녀를 지켜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죽어야할 이유가 없는 안타까운 생명이, 여성들이 남성사회의 폭력앞에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 자살이란 말보다. 사회적 타살이란 말이 온당할 것 이다. 우리가 지켜보았고, 외면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이유가 너무도 안타까운 故구하라의 2019년 11월 24일을 만들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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